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효과 1조원의 사나이 ‘싸이’

싸이의 돌풍이 심상찮다. 각국 언론에서 그를 주목하는 빈도가 늘고 있다. 유투브 꿈의 조회수라는 1억 건 돌파도 가시권에 있다. 빌보드 진입도 남의 얘기만은 아니다. 7월 중순, 그의 6집 앨범 ‘강남스타일’이 발매되기 전까진 꿈속에서나 상상하던 결과다. ‘Dreams come true’가 다가오고 있다.

▲ 가수 싸이가 B급 말춤으로 K팝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
이 사람, 제대로 사고 쳤다. 천지사방 강남스타일이다. 사실 ‘어느 정도’ 떴던 사람이긴 하다. 하지만 이번엔 상황이 다르다. 정말로 떴다. 반응이 국제적이다. 스웨덴 수영동호회에서 그의 노래에 맞춰 준비운동을 하고, 미국 풋볼선수가 터치다운을 성공시킨 뒤 ‘강남스타일 말춤’ 세리모니를 한다.

가수명 싸이, 본명 박재상. 한국나이 36세, ‘인터내셔널’ 나이 34세. 특별한 나라사랑(?)으로 군대를 두 번 다녀온 특이한 이력과, 키 작고 머리 크고 배까지 나온 이 남자. 그래서 국제적으로 통할 수 있는 아이돌 스펙과는 거리가 먼 가수.

소녀시대보다 유명한 그 남자

이제는 당당한 대한민국 문화 아이콘이 됐다. 7월 중순 그의 6집 앨범 ‘강남스타일’이 나왔을 때, 지금과 같은 반응을 예상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 무한도전 멤버들의 카메오 출연과 포미닛 현아의 피처링 정도가 화제였다. 뚜껑을 열자 상황은 급변했다. 다소 촌스러운 화면의 뮤직비디오에는 재치가 흘러 넘쳤다. B급성향의 말춤은 대중을 강하게 끌어 당겼다.

K팝은 세계시장(특히 미국시장) 진출을 위해 끊임없이 문을 두드렸다. 나름 결실을 맺고 있긴 하지만, 언론에서 과장한 측면도 있다. 아시아를 제외하면 팬층이 두텁지 않아서다. 음원과 앨범판매를 위해 현지 유통망을 거쳐야 하는 복잡함도 있고, 외국에 정착해 현지화를 겪어야 하는 난해함도 존재한다.

SM의 보아, YG의 세븐, JYP의 임정희 등이 현지화의 어려움으로 인해 별 소득을 얻지 못했다. 그러나 싸이

 
열풍은 일련의 복잡한 과정들을 건너뛰었다. 소셜미디어(SNS)와 유투브의 힘 때문이다. 홍보와 프로모션이 가미되지 않더라도, 재미있고 눈길을 끌면 곧바로 반응이 오는 것이다.

8월말 현재, 강남스타일의 유투브 클릭 수는 8000만 건을 넘어섰다. K팝 중 유투브에서 가장 높은 조회 수를 기록했다는 소녀시대의 ‘Gee’가 8000만을 넘기까지 3년이 걸렸다. 그런데 싸이는 2달도 채 걸리지 않아 해냈다.

관심이 모아지는 건 강남스타일 대박으로 싸이가 벌어들일 금액이다. 지금까지 1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을 것으로 추산된다. 8월 11일 잠실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서 열린 싸이의 단독 콘서트엔 약 3만 명의 관객이 운집했다. 공연 매출액이 30억원에 이른다.

음반수익도 크다. 대중음악 공인 차트인 ‘가온차트’에 따르면 강남스타일은 다운로드 및 스트리밍 등으로 약 4억원, 앨범 판매로 약 3억6000만원을 벌어들였다.

가장 큰 수익이 기대되는 분야는 광고다. 업계에선 싸이의 광고 모델료를 4~5억원 대로 추정한다. 싸이는 현재 10여 개의 광고계약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예상되는 광고수입은 40~50억원이다. 최근 그의 모델료는 더 뛰었을 거라는 게 업계관계자들의 추측이다. LG유플러스의 경우, 싸이를 광고모델로 ‘모시기’
 
위해 미국까지 따라가 광고촬영 스케줄을 맞췄을 정도다.

