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경상북도에서 태어난 차도하 시인은 2017년 제25회 대산청소년문학상 고등부 시 부문 대상을 수상하며 일찍이 문학에 두각을 보였다. 이후 2020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서사창작전공 재학 중 스무 살의 나이로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되며 공식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당선작인 ‘침착하게 사랑하기’는 “기성 시인 누구도 쉽게 떠올릴 수 없게 한 개성의 충만함” “쉬이 접근하기 어려운 주제를 다루는 용기” 등의 호평을 받았다. 

등단 이후 시인은 문단 내 성폭력 가해자와 연관된 출판사의 신춘문예 당선 시집 수록을 거부하고, ‘가시화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등 문단 내 부조리에 저항해 왔다. 대신 자체 메일링 서비스 ‘목소리’를 운영하고 여러 독립 출판물에 글을 싣는 등의 다양한 활동으로 독자들과 교류하며 자신만의 방식을 만들어 왔다. 2021년에는 산문집 ‘일기에도 거짓말을 쓰는 사람’(위즈덤하우스)을 출간하며 솔직한 자신의 이야기를 대담하게 전했다. 끊임없이 창작 활동을 지속해 오던 시인은 2024년 첫 시집 발간을 앞두고 있었다. 추후 유가족과의 협의를 거쳐 유고 시집을 발간할 계획이다. 

시인의 생전 바람에 따라 장례는 간소하게 치렀으며, 장지는 경주 하늘마루 봉안당 15-309호이다. 

 

돌 던지기

-차도하

 

나는 돌을 던질 수 있는 초능력을 가지고 있다. 사람들은 이게 초능력이 아니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건 명백히 초능력이다.

오늘도 나는 강에 돌을 던지고 왔다. 햇수로 34년째 매일매일 던지고 있다(내 나이는 2022년 기준 한국 나이로 스물넷이다). 산수를 잘하는 사람은(산수를 잘하는 건 초능력이 아니다) 내가 돌을 몇 개 던졌는지 셈할 수도 있겠다.
강이 돌로 메워진다면 그만둘 생각이다.
모든 것을.

얼마 안 되는 재산을 불리는 것을. 마주칠 때 인사만 하는 사이까지 포함한 인간관계를. 만족을 위해서 생존을 위해서 밥 먹는 것을. 손톱을 지나치게 자주 깎는 습관을 포함하여 나를 깨끗하게 하는 것을. 설득과 유희와 별 의미 없는 대화 혹은 혼잣말을.
그 밖에 내가 잘 모르는 세상을.

그렇지만 돌 던지기는 계속될 것이다.

내가 태어나기 전에 그랬던 것처럼
내가 죽고 나서도 나는 돌을 던질 것이다.
얼핏 다짐처럼 들리지만 다짐은 아니며
내가 던진 돌을 뒤집어봐도
아무것도 안 새겨져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조금 특이한 모양처럼 보이거나 보관하고 싶다면 누군가가 가져가도 괜찮다.
엉뚱하거나 피상적인 격언을 새기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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