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페이퍼 제작 

황금가지는 2세대 한국 환상 문학의 대표적인 작가로 알려진 '하지은'의 걸작 4권 완전판을 ‘낮과 밤’ 시리즈로 복간한다고 발표했다.

하지은 작가는 2008년 장편소설 『얼음나무 숲』으로 데뷔하며 한국 환상 문학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그 후 다수의 장편과 단편 소설을 통해 장르 문학의 2세대를 이끌며 국내외에서 큰 사랑을 받았다.

본래 '낮과 밤' 시리즈는 출간된 지 오래되어 모두 절판된 상태였다, 이를 구하고자 하는 독자들의 끊임없는 요청이 있었고 중고 시장에서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는 등 꾸준한 수요가 있어왔다.

복간에 앞서, 작가는 자신의 글들을 다시 읽고, 그동안 성장하며 바뀐 시각과 생각으로 일부 작품을 수정하거나 삭제했다. 하지은 작가는 "예전에 글을 쓰던 저와 지금의 저는 생각하는 바도, 보는 눈도 달라졌기에 현재와 맞지 않다고 느껴지는 부분들 위주로 수정을 가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번 완전판 복간 세트는 『보이드 씨의 기묘한 저택』, 『눈사자와 여름』, 『모래선혈』, 『오만한 자들의 황야』로 구성되며, 모든 작품이 새롭게 퇴고되어 완성도를 높였다. 각각의 작품에는 독자들이 궁금해하던 새로운 외전이 추가되었다.

특히 『보이드 씨의 기묘한 저택』은 옴니버스 형식의 고딕 로맨스로, 원작을 바탕으로 한 웹툰이 미국과 캐나다에서 동시 연재되며 큰 인기를 끌었다. 『눈사자와 여름』은 하지은 작가의 첫 추리 소설로 발랄하고 유쾌한 분위기가 독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모래선혈』은 환상적이고 신비로운 문체로 사막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를 펼치며, 『오만한 자들의 황야』는 서부 무법자들의 도시를 배경으로 군상극을 선보였다.

이번 복간 작품의 표지 일러스트는 메아리 작가와 소만 작가가 담당했다. 두 작가는 각각 K-POP 아티스트와 유명 기업과의 협업 경력이 있으며, 이번 작품에도 그들의 독특한 스타일이 반영되었다.

재출간 작품에는 독자들을 위한 선물처럼 새로운 외전이 추가됐다. 그러나 '보이드 씨의 기묘한 저택'에는 추가적인 외전이 포함되지 않았는데, 작가는 이를 "이미 이전 재간본에 외전이 포함되어 있었고, 그 외전이 본편과 가장 어우러진다고 생각해 추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다른 외전을 쓰고 있으며 이 외전을 나중에 온라인으로 공개할 계획이라고도 덧붙였다.

황금가지 편집부 정미리 씨는 "이번 완전판 복간을 통해 하지은 작가의 세계관을 새롭게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며, "작가의 풍부한 상상력과 뛰어난 문체를 통해 다시 한번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아래는 인터뷰 전문이다.

[하지은 작가 프로필] 사진=황금가지 제공
[하지은 작가 프로필] 사진=황금가지 제공

 

1. 네 권의 책이 낮과 밤이라는 이름을 달고 새롭게 나왔습니다. 2023년 이 4권의 책이 새로 나왔어야 하는 이유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낮과 밤’에 속한 4권의 책은 출간된 지 오래되어 모두 절판된 상태였습니다. 뒤늦게 제 책을 접한 독자분들께서 다른 글도 읽고 싶은데 절판된 도서를 어디서 구할 수 있는지 간간이 문의를 주셨고, 절판된 도서를 정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중고 판매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책을 다시 냈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선뜻 전작을 모두 재간하겠다는 출판사가 없었는데, 황금가지에서 감사하게도 먼저 제안을 주셔서 이번 기회에 한꺼번에 출간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독자분들의 끊임없는 요청이 있어 가능한 일이었기에 개인적으로 무척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2. 얼음나무숲도 새롭게 나왔었고 이번 시리즈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일부 작품에는 외전도 추가됐는데요. 더해서 더 덧붙이고 싶었거나 혹은 바꾸고 싶은 마음도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외전을 붙인 이유 혹은 작품의 일부를 바꾸고 싶었다면 바꾸고 싶었던 이유도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낮과 밤’의 책들이 재출간되길 오래 기다려주신 독자분들이 있었기에, 부록이나 선물처럼 느껴질 수 있는 짧은 이야기를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제일 컸습니다. 사실 쓴 지 오래된 글들이라 다시 그때의 배경과 캐릭터들 속으로 들어가 이야기를 새롭게 적는 일이 저한테도 쉽지는 않았습니다. 괜히 더하지 않아도 될 이야기를 덧붙여 본편의 흐름을 해치지 않을까 걱정도 되었고요.
처음에는 한두 권의 책에만 외전을 넣어야지 하다가 이 책은 외전이 있는데 저 책에는 아무것도 없으면 노력을 다하지 않은 것처럼 느껴져서 결국 모든 책에 외전을 추가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이드 씨의 기묘한 저택’에만 추가적인 이야기가 들어가지 않았는데요. 이미 이전 재간본에 외전이 들어가 있었고, 그 이야기 하나만이 본편과 어우러지는 가장 완성된 형태라는 생각이 들어서였습니다. 그래도 짧은 이야기나마 더 추가해 보려다가 본편의 분위기를 너무 가라앉게 만들어서 최종적으로 넣지 않기로 결정했고, 후에 완성하면 온라인상으로 공개할 예정입니다.
작품의 일부를 바꾸거나 아예 삭제한 장면들도 몇몇 있는데요. 예전에 글을 쓰던 저와 지금의 저는 생각하는 바도, 보는 눈도 달라졌기에 아무래도 현재와 맞지 않다고 느껴지는 부분들 위주로 수정을 가했습니다.
 
