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심을 거쳐 본심에 올라온 2022년도 발간 평론집은 문종필의 『싸움』, 강경석의 『리얼리티 재장전』, 강지희의 『파토스의 그림자』, 박혜진의 『언더스토리』, 최진석의 『사건의 시학』, 강동호의 『지나간 시간들의 광장』, 권희철의 『정화된 밤』이었다. 이들 평론집은 세월호 등 당대 현실에 대한 치열한 문제의식, 페미니즘, 퀴어, 재현 등 문학지각변동과 관련한 이슈들, 최근 작품들의 새로운 언어에 대한 섬세한 분석 등 문학전선의 최첨병에 값하는 날선 문장들을 보여주었다. 이 중에서 다섯 권의 평론집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심사위원들은 온라인/오프라인 토론을 충분히 거쳐 『싸움』을 최종 당선작으로 결정하였다. 
  문종필의 『싸움』(자이출판사, 2022)은 최근 비평의 에세이적 경향을 잘 보여주는 평론집이다. 사적인 일상과 처지에서부터 길어올려지는 ‘자각’과 ‘투지’의 에너지가 흘러넘쳐 대상 텍스트와 독자에게로 전이된다. 문종필의 비평은 시, 만화, 영화 등 다양한 장르에 걸쳐 이루어지고 있지만, 주요한 방향은 ‘비주류-주변부적 삶과 비평의 일치’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일관된 목소리를 지니고 있다. 현학적인 이론을 멀리하고 편지체와 고백투로 이루어진 비평문은 자신을 전면적으로 드러냄으로써 진정성과 개성적 문체를 확보하고 있다. 이러한 에세이적 비평은 텍스트의 다양한 특징들을 집중적으로 보여주는 데에는 다소 한계가 있으나, 어느 때보다 독자에게 다가가는 비평적 목소리가 필요한 이즈음, 비평가와 대중독자가 공유할 수 있는 의미있는 글들이라 할 수 있다. 

 

  강경석의 『리얼리티 재장전』(창비, 2022)은 팽팽한 긴장감이 느껴지는 글들로, 텍스트 ‘너머’를 포착하려는 시선의 폭과 사유의 깊이가 느껴지는 평론집이다. 분석을 넘어 작품을 안팎을 보는 예리함과 넓은 지평이 인상적이다. 문학을 통해 민주주의의 이념적 탐구를 하고 있으며 더불어 문학의 실천적 기능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창비의 문학적 유산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갱신하는 혁명’을 강조하고 있는 논자의 목소리는 여전히 유효한 문학의 실천을 강력히 호출함으로써 유의미한 자장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강지희의 『파토스의 그림자』(문학동네, 2022)는 최근 페미니즘 전선의 가장 치열한 현장을 보여주는 평론집이다. 활달하고 가독성이 높은 문장이 돋보이고, 최근 작품들을 섭렵하고 있는 성실성과 애정이 신뢰를 준다. 최근 페미니즘, 퀴어 관련한 이슈들에 대해서도 거시적, 미시적 차원에서 발언하고 있는데, 다만 새로운 논쟁거리를 담고 있다기보다는 어느 정도 사회적 합의에 도달한 지점에 머물고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박혜진의 『언더스토리』(민음사, 2022)는 주로 텍스트 비평을 담고 있는 평론집이다. 텍스트를 개성적이며 섬세한 시선으로 읽어내고 있다는 점에서 뛰어나며, 간결하면서도 친근하게 텍스트를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작가론과 작품론을 넘는 주제비평이 적다는 점이 아쉽지만, ‘언더스토리’라는 자신의 문학론처럼 잘 드러나지 않는 존재들을 보여주려는 문장들이 신뢰감을 준다. 
  최진석의 『사건의 시학』(b.2022)은 사유의 클리셰 없이 현실과 문학에 관한 잠언적인 문장들이 곳곳에 녹아들어가 있다. 감응의 시학처럼 하나에 갇히지 않고 이론-작품-현실-삶-논리 등이 교감하고 있다는 면에서 다성적이다. 논리에 머물지 않고 삶과 현실로 향하는 이행적 힘들이 미학적이고 실천적이다. 다만 이론들과 개념이 많아 다소 아카데믹한 경향을 보여주고 있으나 여전히 현실을 향하려는 벡터가 강력하게 느껴지는 평론집이다.
  이상에서 논의된 다섯 권의 평론집들은 위에서 언급한 각각의 개성적 지점에서 뛰어난 문학적 성취를 보여주고 있는 수작들이다. 이들 중 심사위원들은 열띤 토론 끝에, 죽비평론상의 취지를 감안하여 문종필의 『싸움』을 수상작으로 결정하였다. 문종필 비평가의 수상을 축하하고 다른 평론가들과 더불어 더욱 멋지고 빛나는 전진을 해나가리라 믿는다. 

 

 

                              심사위원들의 논의를 정리하여 정은경이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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