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공조 인수 노리는 한라그룹 정몽원 회장

한라그룹 정몽원 회장이 한라공조 인수에 나섰다. 정 회장이 선언한 ‘한라그룹 명가 복원 플랜’의 일환에서다. 한라공조는 정 회장의 선친의 혼이 담겨 있는 한라그룹의 옛 핵심계열사였다. 한라그룹의 ‘심장’을 아들 정 회장이 되찾으려 하는 것이다.

▲ 한라그룹 정몽원 회장이 한라공조 인수 등 그룹 재건에 나섰다. 사진은 2011년 9월 고 정인영 회장 흉상 제막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정몽원 회장.
한라그룹 핵심계열사 만도가 중국법인들을 모아 올 연말까지 홍콩 증시 상장을 추진한다. 만도는 9월 3일 8개 중국자회사의 출자지분 소유를 사업목적으로 하는 국내법인 만도차이나홀딩스(중국사업 지주회사)를 설립했다. 이후 중국자회사의 지분을 만도차이나홀딩스에 현물출자 방식으로 양도해 홍콩증권거래소에 상장할 계획이다.

 
만도 관계자는 “시장 확대가 예상되는 중국 사업을 보다 효율적으로 총괄하고, 역량을 강화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재계는 다른 부분에 주목한다. 잃어버린 한라공조를 인수하기 위한 실탄(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상장을 추진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는 한라그룹 정몽원 회장이 그리는 ‘한라그룹 복원 플랜’에서 시작된다. 2008년 만도를 인수한 정 회장은 국내 최대 자동차 공조 시스템(에어컨•히터)업체인 한라공조를 되찾는 그룹 부활의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다.

한라공조는 1986년 정 회장의 부친인 정인영 회장(2006년 작고)이 미국 포드사와 지분 50 대 50으로 설립한 합작사다. 하지만 외환위기 당시 지분 전량을 매각했고, 현재 최대주주는 미국계 사모펀드인 비스티온(69.99%)이다.

만도가 홍콩 증시 상장 한 달을 앞둔 8월 7일 국민연금공단과 글로벌투자 파트너십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도 한라공조 인수를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양해각서의 주요 내용은 국민연금이 보유한 한라공조 지분(7.8%)의 우선매도권을 만도에게 부여한다는 것이다.

한라그룹은 1996년 재계 12위로 제법 잘나가는 대기업이었다. 하지만 1997년 경영난으로 만도(옛 만도기계), 한라공조, 현대삼호중공업(옛 한라중공업) 등 핵심 계열사를 매각하며 그룹이 무너질 위기까지 경험했다.

 
그러나 정 회장은 와신상담하며 때를 기다렸다. 2008년 만도를 인수했고, 알찬 열매를 맺는 데 성공했다. 만도의 지난해 매출은 4조5601억원으로 그룹 총 매출 7조1200억원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그만큼 비중이 크다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한라그룹은 올해 재계 55위로 뛰어 올랐다.

하지만 아직은 부족하다. 한국을 비롯해 북미•유럽•아시아 등에 13개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는 한라공조를 되찾지 못한다면 반쪽짜리 그룹 밖에 되지 않아서다. 정 회장이 2010년 5월 만도의 증시 재상장 당시 한라공조도 되찾겠다는 의지를 밝힌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라그룹의 현재 사업 포트폴리오는 크게 자동차•건설•유통과 항만 부문으로 나뉜다. 이 중 자동차 부품이 주력사업이다. 만도를 인수하며 그룹 재건에 다가섰지만 한라공조를 확보해야 진정한 글로벌 자동차 부품회사로서 도약할 수 있다. 한라공조를 인수한다면 정 회장이 제시한 2015년 매출 17조원 달성이라는 그룹 비전에도 한걸음 다가서게 된다. 한라공조는 지난해 매출 3조3121억원을 기록했다.

한라그룹이 만도에 이어 한라공조를 인수할 수 있을까. 또한 이를 발판으로 한라그룹이 글로벌 자동차 부품명가로 재도약할 수 있을까. 정 회장은 ‘승부처’에 서 있다.

박용선 기자 brave11@thescoop.co.kr|@itvf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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