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문인이 한자리에 모여 작가로서의 삶을 공유했다. 남북하나재단이 주최한 ‘인천애서愛書 남북작가 문학관 기행’은 11월 4일 인천 한국근대문학관에서 진행됐다. 망명 작가들은 공모사업 선정 작가 및 등단작가가 참여했으며 남쪽에서는 망명 작가를 위한 멘토링에 참여하기를 원하는 작가들이 함께해 10여명의 문인들이 모였다. 

한국근대문학관에서 남과 북이 갈라지기 직전의 근대 문학 역사를 되짚은 문인들은 이후 남과 북에서 경험했던 작가로서의 삶과 글을 쓰게 된 계기를 이야기하는 좌담회를 진행했다.
망명 작가들은 북한을 떠나서 중국을 거쳐 한국으로 오면서 겪은 경험과 고립감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문학의 길로 이끌었다고 말했다. 

이날 좌담회에서 사회를 맡은 자유통일문화연대 상임대표 도명학 작가는 “북한에서도 시를 썼지만 남한에서의 시와는 큰 차이가 있었기에 충격받았다”며 “북에서 활동을 하다 온 작가들은 이런 고충을 한 번씩 다 겪었을 것”이라고 남과 북에서의 다른 문학 경험을 이야기했다. 

박덕규(단국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명예교수) 한국문화기술연구소 소장은 “망명 작가들이 가지고 있는 개인적 경험들은 진정성이 있고 그 진정성에서 상상력도 생겨날 수 있다”며 “망명 작가들이 작품 활동을 하면서 그런 경험들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승하 중앙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는 “북한과 남한의 문학은 분단 70년의 골이 깊어 차이가 많이 나 있지만 남쪽은 영상매체가 너무 커져 문학이 위축되어 있고, 북쪽은 아직 3부자의 우상화에서 크게 못 벗어나 있어 다 안타깝다”며 최근 남북한이 처한 문학의 위치를 이야기했다.

오창은 중앙대 문화연구학과 교수는 “북한 문학은 코로나19 이후 접하기 어려워져서 외국을 통해 겨우 접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가만히 있으면 남과 북의 거리는 좁혀지지 않는다”며 이번 좌담회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전 국제PEN 망명북한센터 이사장인 이지명 작가는 “망명 작가들이 흔히 남과 북을 천국과 지옥처럼 대비하는 인식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것이 문제다”라며 “그런 글로는 성공할 수 없고 그런 극단적인 대비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행복여정문학 대표인 위영금 작가는 “글 쓸 자리가 없는 사람들을 위해 매일 반페이지씩 글을 쓰는 단체 채팅방을 만들었다”며 “생활 속에서 나를 돌아보고 내 상처를 어떻게 보석으로 만들지 고민하고 또 글을 쓰다 보니 결국 그 글이 나를 만들게 됐다”는 경험을 공유했다. 

올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학나눔도서 선정작가인 허옥희 작가는 “북한에도 내 아이가 있고 중국에서 낳은 아이도 두고 왔다. 내 안에 한이 있고 내가 여기서 어떻게 사는지, 여자가 어떻게 사는지를 말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소원 작가는 “탈북 후 너무 힘들었고 대안학교에 다니면서 책과 영화를 많이 봤다”며 “대학 때 출판사에 투고하면서 첫 수필집을 낼 수 있었고 이 자리가 너무나도 감사하다”는 소감을 말했다.

이정 남측 작가는 “탈북자 중 작가 지망생이 있다면 멘토 멘티 관계를 만들어서 능력이 되는 만큼 잘 가르쳐보고 싶다”며 남북 작가 간 교류가 더 활성화하길 기대했다.

김미향 평론가는 “‘내 딸을 100원에 팝니다’라는 소설로 탈북문학을 처음 접했고 또래보다는 탈북문학을 비교적 익숙하게 느낀다”며 “이번 좌담회를 통해서 인연을 맺고 더 자주 뵈면서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망명 작가들은 그날 차이나타운을 남측 작가들과 함께 걸으면서 앞으로 자주 만나자고 했고, ‘남한에 와 있는 북한 작가들’의 이야기가 남쪽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 통일의 물꼬를 틀 수 있을 거라고 얘기했다. 그들은 남한의 변화상을 알았기에 탈출을 생각했다고 했고, 이것이 우리를 지탱한 힘이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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