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part1] 김승연 회장과 검찰의 악연

▲ 한화 김승연 회장이 8월 16일 서울서부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5번 수사 받고, 수감은 이번이 3번째…” 1981년 한화그룹 제2대 회장으로 취임한 김승연 회장은 31년 그룹을 이끌며 총 다섯 번에 걸쳐 검찰 수사를 받았고, 두 번의 수감 생활을 했다. 이번이 세 번째 구치소행이다.

김 회장은 1993년 불법 외화 유출 혐의로 대검 중수부에 구속됐다. 그는 약 2개월 동안 수감 생활을 한 후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검찰과의 첫 대면이었다. 두 번째는 2004년이다. 당시 김 회장은 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에게 불법 정치자금 10억원을 건넨 혐의로 수사를 받았고, 불구속 기소됐다.

2005년에는 대한생명 인수 과정에서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수사 받았지만 처벌은 면했다. 네 번째는 자신의 둘째 아들을 폭행한 가해자들을 청계산 별장으로 데려가 직접 보복 폭행한 혐의로 경찰 구속된 2007년이다. 이 사건은 이른바 ‘청계산 보복 폭행’으로 알려지며, 일반인들에게 김 회장에 대한 부정적인 인상을 남겼다.

김 회장은 7월 16일 결심공판 최후진술에서 “젊은 나이(29세•1981년)에 회사를 맡은 책임감 때문에 감정도 숨긴 채 강한 외모와 행동을 보여야 했다”며 “그러다 보니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일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적인 삶도 없이 경영에만 매진했고, 회사가 여러 중요한 일로 성장하고 있으니 나라와 기업을 위해 기여할 수 있게 기회를 달라”고 덧붙였다.

2012년 8월 16일. 지난달 김 회장이 언급한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김 회장은 회사와 주주들에게 수천억대 손실을 입힌 혐의로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징역 4년•법정구속, 재계 “충격”

“설마 구치소까지 갈 줄이야” 법정구속은 김 회장 자신뿐만 아니라 한화그룹을 충격에 빠뜨리기에 충분했다. 지난 2월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실형(징역 4년 6개월)을 선고받았지만 재계 10위 총수인 김 회장에게까지 이어질 지는 예상하지 못했다. 과거 총수 관련 판례를 보면 실형을 선고 받았어도 일단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이날 서울서부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서경환)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김 회장에게 징역 4년에 벌금 51억원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재판부는 “김 회장이 한화그룹의 지배주주이고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며 “이를 이용해 부실 차명회사를 불법으로 지원하고 배임범죄로 인해 계열사 피해가 2883억원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또 “검찰이 한화 빌딩에서 압수한 문건을 보면 본부조직에서는 김 회장을 ‘CM(Chairman)’이라고 부르고 직원들이 김 회장을 절대적인 충성의 대상으로 삼고 일사 분란한 상명하복 체계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김 회장 이 사건을 몰랐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김 회장이 한화그룹의 수많은 계열사들의 세세한 문제점까지 날카롭게 지적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등 상당한 경영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한화그룹 경영이나 의사결정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며 “상당한 액수의 양도소득세를 포탈하고도 모든 책임을 실무자들에게 전가하고 반성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CM은 한화그룹 본부 조직에서 김 회장을 부르는 호칭이다. 검찰이 한화그룹에 압수한 문서에 따르면 CM은 신(神)의 경지이고 절대적인 충성의 대상이며, 본부 조직은 CM의 보좌 기구에 불과하다고 적혀있다.

재판부는 한화그룹 경영진 2명에게도 대기업 오너의 불법을 제대로 감시하지 않고 방조한 책임을 물었다. 한화그룹 경영지원실장으로 김 회장의 지시를 이행한 홍동욱 여천NCC 대표에게는 징역 4년에 벌금 10억원을, 비자금 조성에 가담한 한화국토개발 대표 김관수씨에게는 징역 2년 6개월에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이로써 김 회장과 함께 기소된 피고인 15명 가운데 홍 대표 등 2명이 법정 구속되고, 13명에게 유죄가 선고됐다. 김 회장은 선고가 끝나자 입술을 굳게 닫은 채 다른 피고인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고 법정을 빠져나갔다. 서울구치소로 가는 길에선 임직원들에게 “내 자신의 일로 직원들을 고생시켜 너무 미안하다”며 “앞으로 사업이나 경영에 있어서 흔들림 없이 업무에 매진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지난 2004년부터 2006년까지 자신의 차명소유회사 채무 3500억원에 대해 계열사들로 하여금 불법 지급보증을 하게 한 뒤 잦은 회사명 변경•분식회계•기업세탁(차명소유회사 허위 인수•합병) 등을 통해 정식계열사 자금 35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지난해 1월 불구속 기소됐다.

이와 함께 차명계좌와 차명소유회사 등을 통해 돈을 횡령함으로써 계열사와 소액주주 등에게 4800억여원 상당의 손해를 입힌 혐의와 2005년 계열사가 보유 중인 동일석유와 한화 S&C 주식을 자신의 자녀와 누나 김영혜씨(전 제일화재해상보험 이사회의장)에게 저가 매각해 1000억여원의 손해를 입힌 혐의(특경가법 위반)를 받았다.

앞서 검찰은 지난 2월 2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김 회장에게 징역 9년에 1500억원을 구형한 바 있다. 김 회장에 대한 선고 공판은 당초 지난 2월 23일로 예정돼 있었지만 법원의 정기인사이동으로 선고공판이 연기됐다. 이후 검찰은 지난달 16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징역 9년에 추징금 1500억원을 구형했다.

한화그룹은 패닉에 빠져

▲ 김승연 회장의 법정구속 소식에 한화는 충격에 빠졌다.
한화그룹은 즉각 항소할 계획이다. 한화그룹은 김 회장의 징역 4년 실형과 법정구속에 대해 “재판부의 1심 판결을 존중하나, 법적 쟁점이 있는 사항에 대해서는 항소를 통해서 다시 한 번 자세히 소명해 2심 재판부의 판단을 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또 “그룹 내부 사정으로 인해 2년 이상 검찰수사와 재판을 받은 결과 그룹 회장의 법정 구속 상황이 발생한 데 대해 심심한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일을 계기로 기업 본연의 사업에 더욱 정진해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이 되도록 가일층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회장의 공백에 따라 한화그룹은 최금안 경영기획실장을 중심으로 계열사 부회장단이 공동 경영하는 비상경영체제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김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솔라원 기획실장도 적극 참여한다.

또 2003년, 2007년 김 회장이 수감됐을 때와 마찬가지로 주요 경영 현안이 있으면 면회를 통해 보고되는 이른바 ‘옥중 경영’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박용선 기자 brave11@thescoop.co.kr|@itvf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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