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감을 뛰어넘는 스마트 기기

▲ 최첨단 기술이 집약된 투명 가스센서는 융모원리를 활용해 평면 센서보다 1000배 이상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설계됐다. <사진:김선용 기자>
전업주부 황인주(34)씨는 아이들 먹거리 걱정을 스마트폰으로 해결한다.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의심스런 음식이 상했는지 금세 판독할 수 있다. 스마트폰에 부착된 가스센서 덕분이다. 투명 스티커 모양으로 사이즈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다. 이 센서는 상한 음식에서 생성되는 발효 부산물 가스를 민감하게 잡아내 음식의 신선도를 알려준다.

직장인 이민정(24)씨는 업무환경 상 간접흡연에 노출되는 일이 잦아 스트레스다. 1년에 한 번씩 병원에서 받는 정기검진으로는 뭔가 부족한 기분이다. 그래서 생각날 때마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자가진단을 한다. 스마트폰에 장착된 가스센서에 날숨을 쉬면 센서가 암환자 특유의 VOC(휘발성 유기화합물)를 분별해 진단을 내린다. 호흡만으로 높은 암 진단과 예방이 가능해진 셈이다.

 
이 모든 과정을 가능케 하는 투명 가스센서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돼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전자재료연구센터 윤석진 박사와 서울대학교 재료공학부 장소원 교수 공동연구팀은 자가 활성으로 작동하는 투명 화학센서 개발에 성공했다.

연구팀은 가스센서의 특징으로 저전력•고감도•투명성을 꼽았다. 소비전력은 기존 센서 소비량의 1000분의 1수준으로 줄었다. 가동시 소비전력이 0.2㎼(마이크로와트)가 채 되지 않아 장기간 사용이 가능하다. 연구팀은 주변 화학 물질의 흡수율을 높이기 위해 소장 내벽의 융모를 모방해 센서를 설계했다. 융모원리를 응용한 센서는 평면 센서보다 1000배 이상 민감하다. 센서를 이용하면 이산화질소•아황산가스•아세톤 등의 유해가스를 10억분의 1 이하 수준에서도 감지할 수 있다.

연구비만 80억원 투입

 
투명한 형태로 개발됐다는 점도 장점이다. 모바일 기기에 원활히 접목하기 위해서는 투명성이 필수다. 이번에 개발된 센서는 투명한 유리기판과 산화물 전극을 사용해 가시광선 투과율이 90%에 달한다. 화학 센서 기능에 투명성까지 더해져 활용범위는 넓어졌다. 자동차 디스플레이 분야가 대표적 사례다. 차량 밖 공기에서 유해가스가 감지되면 운전자에게 경고창이 띄워지고 외부공기 유입이 자동으로 차단되는 방식이다.

개발에 참여한 강종윤 KIST 교수는 “각종 스마트 디바이스와 신기술이 결합되면 인간의 오감을 뛰어넘는 수준의 기술혁신이 가능할 것”이라며 “그 활용범위는 환경, 산업, 우주•항공, 의학, 군사 등으로 무궁무진하다”고 전했다. 이 연구는 지식경제부 핵심소재 원천기술 사업의 지원으로 진행됐다. 4년간 약 80억원의 연구비가 투입됐다. 연구 결과는 세계적 과학저널인 네이처가 발행하는 온라인 저널인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게재됐다. 우리나라와 미국 등에서 8건의 특허가 출원됐다.

정다운 기자 justonegoal@thescoop.co.kr|@itvf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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