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겔라 메르켈, 애매한 태도 보이는 이유

▲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8월 26일 베를린 연방의회 의사당을 배경으로 앉아 공영방송 ARD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그리스 2차 총선 이후 수립된 신민당 연립정부는 유럽연합(EU)이 제시한 긴축조건을 이행하지 않았다. EU에서 가장 많은 구제비용을 내야 하는 독일 강경파는 그리스를 향해 쓴소리를 내뱉었다. 분위기가 악화될 조짐을 보이자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드디어 나섰다.

9월 6일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회의를 앞두고 독일 강경파 고위 인사들의 ‘그리스 때리기’가 심해지고 있다. 독일 중앙은행 분데스방크의 옌스 바이트만 총재는 8월 27일 발간된 독일 주간지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ECB가 유로존 내 재정위기국의 국채를 매입하려는 계획에 대해 강력하게 비판했다.

바이트만 총재는 “ECB의 국채 매입 계획은 인쇄기로 돈을 찍어 내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국채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할 때 생기는 위험 부담은 중앙은행이 아니라 개별 국가의 의회가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앙은행을 통한 유동성 공급은 결국 탐욕만 부추길 것”이라며 “그런 프로그램은 마약과 같은 중독성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독일 바이에른주 기독교민주당(CDU) 알렉산더 도브린트도 8월 26일자 빌트지에서 “ECB 드라기 총재의 국채 매입 계획은 통화 위조에 가깝다”며 “그리스는 내년에 유로존에서 이탈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스에 대해 일관되게 강경한 태도를 보인 필립 뢰슬러 독일 경제장관 역시 그리스에 대해 비관적 평가를 서슴지 않았다. 그는 8월 26일 독일 공영방송 ARD 회견에서 “그리스에 시간을 더 줘봤자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뢰슬러 장관은 안토니스 사마라스 그리스 총리가 유로존 정상들을 차례대로 만나 긴축재정 시한을 2년 연장해 달라는 요청을 한 데 대해 “시간은 곧 돈”이라며 “그리스는 구제금융을 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약속을 이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마라스 총리의 요청에 거부의사를 밝힌 것이다.

그리스 구제를 두고 이처럼 비난 여론이 들끓자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강경파 추스르기’에 나섰다. 메르켈 총리는 8월 26일 독일 공영방송 ARD와의 회견에서 “지금은 유로 위기 타개를 위한 결정적인 시점이다”며 “모두가 발언에 신중을 기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ECB가 유로 채권시장 매입에 개입하는 것이 물가안정이라는 ECB 본연의 목적을 벗어나지는 않는다”며 드라기 총재를 옹호했다.

메르켈 총리의 이 발언은 사마라스 총리의 요청을 의식한 것으로 분석된다. 사마라스 총리는 8월 23일 프랑스 르몽드지와의 인터뷰에서 “유럽 관료들이 공공연하게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가능성을 언급하는데 우리가 어떻게 민영화를 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하며 “발언을 중단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메르켈 총리는 그리스의 유로존 잔류를 지지하는 발언과는 달리 긴축재정시한 2년 연장 요청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리스가 약속한 긴축을 이행하지 않으면 추가구제금융은 없다는 기존 주장을 바꾸지 않겠다는 의미다.

그리스의 유로존 잔류 가능성은 여전히 안개 속에 있다. 키를 쥐고 있는 메르켈 총리도 아리송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그리스 유로존 잔류 여부의 결정은 9월 중순 예정된 트로이카 실사단의 보고서의 내용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심하용 기자 stone@thescoop.co.kr|@itvf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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