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한송희 에디터

김천역

한다혜


은어 떼 팔딱거린
정겨운 감천강에
계림사 전설같이
호터를 다스리고

꿈속의 이수원 고향
뱃노래에 잠든다

손에 든 방아깨비
내달린 김천역에
소금배 따라오던
걸쭉한 천리 소식

지금의 김천구미역
풍문마저 낯설다

ㅡ『시조가 그린 풍경』(국제PEN한국본부, 2023)

이미지=뉴스페이퍼 제작

<해설> 

 대구의 한다혜 시조시인이 김천의 역사와 김천역에 대해 이렇게 잘 아는 게 신기하다. 김천은 예로부터 ‘삼산이수의 도시’로 불렸는데 삼산은 황악산ㆍ금오산ㆍ대덕산이며, 이수는 감천(甘川)과 직지천(直指川)을 가리킨다. 예전에는 감천과 직지천에 소금배가 올라왔다고 한다. 그런데 이 두 곳의 수량도 줄고 기차역이 발달하면서 뱃길이 끊어지고 말았다. 

 “계림사 전설같이 호터를 다스리고”는 이런 뜻이다. 계림사는 김천시 개령면 감문산에 있는데 조계종 제8교구 본사인 직지사의 말사로 편성되어 있다. 감문산은 정상인 취적봉과 그보다 낮은 호두산 두 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는데, 호두산은 그 형세가 호랑이가 누워 있다가 고개를 들고 일어서는 형상이라 하여 사람들이 ‘호랑이 호(虎)’ 자에 ‘머리 두(頭)’ 자를 써서 호두산(虎頭山)이라 했다. ‘호터’는 여기서 나온 말이다. 그런데 호두산으로부터 감천 너머 맞은편 마을인 아포 한골 주민들이 시름시름 앓다가 죽어 나가는 일이 매년 반복되었고, 오늘 또 한 사람이 죽었다는 것이다. 밤을 꼬박 새운 아도화상은 다음날 취적봉과 호두산 골골을 돌아보다가, 문득 직지사에서 절을 짓고 있던 승려 목수 몇 명을 불러 감문산 자락에 절을 짓게 했다. 전설에 따르면 계림사가 위치한 감문산의 산세로 인해 흉악한 일이 자주 일어나자 이를 막기 위해 풍수지리적인 관점에서 닭 천 마리를 길렀다고 한다. 그래서 이름을 계림사(鷄林寺)라 하고는 맞은편 한골의 이름을 함골[陷谷]로 고치게 하고 마을 뒷산을 구현산(狗縣山)이라 부르게 했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한골에서는 더 이상 죽는 사람이 없게 되었고, 모두 아도화상의 신통력을 신기해했다. 아래는 전설에 나오는 아도화상의 말이다.

 “풍수지리로 볼 때 감문산은 호랑이가 누워 있는 와호형(臥虎形)인데, 호두산이 호랑이의 머리에 해당하여 밤낮으로 맞은편 한골마을을 노려보고 있으니 마을에 살상 기운이 뻗쳐 사람들이 기운을 못 차리고 죽는 것은 당연지사요. 막을 방도는 오직 한 가지, 호랑이의 심장에 해당하는 자리에 절을 지어 불력으로 호랑이의 기운을 누르는 길밖에 없었소. 또 밤을 상징하는 호랑이를 제압하기 위해 상극인 낮을 상징하는 닭을 키움과 동시에 절 이름도 닭이 무리를 지어 산다는 의미로 닭 계(鷄) 자에 수풀 림(林)자를 써서 계림사(鷄林寺)라 했으니 호랑이가 꼼짝도 못한 것이오.”

 시인은 아마도 김천역을 잘 아는가 보다. 지금은 KTX가 김천역에는 서지 않고 김천구미역에 선다. 김천은 인구가 많이 줄어 10만 미만이 되어 상대적으로 발전을 한 구미와의 사이에 역을 만들어 김천구미역이 되었다. 이 역이 시인에게도 낯설겠지만 나 역시 마찬가지다. 김천에 볼 일이 있을 때 김천구미역에 내려서 가면 여간 불편하지 않다. 김천역의 흥망성쇠를 노래한 이 시조 앞에서 내 고향이 김천이기에 눈물 짓는다.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시집 『사랑의 탐구』, 『우리들의 유토피아』, 『생명에서 물건으로』, 『뼈아픈 별을 찾아서』, 『공포와 전율의 나날』,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생애를 낭송하다』 『예수ㆍ폭력』 등과 소설집 『길 위에서의 죽음』을 펴냄.

산문집 『시가 있는 편지』, 『꿈꾸듯 미치도록 뜨겁게』, 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 『최초의 신부 김대건』, 『진정한 자유인 공초 오상순』 등을, 문학평론집 『한국문학의 역사의식』, 『세속과 초월 사이에서』, 『한국 시조문학의 미래를 위하여』, 『욕망의 이데아』, 『경남 문인 4인을 새롭게 보다』 등을 펴냄.

지훈상, 시와시학상, 가톨릭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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