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일의 Art Talk | 작가 임승오

임승오는 ‘문명의 재현’이라는 모티브로 과거의 흔적들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흔히 조각에서 보여줄 수 있는 보고ㆍ만지고ㆍ느끼는(감흥) 등의 인식 외에 보는 이로 하여금 추억이라는 ‘상상세계’를 불러일으키도록 재현을 시도하고 있다.

▲ 01 시간의 차연
작가 임승오가 ‘순수 조형’ 탐구하기 위해 사용하는 주재료는 그가 스페인 유학시절부터 주로 사용해온 ‘철재’나 ‘돌’ 같은 재료로 이는 현대사회의 냉혹함과 차가움을 드러내는 데 사용되고 있다. 반면 자연의 일부나 문명의 흔적들을 재현할 때는 ‘테라코타’(흙을 굽는 것)로 작업함으로써 따스함과 함께 고대 유적의 발굴현장에 동참하는 것 같은 느낌을 들게 한다.

현대문명의 상징이나 마찬가지인 컴퓨터나 자판, 칩 이외의 산업 폐기물을 가지고 고대의 패총貝塚이나 화석化石의 흔적처럼 재현한 그의 작품은 역사의 흔적을 공통의 관심사로 개입시켜 공감을 이끌어내는 듯하다.
반면 폐기물 위에 파란 풀을 심어 놓거나, 오브제에 의한 상징탑(유적)을 세워 놓는 등의 작업은 대자연과 발달된 문명 사이의 갈등을 표현하는 듯하다. [※ 오브제란 영어의 오브젝트(object)와 같은 뜻으로 물체 또는 객체를 말한다. 미술에서는 일반적으로 ‘주제’의 대조적인 뜻으로 사용된다.] 이는 자연애와 인간애를 기본에 두고 작업하는 작가의 자세를 엿보게 한다.

은유 방식으로 소통 창구 만들어
최근 그의 작업을 보면 구체화된 오브제를 개입시키고 있다. 은유나 비유를 통해 관객과의 소통의 창구를 열어놓는 듯하다. 거기에 반복을 통한 재현된 작업들을 추상적으로 보여주는데 이는 즉흥적이라기보다는 천천히 음미하며 감상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 02 발굴된 시간의 터
“내 작품은 규범에 따른 완결된 조형물이 아니다. 단순히 ‘제시된 현실의 오브제’도 아니다. 조형적인 느낌보다는 ‘자연’에 가깝고 단순한 오브제라기보다는 소박하면서도 원초적인 삶을 일깨워 줄 수 있는 강한 생명력 지녔다. 내 작품 속 생명력이 마치 어떤 자력처럼 현대인을 이끌어 그들에 신선한 공간을 마련해 주었으면 한다.”
그의 작품에는 유적이나 유물이 재현돼 있거나 ‘아톰’이나 ‘시계’ ‘비행기(미니어처)’ 같은 추억 속 오브제가 등장한다. ‘과거로의 회귀’는 보는 이로 하여금 상상의 세계로 인도하고, ‘The past-present-future’라는 작품의 제목처럼 과거와 현재, 미래를 찰나의 연장선에 놓기도 한다.

“흙의 체험을 통해 사물 내지는 인간세계의 생성과 소멸의 과정을 드러내 보이고 싶다” 는 작가는 흙을 통해 인간성 회복이나 자연의 순환과정을 표현하면서 현대인이 느끼는 현실적 괴리감을 따스한 추억으로 감싸 안으려 한다.
작가 임승오는 작품을 통해 과거의 시간을 되살리는 작업, 즉 재현이라는 작업은 현재와 미래를 이어주는 상상의 순환열차와도 같은 것으로 여긴다. 그의 조형성은 설치개념과 함께 역사성을 드러냄으로써 현대 조각의 새로운 장을 열어가고 있다.

9월 1주 전시회

 
이미경 - 기억의 치유展
펜과 잉크로 추억의 풍경을 담아내는 작가 이미경의 전시가 9월 1일부터 20일까지 파주 아트팩토리에서 열린다. 이미경의 그림은 시골동네의 구멍가게라는 익숙하고 향수어린 소재를 다루고 있다. 이 추억의 공간을 펜화라는 다소 독특한 재료로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그림 속에 섬처럼 자리한 구멍가게를 작가는 단순히 기록하거나 묘사하는 것에 머물지는 않는다. 그것은 개인적인 추억과 기억, 향수를 넘어서 한국의 급속한 근대화, 산업화가 빚어낸 상처에 대한 무의식적인 주목이기도 하다. 관람객들은 그의 그림 속에서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추억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승애 - 평화누리에서 만나다展
2001년 창립 이래 매년 새로운 현장을 찾아 프로젝트형 조각전을 펼치고 있는 프로젝트 아티스트 그룹 ‘야생동물들’ 작가들이 임진각 평화누리에서 9월 1일부터 10월 1일까지 ‘평화누리에서 만나다’전을 개최한다. 임진각 평화누리는 친환경적 생태와 DMZ 접경지대의 아름다운 자연이 이루어내는 조화를 보여주는 곳이다. 양태근, 임승오, 주송렬, 류신정, 노준, 나점수, 신치현, 설총식, 신성호, 송운창, 조권익, 강민규, 강덕봉, 김택기, 민정아, 유지숙, 채진숙, 정의지, Hasan Hujairi 등 19명의 조각가들이 참여하는 이 전시는 환경에 대한 테마를 주제로 펼쳐진다.

김상일 문화 전문 기자 human3ksi @ nav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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