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박민호 기자 촬영
구호를 외치고 있는 출판계 [사진=박민호 기자 촬영]

 

지난  8월 17일 오후 2시 30분, 범출판문화인 궐기대회가 서울시 용산구 문화체육관광부 서울사무실 앞에서 개최됐다. <책문화살리기 출판문화인 궐기대회>(이하 궐기대회)라는 이름으로 열린 이날 집회는 대한출판문화협회, 학술전자출판협동조합, 과학기술출판협회 등 18개 출판단체가 참여했다. 

주최 측은 그동안 이어져 온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와 출판인들의 갈등과 출판계 문제들을 토로하기 위해 집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 집회에는 대한출판문화협회 추산 약 500명의 출판관계자와 시민 등이 참여했다. 한국작가회의 등 작가 단체는 없었다.

이날 현장에서는 출판사에도 작가의 권리에 준하는 저작인접권의 도입, 모든 방식의 책 할인을 막는 완전 도서정가제 도입, 도서관에서 도서를 대출할 때 출판사에 보상하는 공공대출보상법, 불법 복제 방지, 출판지원 예산 확충, 문체부 장관과 소통 등 그간 출판사의 요구가 총 망라됐다.

출판사들의 요구사항은 아래와 같다.

첫 번째, 세종도서, 학술원 도서, 문학나눔 사업 등 기초학술 교양 출판을 활성화할 출판지원 예산 삭감 계획을 중지하고 도서관의 도서구입 예산도 대폭 늘려야 한다.

두 번째, 불법스캔, 불법복제로 출판산업의 근간이 무너지는 상황에서 이는 심각한 저작권절도 범죄라는 점을 사회가 인식하도록 법을 바꾸고 제대로 집행하고 교육시켜야 한다.

세 번째, 출판권자들의 권익이 보장되지 않는 저작권법, 도서관법을 개정해야 한다.

네 번째, 최소한 장관이 직접 나서서 출판사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현장을 모르니 현실과 동떨어진 얘기만 반복할 뿐이다.

정부와 출판사와의 갈등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었다. 2021년 정부가 인세 미지급 및 판매내역 미공개 등 출판계 부조리를 개선하기 위해 출판 분야 표준계약서를 만들었다. 그러자 출판사들은 “출판인 모두가 잠재적인 범죄자로 취급”당한다며 반발 성명을 내고 출판계만의 표준계약서를 만들었다. 이후 출판유통통합전산망 도입 반대, 출판문화산업진흥원 원장 선정 파행 등 정부와 지속적인 마찰이 있었다. 

정권이 바뀐 이후에는 그 갈등이 더욱 커졌다. 마포구청장에 여당 후보가 당선되면서 마포구 작은도서관 폐관 사태와 이에 반발한 도서관장 파면, 마포구 책문화거리 폐지, 출판문화진흥센터(플랫폼P) 운영 파행이 일어났다. 이 같은 흐름이 윤석열 정부의 출판 죽이기 기조가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이 와중에 문체부는 출판 분야에 이권 카르텔이 있다 주장했다. 세종도서 선정사업이 불공정하다며 예산을 삭감했다. 세종도서 예산은 85억원에서 84억원으로 1억원이 줄었고 문학나눔도서 사업 역시 사업의 유사성을 지적받아 기재부로부터 예산 심사를 받으며 삭감 위험에 처했다. 

세종도서 예산 삭감으로 수년 간 쌓여 있던 출판사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자세한 사항은 서울국제도서전 그 이후, 정부와 출판계 전쟁 왜 벌어진 걸까? 참고

집회 당일 대출협 곽미순 부회장은 “출판문화산업은 벼랑 끝에 내몰려 있는데, 정작 문체부는 방관하고 있다 아니 오히려 책 문화를 죽이는 데 앞장서고 있다”고 포문을 열었다. 

곽 부회장은 문체부가 출판 산업을 진흥시키겠다며 내세웠던 ‘K-북 비전’과는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매년 학술도서 400종, 교양도서 550종을 사들이는 ‘세종도서사업’과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최하는 59억원 규모의 ‘문학나눔 사업’도 내년에는 예산이 전면 삭감된다고 주장했다. 곽 부회장은 “이런 이야기가 떠돌고 있지만 정작 문화 활성화를 위해 나서야 할 문화체육관광부는 아무런 대화도 시도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현장의 모습 [사진=박민호 기자 촬영]

 

약 2시간 연사들의 연설과 구호 제창으로 시작된 이날 집회는 문체부 서울 사무실부터 서울역 광장까지 행진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서울국제도서전 문제로 지난 2일 문체부가 윤철호 대출협 회장, 주일우 서울국제도서전 대표 등을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보조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수사 의뢰를 한 상태다. 

하지만 대출협은 확대 해석에 선을 그었다. 대출협은 성명서를 통해 이미 6월 29일에 예약된 시위이기에 서울국제도서전 문제와는 무관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윤철호 회장은 현장에서도 “오늘의 집회가 올해 초부터 출판계의 상황이 심각해져서 몇 달 전부터 논의해서 만든 자리”라며 행사 취지 훼손을 막았다. 

그동안 문체부와 대출협이 출판 이권 카르텔, 문체부 장관 사임 요구, 고발 법적 책임 등 수위 높은 단어를 사용하며 날 선 비판을 주고받았다. 하지만 이번 행사에서는 사뭇 자중하는 분위기였다. 또 집회나 시위라는 단어 대신 궐기대회라는 표현을 쓰는 등 수위를 조절했다.

윤철호 회장 [사진=박민호 기자 촬영]

 

윤철호 회장은 뉴스페이퍼와의 인터뷰에서 “많은 출판인들이 모여서 출판계의 어려움을 국민들에게 소개하고 출판 정책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함께 모여서 얘기할 수 있는 계기가 돼서 고맙다”며 인사했다. 또 “국민들과 정책 담당하시는 분들이 출판계의 어려움 그리고 발전을 위해서 좋은 방향으로 어떻게 나가야 할 것인가를 꾸준히 고민해 주셨으면 고맙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집회는 종이 출판계와 대형출판사가 주축이 돼 열렸다. 이들과 윤석열 정부와의 추가적 마찰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문체부가 집회 2일 전인 지난 15일 1인·중소출판사 성장 지원, 웹소설의 글로벌 약진 지원, 웹소설계 표준계약서 도입 등 윤석열 정부 출판산업 지원 핵심정책을 밝혔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이사 선임 및 원장선임에 관련된 출판계와의 문제도 남아있는 불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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