이외에 각종 행사 수익과 저작권료 등이 더해지면 100억원 이상은 거뜬하다. 하지만 이는 국내에서 벌어들인 수익에 불과하다. 향후 해외앨범판매가 본격화되면 매출은 보다 가파르게 올라간다.

한국 홍보전문가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모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싸이의 경제적 파급효과는 1조원 이상”이라고 평가했다. 서 교수는 자신이 뉴욕타임스 스케어 전광판 광고, 월스트리트저널 전면 광고 등을 기획하면서 기대했던 경제 효과를 비교수치로 삼았다.

싸이에게 가장 뜨거운 관심을 보이고 있는 나라는 미국이다. 강남스타일의 유투브 클릭 수가 6000만 건에 도달했을 당시, 한류카페 ‘한류열풍사랑’에선 국가별 클릭수를 비교했다.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클릭 수는 1227만건으로 한국의 클릭 수 1439만건에 육박했다.

미국 언론의 관심도 높다. 처음 싸이에게 관심을 보인 곳은 미국의 유명 유머 사이트 ‘거커닷컴’이다. 7월 31일 이곳에서 강남스타일을 소개한 뒤 유력언론인 CNN과 타임지가 싸이에게 관심을 보였다. 이후 미 공중파 아침방송과 지역방송, 인터넷 방송까지 앞 다퉈 강남스타일을 보도했다.

재미있는 건, 이들이 싸이의 소식을 전하면서 꼭 강남스타일 말춤을 곁들였다는 점이다. 음악이 나오고 MC
▲ 프랑스 TV에 소개된 싸이의 강남스타일
가 말춤을 추면 전 스태프가 따라 추는 식이다. 1996년, 스페인 듀오 로스델리오의 ‘마카레나’가 미국에서 주목받던 당시와 흡사하다.

미국에서 주목한다는 건 흥분되는 일이다. 사대주의니 어쩌니 해도, 아직까지 세계문화현상의 중심은 미국이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히트=세계적 히트’는 여전한 공식이다. 미국의 관심에 힘입은 탓인지, 열풍은 세계 구석구석으로 번졌다. 핀란드 아이튠즈 싱글차트에서 강남스타일은 뮤즈의 ‘Madness’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호주와 뉴질랜드에서는 아이튠즈 뮤직비디오 챠트 1위에 올랐다. 스페인, 프랑스, 아르헨티나 등 각국 언론도 강남스타일 신드롬에 주목하고 있다.

이 같은 성공은 싸이의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의 기업성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강남스타일 발매 당시 4만6000원 대였던 YG의 주가는 최근 6만2500원까지 뛰었다.(8월27일 기준). 강남스타일로 돈벼락을 맞은 건 싸이가 아닌 양현석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싸이 열풍은 시작 단계

재벌닷컴에 따르면 YG지분 35.79%(356만9554주)를 보유한 대주주 양현석의 주식가치는 2000억원을 넘어

 
섰다. 향후 YG의 투자가치는 더욱 상승할 전망이다. 한국투자증권은 YG에 대해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6만9000원을 제시했다. MD상품 유통망 확대, 제일모직과의 합작 등 기존의 모멘텀 외에, 싸이의 해외 진출계획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한국투자증권 김시우 연구원은 “(YG 내에서) 2012년 싸이의 매출 비중은 9% 수준으로 예상 된다”며 “싸이가 미국, 일본으로 진출하는 계획에 따라 실적의 상향 여지는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싸이의 돌풍은 아직 시작단계다. 꿈의 조회 수라는 유투브 ‘1억 클릭’을 가시권에 둔 현재까지도 접속자 수는 가파른 증가추세다.

세계적인 스타들의 간접홍보 효과도 쏠쏠하다. 브리트니 스피어스는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가 진짜 재미있다”며 “말춤을 가르쳐 줄 사람을 찾는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고, 케이티 페리는 트위터에 “도와줘. 나 ‘강남스타일’에 빠졌어”라는 글을 올려 눈길을 끌었다. 조쉬 그로반, 티페인, 로비 윌리엄스 등 유명 가수들도 SNS를 통해 뮤직비디오 감상평을 올려 화제가 됐다.
 
