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호를 외치고 있는 출판계 [사진=박민호 기자 촬영]
구호를 외치고 있는 출판계 [기사와 연관 없음]

 

22일, 한국출판인회의, 한국작가회의, 한국시인협회 등 7개의 주요 출판 및 문인 단체는 공동 성명을 통해 문학나눔 사업을 비롯한 문학 출판 지원 사업 및 작가 지원 사업의 확대를 강력히 요구하였다.

문학나눔 사업은 매년 약 50억원의 예산으로 500여종의 도서를 선정하여 보급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사업을 통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51억원 상당의 문학 도서를 구매하여 대중에게 보급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이 사업의 예산이 사라질 가능성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뉴스페이퍼와의 인터뷰에서 문화체육관광부는 문학나눔도서 예산 폐지에 대한 결정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전하였다. 현재 예산 심사가 진행 중이라는 입장이다.

문학나눔도서는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출판진흥원 세종도서 사업과 통합하여 운영되었다. 그러나 2019년 이후, 문학 진흥을 위해 세종도서에서 분리되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운영으로 전환되었다. 이렇게 분리된 후 세종도서는 문학 분야 책을 선정하지 않기로 했으나 여태 세종도서 사업에서도 문학도서가 선정되어 왔다. 문학나눔사업은 세종도서와의 통합 또는 차별점 설정에 대한 요구를 받게 되었다.

이에 관련된 자세한 이야기는 [서울국제도서전 그 이후, 정부와 출판계 전쟁 왜 벌어진 걸까?] 참고

이에 따라, 한국출판진흥원이 문학 도서의 선정을 중단하거나 문학나눔사업의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7개 단체의 공동 성명서에서는 현재의 문학-출판 생태계 위기를 강조하며, 출판의 위기가 문학과 작가들에게 미치는 영향, 전자책의 저작권 보호, 공중 대출에 대한 저작권자 보상 도입 등 여러 핵심 사안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요구하였다.

문학과 출판의 생태계 보호와 활성화를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와 관련 정부 기관의 노력을 촉구하는 이번 성명은 한국작가회의, 한국출판인회의, 국제PEN한국본부 등 다수의 단체가 함께 서명하였다.

아래는 성명서 전문이다.

 

문학-출판 생태계 복원을 위한 작가-출판인 공동 성명 지금 한국의 문학-출판은 미증유의 어려움에 처해 있으며, 출판의 위기는 문학과 작가들의 위기이다. 독서 인구의 감소와 미디어 환경의 변화는 K-북과 K-콘텐츠의 핵심적인 기반인 문학과 출판의 다양성을 훼손하고, 이제는 양극화를 넘어 문학 출판 시장 자체의 붕괴를 예고하고 있다. 문학 출판 시장의 붕괴는 작가들이 글을 세상에 내놓을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고 창작 활동의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게 하는 상황으로 내몰리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결국 영상물을 포함한 K-콘텐츠와 광범위한 소프트웨어 산업의 원천이 고갈되는 사태로 귀결될 것이다. K-콘텐츠가 세계적인 위상을 갖기 위해서는 그 토대를 이루는 문학 출판의 창의적인 다양성의 확보가 요구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학-출판을 둘러싼 사회문화적 생태계가 작동하지 못하고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현실에 대해 문학인과 출판인들은 심각한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문학인과 출판인들은 함께 연대해야 할 콘텐츠 생산자로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사항을 강력하게 요구한다.

 

첫째,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문학나눔 사업’을 비롯한 문학 출판 지원 사업과 작가 지원 사업은 폐지되어서는 안 되며 더 확대되어야 한다. 우수한 문학 도서를 선정하여 보급하는 문학나눔 사업은 창의적인 문학 도서를 만들 수 있는 최소한의 버팀목이 되어 왔다. 이를 폐지하는 것에 대해 문학인들과 출판인들은 절망감을 가질 수밖에 없기에 이 사업의 유지 및 확대를 요구한다. 또한 젊은 작가들을 발굴하여 지원하는 정부와 지자체의 작가 지원 사업들은 K-콘텐츠의 저변을 마련한다는 측면에서 적극적으로 확대되어야만 한다. 젊은 작가들의 출현 없이는 새로운 K-북의 창조성은 기대할 수 없다.

 

둘째, 전자책에 대한 저작권 보호에 정부와 대형 서점들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최근 알라딘의 전자책 디지털 파일 불법 유출 사건과 출판사의 사전 동의 없이 교육부와 예스24가 함께 진행한 ‘e-북드림’ 사업은 전자책 저작권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 상존함을 보여주고 있다. 전자책이 출판의 미래가 되어가는 상황에서도 이에 대한 저작권 보호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정부는 전자책 파일 불법 유출에 대한 범정부적인 대책을 즉각 실행에 옮겨야 하고, 대형 서점들은 전자책의 저작권을 보호하기 위한 실효적인 보안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셋째, 전국의 도서관 예산을 확충하여 도서의 공중 대출에 대해 저작권자에게 보상해주는 공공대출권이 도입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도서관의 대출이 저작권자와 출판사의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는 것은 장기적으로 출판 생태계에 바람직하지 않다. 도서관 예산의 확충이 도서관의 다양한 도서 매입은 물론 작가들의 저작권 수입으로 이어지는 장치를 만들어, 작가-출판사-도서관이 상생하는 순환구조를 만드는 데 정부와 지자체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문학인과 출판인들의 간절한 염원이자 소망인 문학-출판 생태계의 복원이 하루빨리 이루어질 수 있도록 문화체육관광부를 비롯한 정부와 지자체가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

 

2023년 8월 22일 한국작가회의, 한국출판인회의, 국제PEN한국본부, 한국문인협회, 한국시인협회, 한국소설가협회, 한국문학평론가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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