 
3. 비밀은 이번 4편의 작품에서 모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어떤 인물은 영원히 몰랐으면 하는 비밀이기도 하고, 왜 서로 털어놓지 않았는지 안타까워지는 비밀도 있었습니다. 작가님의 작품 속에서 비밀이란 어떤 역할을 하는 존재인가요.
 
소설 속에 등장하는 비밀은 인물들 간에 흥미진진하게 갈등을 일으키는 요소가 될 수 있지만, 너무 비밀이 중첩되어 행동이 답답해지는 경우 독자들이 말하는 소위 ‘고구마’ 요소가 될 수 있기에 요즘은 양날의 검처럼 느껴집니다. 저는 글을 쓸 때나 읽을 때 인물들의 심리적인 고뇌나 갈등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그 부분에서 재미를 느끼기에 글 속에 비밀이 자주 등장하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비밀이 드러났을 때 ‘그런 거였어?’ 하면서 놀라는 반전보다는 ‘그런 거였구나.’ 하면서 특정한 감정이 드는 비밀을 좋아합니다.
 
 
4. 오만이라는 키워드가 두 번 등장합니다. 한번은 제목에서, 그리고 다른 한 번은 작품 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요. 인간과 오만은 어떤 관계라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오만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한 사람이 높고 어두운 곳에 우뚝 서서 세상을 내려다보는 이미지가 떠오르는데, ‘높다’보다는 ‘어두운’이 강조된 느낌입니다. 언제든 스스로 굴러 떨어질 준비가 되어 있거나 파멸을 작정하고 있는 듯 보인달까요. 제가 쓴 소설 속에 등장한 ‘오만하다’는 말에 어울리는 인물들의 끝은 대개 좋지 않은데, 이런 생각이 반영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5. 시리즈의 여러 작품에서 작가는 세계를 창조하는 직업이라는 것이 여러번 묘사됩니다. 작가로서 또 어떤 세계를 만들어나가고 싶은지 궁금합니다.

예전에는 작품 속에서 세계를 창조한다는 게 매혹적인 작업이면서 전지전능한 느낌을 준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도 물론 글을 쓰면서 새로운 세계를 준비하고, 만들고, 탐험하는 재미를 느낍니다만 예전에는 생각해보지 않았던 ‘책임감’을 훨씬 더 많이 느낍니다. 자기 손으로 만든 세계에 대한 책임감, 그러니까 가상의 세계라 하여 대충 그리거나 배경으로만 보는 게 아니라 그 세계에서 작동하는 논리나 윤리, 사람들의 가치관 등을 깊이 고려하고 존중하며 이야기에 투영해야 한다는 거죠. 그래서 캐릭터가 특정 행동을 할 때 그 세계에서 벗어나지 않는지 많이 생각하는데, 그 영향 때문인지 예전처럼 글을 훌훌 적어나가기보다 점점 신중하게 세계를 탐험하고 있습니다. 아마 장단점이 있을 테고 나중에는 또 어떻게 바뀔지 모르겠네요.
다음으로 제가 만들어보고 싶은 세계는 옛날 정통 판타지 비슷한 기사와 마법과 노래가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잘 준비해서 언젠가 독자분들에게 꼭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글이 많이 느리지만 이번에 재간이 나올 때까지 응원하며 기다려주셨던 것처럼 부디 지켜봐주시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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