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바람 없는 세상이 전하는 침묵

최근의 사진작품을 보면 있는 현상을 그대로 보여주지 않는다. 사진이 갖는 ‘고유함’에서 벗어나 연출이나 인위적인 작업을 통해 선보이는 작품이 늘고 있다.

특히 여러 사진을 컴퓨터로 합성한 작품을 보면 사진의 극적인 효과만 노린 듯하다. 이는 사진이 주는 순수성을 버리고 예술성에만 집중해 하나의 회화작품을 표현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 01)낯선숲-1017 Digital c-print, 76.8x76.8cm 2010 02)낯선숲-1204 Digital c-print, 96x76.8cm 2012

사진작가 권오열은 사진이 지닌 순수성과 고유성에 집중하고 이를 살리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그의 정확함과 치밀함은 그가 평소에 보여준 모습(매사에 철저한 성격)과도 그리 다르지 않다. 보통 사진촬영에 있어 빛은 필수 요소다. 빛이 부족하면 조명이나 이를 대신할 수 있는 도구를 동원해 빛의 강도를 조절해야 한다. 그럼에도 권오열은 작업 때마다 ‘빛’을 우선적으로 배제한다. 빛의 변화에 따라 그림자의 위치도 수시로 변하기 때문이다.

그는 강한 빛은 극적인 효과를 주지만 사진의 깊이를 주지 않는다고 여긴다. 그는 빛 때문에 생기는 그림자로 물체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 데 안타까움을 느낀다. 그래서인지 사진작업 때마다 빛과 그림자를 멀리한다. 바람의 영향도 최대한 배제하려고 한다. 바람은 드라마틱한 상황을 연출하지만 동적인 흔들림 자체를 멀리하기 때문이다. 바람이 깊은 침묵으로 빠져들기만을 기다리는 것이다. 그는 또 완벽한 사진을 찍기 위해 흐린 날씨를 택한다. 고요하면서도 은은해 방해물이 없어 흐린 날씨가 자연 고유의 색과 형태를 뚜렷하고 선명하게 보여준다는 것이다. 그는 전체 화면이 하나의 회화작품처럼 보이기를 원한다.
이처럼 화면 구성에 있어 조금도 흐트러짐이 없는 완벽함은 자연스러운 원근감에 의한 회화성을 느끼게 한다. 이러한 작업습관 때문에 일 년에 몇 안 되는 작품만 완성한다.

“세상의 복잡함으로 인해 가치의 혼란 등 불안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숲을 찾는다.”
- 작가노트 중에서-

▲ 03)낯선숲-1106 Digital c-print, 68.8x124.8cm 2011 04)낯선숲-1203 Digital c-print, 68.8x124.8cm 2012
권오열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식물이나 숲, 꽃, 나무 등 자연의 조화와 질서를 사진에 담으려 한다. 오랜 시간 많은 예술가의 작품(회화, 조각 등)과 각 분야의 작가들과 교류하면서 예술이 가지고 있는 표현의 다양성을 이해하고 작가 자신의 작품세계를 찾아가며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이다. 그는 작품을 통해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기다림과 정확성, 치밀함을 드러내지만 생활(사회)인으로서 조금도 손색없음을 보여주기도 한다.

권오열은 작품에서 이야기 하듯 우리 사회가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 조화를 이루며 살기를 원한다. 특별하다는 것은 결국 질서와 조화를 무너뜨린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요즘 사회는 소수의 의견보다 다수의 의견에 귀 기울이며 그 흐름에 따르는 분위기다. 이는 조화를 이루기 위함이다. 개성은 존중하되 책임감 없는 개성이란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방종으로 여기고 있는 그는 이런 행위를 절대 용납하지 않으려는 자세를 보인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조용함과 더불어 고요함 속에 질서와 조화를 보여주고자 노력한다. 이처럼 권오열의 작품은 자연이 보여주는 질서와 조화라는 화두를 우리 사회에 던져주고 있다.
 

 

 
8월 4주 전시회

현대공간회 - 북촌프로젝트展
매년 북촌에서 프로젝트 전시를 진행하는 현대공간회에서 22번째 북촌프로젝트를 8월 22일부터 9월 4일까지 개최한다. 북촌에 위치한 19개의 갤러리에서 현대공간회 회원들의 다채로운 전시를 감상할 수 있다. 올해는 김승환, 김건주, 김용진, 김은현, 박상희, 송근배, 신년식, 윤지은, 오창근, 이수정, 이장원, 윤조주, 조태병, 홍승남, 황영애, 이성민, 이상길, 이동재, 류류훈, 안병철, 안경진, 정욱장 등 22명의 작가들이 북촌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이승애 - The Monsterius 展
연필과 종이만으로 환상적인 상상의 세계를 구축하는 작가 이승애의 개인전이 8월 31일부터 10월 14일까지 ‘아라리오 삼청 갤러리’에서 열린다.
기존 작업들에서 내면의 여러 부정적인 감정들을 표현한 하나의 캐릭터로몬스터를 만들어냈다면, 이번 전시에서는 여러 캐릭터와 요소들이 모여 하나의 이야기를 이루는 사회적이고 현실적인 모습의 작업들을 선보인다. 가장 연약한 재료인 연필을 가지고 펼치는 이승애만의 풍경은 신비롭고 몽환적이지만 강렬한 힘을 표출한다. 

김상일 문화전문기자 human3ksi @ naver.com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