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한송희 에디터
이미지=한송희 에디터

Las Vegas의 밤과 낮

김송포

골 깊은 가슴의 샘을 훔쳐보고 있다
광기의 엉덩이는 복숭아를 넘어선 흥분된 불멸,
가슴과 힙에 흥분되어 화산이 폭발하기 직전이다
광란의 야성과 그랜드 캐니언의 대지가 어떻게 조화되는지
시선을 이리저리 옮기며 맞추려 하자 밤과 낮이 울부짖는다

너희는 광야의 코끼리, 우리는 호랑이의 발걸음

거리에 선 그들이 땋은 머리칼의 정체를 묻고 싶다
밤에 다니는 불나방처럼 변신의 카멜레온에게 
발산의 행위를 물어보고 싶다

낯선 거리에서 본능이 드나들다
그들의 존재가 명치를 자극했다
사암(砂巖)이 그들의 몸을 통해 불끈거린다는 것을
세속이라 말하지 마라

1달러로 83달러를 얻은 횡재만큼 공갈을 이해하라

밤은 살아나고 낮은 광활하다

조슈아 군락은 마을을 지키고
사막의 바람 앞에 불의 계곡은
화가의 그림을 못다 한 미완성,
라스베이거스 밤과 낮은
가면 뒤에 숨은 액체를 콸콸 쏟아내고
독창(毒瘡)이 활화산처럼 이글거리는 불야성이다

ㅡ『즉석 질문에 즐거울 락』(천년의시학, 2023)

이미지=뉴스페이퍼 제작

<해설>

 미국 서부 네바다주의 사막 한가운데 자리잡은 도박의 도시 라스베이거스에 가본 사람은 알 것이다. 여기서는 쇼를 많이 하는데, 그중 초보 관광객이 많이 가는 곳이 스트립쇼를 하는 극장이다. ‘태양의 서커스’나 ‘불꽃 마술쇼’, ‘데이비드 코퍼필드 마술쇼’ 등 최고 수준의 마술쇼가 펼쳐지는 곳이 라스베이거스다. 김송포 시인은 제1연에서 스트립 공연장의 광경을 아주 에로틱하게 묘사한다.  

 인간은 유희를 즐기는 동물인데, 벅시 시겔이나 하워드 휴즈, 스티브 윈, 셸던 아델슨 등에 의해 이곳은 유흥의 도시에 탈바꿈한다. 사막에 세워진 도시이다 보니 생산시설을 세우기는 어려웠고, 낮에는 쇼를 보고 밤에는 도박을 하는 환락의 도시로 만들었다. 시인의 이 도시의 특징을 변신, 발산, 본능 3개의 어휘로 규정한다. 주로 은퇴한 노인들이 이 도시에 와서 쇼와 도박을 즐긴다. 

 전 재산을 걸고 도박하면 패가망신의 지름길이지만 내가 가서 본 라스베이거스의 노인네들은 그저 푼돈을 날리면서 세월을 보내고 있었다. 1달러로 83달러를 딸 수 있는 곳이다. 반대로 백 달러, 천 달러, 만 달러를 던져 완전히 날릴 수 있다. 절제만 하면 장기체류가 가능하다. 물론 돈이 제법 있어야 이곳에 오래 머물 수 있다.

 마지막 연에 나오는 ‘조슈아’는 선인장의 한 종류로서 군락지가 라스베이거스 근처에 있다. 후버 댐도 근처에 있다. 그런데 시인이 그린 라스베이거스의 밤과 낮은 그다지 좋은 이미지를 지니고 있지 않다. 자본주의의 화려한 불꽃놀이가 매일 펼쳐지고 있지만 생산성 제로, 소비성 100%인 도시여서 그런지 “가면 뒤에 숨은 액체를 콸콸 쏟아내고/독창(毒瘡)이 활화산처럼 이글거리는 불야성”이라고 부정적으로 평가한다. 눈만 뜨면 쇼핑하고 쇼 보고 도박하고……. 이렇게 보내다 꼴깍하면 과연 멋진 말년이라고 할 수 있을까?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시집 『사랑의 탐구』, 『우리들의 유토피아』, 『생명에서 물건으로』, 『뼈아픈 별을 찾아서』, 『공포와 전율의 나날』,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생애를 낭송하다』 『예수ㆍ폭력』 등과 소설집 『길 위에서의 죽음』을 펴냄.

산문집 『시가 있는 편지』, 『꿈꾸듯 미치도록 뜨겁게』, 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 『최초의 신부 김대건』, 『진정한 자유인 공초 오상순』 등을, 문학평론집 『한국문학의 역사의식』, 『세속과 초월 사이에서』, 『한국 시조문학의 미래를 위하여』, 『욕망의 이데아』, 『경남 문인 4인을 새롭게 보다』 등을 펴냄.

지훈상, 시와시학상, 가톨릭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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