민족시인  강기희가 지난 1일 암으로 별세했다. 그는 장기간에 걸쳐 암과 싸우다가 59세의 나이에 생을 마감했다. 그의 사망은 민족문학을 하는 이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강기희는 강원도 정선에서 태어나 강원대학교 무역학과를 졸업하였다. 그는 1998년에 '문학21' 신인상을 통해 등단한 이후로 다양한 장편소설을 통해 그의 문학적 역량을 입증하였다. 그의 작품은 『아담과 아담 이브와 이브』, 『동강에는 쉬리가 있다』, 『은옥이1, 2』, 『도둑고양이』, 『개 같은 인생들』, 『연산-대왕을 꿈꾼 조선의 왕』, 『원숭이 그림자』, 『위험한 특종-김달삼 찾기』, 『벌레들』 등을 포함하며, 그는 한국 최초 전자책 전문업체인 바로북닷컴이 주최한 ‘5천만원 고료 2000년 제1회 디지털문학대상’을 수상하였다.

강기희는 또한 민주화 운동에도 깊이 참여했다. 그는 이명박과 박근혜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에 앞장서, 민주화의 가치를 옹호하였다. 그의 소설 중에는 통일의 전사로서의 그의 삶, 그리고 제주 4.3항쟁을 주제로 한 작품도 포함되어 있다.

그의 죽음에 이어서 SNS에는 많은 추모의 글이 올라왔다. 나종영 시인과 김창규 시인 등 다수의 문인들이 그를 추모하며 그와의 기억을 회상하였다.

그는 자신의 마지막 순간까지 창작에 몰두하였으며, 지난 7월 23일에 그는 자신의 마지막 원고를 SNS를 통해 공개하였다. 

강기희의 죽음은 한국 문학계에 큰 상실감을 불러일으켰다. 그의 창의적인 표현력과 깊은 사색은 그가 떠나간 후에도 여전히 많은 독자들에게 감동과 영감을 주고 있다. 그의 삶과 작품은 우리에게 문학의 가치와 사회적 책임에 대한 중요한 교훈을 남겼다.

아래는 23일 그가 올린 마지막 원고 전문이다.


생애 마지막 원고를 올려둡니다. 연재 하는 매체 8월에 실립니다. 

정선병원에 엠뷸렌스 타고 왔습니다. 책방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후회 없구요. 운명이라 받아 들입니다. 걱정들 고맙 구요. 행복했습니다. 징징 울지 않습니다. 웃을랍니다.

스님은 출타 중

                       강 기 희

함백산 아래 울울한 전나무 숲 /

아름드리 숲 지나 정암사 일주문 따라 오르면 /

적멸의 땅으로 이어지는 작은 석교 하나 나온다 /

다리를 건너면 이승 사람도 극락에 이른다는 극락교 /

극락교 입구에서 발길을 멈추곤 /

스님을 찾아보는데 /

- 자장 스님 계시우?

두어 번 더 소리쳐도 스님은 나오지 않고 / 

계곡 물소리만 청아한 오후 /

극락교 아래 돌 틈에 숨어있던 열목어가 눈을 빼꼼 열며, /

- 스님은 출타하셨는뎁쇼

- 언제?

- 글쎄요, 하도 오래되어서. 1천 3백 년도 넘었거든요

(풍경소리 아득하던 정암사 어느 여름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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