하지만 싸이의 열풍이 식은 후에도 지속적으로 K팝에 대한 관심이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현재 K팝을 주도하는 집단은 아이돌이다. 싸이는 아이돌 기반의 K팝 열기에 힘입어 세계의 주목을 받은 게 아니다. 사실상 독자적인 아이템으로 올라섰다고 봐야 한다. 여세를 몰아 관심을 지속시킬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

빌보드를 향해 말타고 질주

싸이에겐 마지막 과제가 남았다. 빌보드 차트 진입이다. 빌보드에 이름을 올리는 건 그간의 인기를 객관화시키는 방점이다. 한국가수 중 김범수, 스컬 등이 빌보드 싱글부문에 이름을 올린 적이 있다. 하지만 메인이 아닌 서브차트에 랭크된 것이다.

▲ 싸이는 무대에서 혼신의 힘을 쏟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가 대중들로부터 폭넓은 사랑을 받는 이유다.

명실상부한 빌보드의 메인차트는 ‘빌보드 핫100’이다. 일반적으로 통칭되는 ‘빌보드 차트’란 바로 이 ‘빌보드 핫100’을 일컫는다. 한국 가수 중 이곳에 발을 내디딘 이는 원더걸스가 유일하다. 영어버전 ‘노바디’로 76위에 오르긴 했으나 1주일 만에 차트에서 탈락했다. 그만큼 어렵다.

강남스타일의 빌보드 진입을 위해선 전략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후렴구를 한국어 버전으로 살리되, 랩 부분은 영어로 개사하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마카레나’의 경우 화제성을 등에 업고 스페인어 원곡으로 빌보드 진입을 노렸으나 별 소득을 얻지 못했다. 이후, 도입부에 영어를 삽입하고 후렴구는 스페인어를 살린 리믹스 버전을 출시함으로써 빌보드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

9월 중 싸이는 미국으로 향한다. 싸이는 영어에도 능통하다. ‘빌보드 핫100’ 정상에 오른 싸이의 모습이 보고 싶다.

Issue in Issue

K팝 중 가장 높은 유투브 클릭 수를 기록한 곡은…

한류 가수들이 국제적인 명성을 떨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게 유투브(YouTube)다. 무료 동영상 공유 사이트로, 사용자가 직접 영상 클립을 업로드하거나 공유할 수 있는 곳이다. 2005년 2월 스티브 첸(현 유투브 CEO), 채드 헐리, 자웨드 카림이 공동으로 창립했다. 현 소유주는 구글(Google)로 2006년 10월, 16억5000만 달러(약 1조7000억원)에 유투브를 인수했다.

▲ 유투브에서 강세를 보이는 소녀시대.

그렇다면 K팝 중 유투브에서 가장 많은 클릭수를 기록한 곡은 무엇일까(8월말 기준). 조만간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정상을 차지하게 되겠지만(현재 2위), 아직까지는 소녀시대의 ‘Gee’가 1위다. 2009년 6월 유투브에 오른 이 노래는, 8월 31일 현재 8372만 건의 클릭수를 기록하고 있다.

3위 역시 소녀시대다. 2011년 4월 유투브에 오른 일본어 버전의 ‘Mr. Taxi’가 8월말 기준 6163만 건의 조회 수를 기록 중이다. 4위와 5위 역시 소녀시대다. 2011년 10월 유투브에 오른 ‘THE BOYS’와 2010년 1월 유투브에 오른 ‘Oh!’가 8월말 기준 각각 5548만명, 5462만명을 기록 중이다. 유투브 K팝 클릭 탑5 중 4개가 소녀시대 곡이다. 소녀시대가 세계적으로 나름의 영역을 구축하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6위부터 10위까지를 살펴보면, 슈퍼주니어의 ‘Mr.Simple’, 2NE1의 ‘내가 제일 잘 나가’, 슈퍼주니어의 ‘미인아’, 소녀시대의 ‘런 데빌 런’ 슈퍼주니어 ‘SORRY, SORRY’ 등이 랭크돼 있다. 10위 까지의 곡 중 SM엔터테인먼트의 곡이 8곡이고, YG엔터테인먼트의 곡이 2곡이다. 연예기획사 빅3로 일컬어지는 JYP의 곡은 톱10에 한 곡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유두진 기자 ydj123@thescoop.co.kr|@itvf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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