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한송희 에디터

듣고 싶은 말

전자윤


놀이공원 늦겠다
어서 일어나 씻어
또 저번처럼 학교로 새면 안 돼
아니, 놀이공원 가는 애가 교과서를 왜 가져가?
교과서는 나중에 집에 와서 봐도 되잖아
어머, 어머, 얘가 밥도 안 먹고 
지금 학습지 푸는 거니?
엄마가 몰래 공부하지 말랬지
다른 아이들은 열심히 논다는데
너는 자꾸 공부만 해서 어떡하니?
이러니 회전목마를 타도 어지럽다고 하지
롤러코스터 타고 싶지 않아?
공부는 나중에 어른 돼서 해도 되잖아
놀 때 실컷 놀아야지
엄마 말 듣고 열심히 놀 걸
나중에 후회하기 싫으면
틈틈이 게임도 해
참, 잊지 마!
놀이공원 마치면 놀이터 가야 해
또 학원 가서 공부하느라 늦지 말고
알았지?
오늘도 친구들이랑 실컷 놀다 와

ㅡ『까만 색종이도 필요해』(도서출판 브로콜리숲, 2021)

이미지=뉴스페이퍼 제작

<해설>

 이 동시를 읽은 아이들은 얼마나 좋아했을까! 숙제 없는 세상, 경쟁 없는 세상, 시험 없는 세상, 과외 없는 세상. 학교와 학원 보내는 대신 놀이공원과 놀이터에서 며칠 놀게 한다면? 물론 1년 내내 그래선 안 되겠지만. 

 내가 초등학교에 다녔던 시절에는 학교에서 방학 때 방학숙제를 내주었는데 그림일기 쓰기와 곤충채집과 식물채집이 있었다. 요즘도 이런 게 있는지 모르겠다.

 전자윤 시인은 아이들의 마음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아이들이 각종 의무의 굴레를 벗고 실컷 놀아보라고 권유하고 있다. 엄마가 애들에게 제대로 한번 놀아보라고 권유하고 있다. 하지만 계속 놀게만 하지는 않을 것이다. 자유 방임의 왕국에서 며칠 있다 보면 지겨워질 것이다. 해외여행을 해본 사람은 안다. 일주일이나 열흘쯤 돌아다니면서 신나게 놀다 보면 귀국 날짜가 다가오고, 그럼 다시 집에 가고 싶다는 것을.

 그래도 아이들은 한번 제대로 놀아보라고 말하는 엄마가 있기를 바랄 것이다. 숙제를 안 내주는 선생님이 있기를 바랄 것이다. 놀아도 칭찬받는 아이가 되기를 바랄 것이다. 그런 아이의 마음을 잘 아는 전자윤 시인이 집의 아이에게 “숙제? 해 가지 마! 놀아!”라고 말할지 궁금하다.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시집 『사랑의 탐구』, 『우리들의 유토피아』, 『생명에서 물건으로』, 『뼈아픈 별을 찾아서』, 『공포와 전율의 나날』,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생애를 낭송하다』 『예수ㆍ폭력』 등과 소설집 『길 위에서의 죽음』을 펴냄.

산문집 『시가 있는 편지』, 『꿈꾸듯 미치도록 뜨겁게』, 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 『최초의 신부 김대건』, 『진정한 자유인 공초 오상순』 등을, 문학평론집 『한국문학의 역사의식』, 『세속과 초월 사이에서』, 『한국 시조문학의 미래를 위하여』, 『욕망의 이데아』, 『경남 문인 4인을 새롭게 보다』 등을 펴냄.

지훈상, 시와시학상, 가톨릭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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