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제국. 조선의 26대 국왕인 고종이 조선국을 제국으로 칭제하며 1897년 10월 12일 개창한 나라이다. 물론 고작 13년 만에 일본에게 흡수지배를 당하며 망국을 맞이했지만, ‘대한민국’이라는 국호의 어원이 되었다는 점이 그나마 남아있는 역사적 의미일 것이다.

학교에서 배운 내용만 생각해보자면 대한제국의 최후는 비극 그 자체일 것이다. 국제정세의 격랑에 먼저 개항한 일본, 그에 반해 무능하기 짝이 없는 이조 왕가, 문약한 조선. 그 비극으로 이어진 경술국치. 국치(國恥). 즉 나라의 수치라는 말이 쓰일 정도로, 우리 역사는 최악의 20세기를 맞이한 것이다. 

기본적으로 우리는 이러한 한국 근대사에 대해 동정 내지 연민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지만, 그에 반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세상은 변화해가고 있었고, 그 전조도 분명 조선 후기에 있었으나 성리학만 신주단지처럼 붙잡고 문약(文弱)해진 조선의 말로라고 조소를 던지는 시선도 있다. 심지어는 극단적으로 나아가 ‘일본이 조선을 지배함으로써 나라가 비로소 발전할 수 있었다’라는 식민지 근대화론을 이야기 하는 이도 있다. 

역사에 가정이란 없다지만, 만일 대한제국이 말 그대로 진짜 ‘제국’이라면 어땠을까?
이름만 제국이고 제후국도 없는 그런 껍데기 같은 대한제국이 아니라, 한 대륙의 패권을 쥐고 세계정세를 좌지우지하는 그런 제국 말이다.

그러한 역사의 아쉬움을 「대한제국이 이미 너무 강함」은 잘 충족해주고 있다.

본 작품의 주인공은 게임 스트리머다. 그는 <Make Your History>(이하 메유히)라는 게임을 즐겨 하는데, 메유히는 최첨단 AI기술을 이용해 수천 년의 인류의 역사를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흐르게 할 수 있는 역사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여기서 주인공은 조선을 선택하여 강대국으로 만든 뒤, 명나라와 일본을 멸망시키는 건 물론, 2차 세계대전에 뛰어들어 유럽을 초토화시키고 전쟁을 확전시키는 등 ‘제국’으로써의 플레이를 시청자들에게 선보이며 유명세를 얻는다.

어느 날 게임 제작사로부터 ‘메유히 2탄’이 나왔다는 메일을 받고 베타 테스트에 참여하던 중 기억이 암전되어 버린다. 다시 눈을 뜬 그는, 대한제국의 황자이자 현실 역사에는 없는 고종의 셋째 아들, ‘이광’으로 태어난다.

마치 역사가 바뀐 듯한 혼돈에 잠시 당황했던 그는 곧 깨닫게 된다.
그는 실제 역사 속 나약했던 대한제국이 아니라, 게임 안에서 만든 동북아의 최강 제국 ‘대한제국’의 황자로 태어났다는것을.

많은 대체역사소설, 그것도 개화기 시절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은 대개 왕이나 왕자로 빙의한 후, 미리 알고 있는 역사지식을 통해 미래를 대비하거나, 기발한 아이디어로 위기를 넘긴다. 하지만 「대한제국이 너무 강함」은 그럴 필요가 없다. 이미 주인공 자신이 만들어놓은 ‘최강 대한제국’에서 망국이 아닌 패권국의 황자로 살아가기 때문이다.

웹소설에서는 주인공이 강력한 힘을 얻어 타인들에게 왕처럼 군림하는 작품은 많지만 국가 단위로 갑질을 하는 ‘세계구급 먼치킨’ 소설을 좀처럼 흔하지 않다. ‘어겐어겐’ 작가가 펼치는 동북아 최강 대조선제국의 갑질은 과연 어떨지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대체역사소설로써 우리의 안타까운 역사에 아픔을 조금이나마 위로해주는 장르라고 할 수 있다. 비록 그것이 사실이 아니더라도 말이다. 

*「대한제국이 이미 너무 강함」은 ‘어겐어겐’ 작가의 대체역사소설로써, 작년 2022년 09월부터 문피아에서 연재되어, 304화 분량으로 연재를 끝마친 작품이다. 연재를 완료한 금일 8월 22일 기준으로 200만 가까이 되는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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