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정책연구소 김형완 소장

▲ 나주 성폭행 사건에 대한 현장 검증이 9월 1일 전남 나주시 한 지역 사건 발생 현장에서 이뤄졌다. <사진:뉴시스>
최근 잇따라 발생한 성폭행사건으로 우리 사회가 충격에 빠져 있다. 하지만 전남 나주에서 일어난 여아 납치 성폭행사건에 대해 언론이 피해자 가족까지 취재하는 등 과열양상을 보이면서 2차 피해 우려를 낳고 있다.

경찰은 성폭력과 묻지마 범죄를 방지한다는 명분으로 거리 불심검문을 부활하겠다고 나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경인방송 ‘상쾌한 아침, 원기범입니다’에서 인권정책연구소 김형완 소장을 인터뷰했다.

◆ 나주 사건에 대한 언론 보도 태도를 어떻게 보나.
“조금 자극적인 게 아니라 선정적인 수준이다. 사회적 증오와 분노를 이끌어내는데는 큰 영향을 주고 있다. 그런데 이런 사건은 국민의 1회성 분노 분출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사건을 둘러싼 여러 요인을 심층적으로 분석할 책무가 언론에 있는데, 그것을 게을리하고 있다. 문제의 본질이 왜곡되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 피해자 가족들의 인권은 어떤가.
“심각하다. 심지어 피해자 집안까지 카메라가 비추고 있다. 마을의 위성사진까지 보도됐다. 피해자들이 나주에서 더 이상 살 수 없을 지경이다. 일부 언론에서는 자성을 촉구하는 기사까지 내고 있다.”

◆ 나주 사건 현장검증이 아수라장이 됐다.
“분노한 시민의 심정은 이해한다. 그런데 피의자에 대한 개인적 증오, 처벌도 중요하지만 유사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책적인 고려를 해야 하는데, 그러질 못하는 듯하다. 77명을 살해한 노르웨이 브레이빅 사건을 살펴 볼 필요가 있다. 노르웨이 총리에게 ‘이 사건의 재판이 어떻게 될 것 같냐’고 기자들이 묻자 ‘그것은 사법부가 알아서 할 일이지 내가 답변할 사항이 아니다’고 했다. 만약 우리나라 정치인이 이런 얘기를 했다면 국민으로부터 엄청난 돌팔매를 맞았을 것이다. 하지만 노르웨이 국민은 ‘지금은 증오가 아니라 관용이 필요할 때’라며 차분하게 대처했다. 차분하고 다각적인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으로 피의자를 옹호하자는 것은 아니다.”

◆ 나주 사건을 계기로 경찰의 불심검문이 부활하려고 한다. 하지만 국가인권위의 권고로 사실상 사라졌던 제도 아닌가.
“2010년도에 불심검문이 사실상 사라졌다. 인권위 권고의 핵심은 현행 경찰 직무집행법 3조의 규정을 지키라는 것이었다. 범죄가 예상되거나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에 한해서 검문을 하라는 취지다. 하지만 이것도 검문을 받는 사람이 거부하면 못하게 돼 있다. 시민의 권리를 보장하는 범위 내에서 검문이 이뤄지도록 한 것이다.”

◆ 불심검문으로 강력범죄를 막을 수 있다고 보나.
“실효성이 의심된다. 최근 범죄는 거의 대부분 충동범죄이기 때문이다. 성폭행 사건의 약 80%은 면식범의 소행이다. 이런 이유에서 불심검문은 실효성이 없다. 도리어 국민을 준準범죄집단으로 여기는 것이 된다.

◆ 범죄를 예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권도 도외시 할 수 없다. 국가 차원의 정책도 필요해 보인다.
“경찰청 훈령으로 돼 있는 인권 보호 부분을 훈령이 아니라 법령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 피해자에 대한 회복 지원 프로그램도 필요하다. 나주 사건도 범죄 피해자 지원금이 고작 500만원이다. 의료비로 써도 모자라는 수준이다. 더구나 성폭행을 당한 피해자가 5~6인 입원실에 입원하도록 돼 있다. 프라이버시를 지킬 수 없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의 2차·3차 피해를 막을 수 있는 사항을 국가인권위에서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김성민 기자 icarus@thescoop.co.kr|@itvf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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