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의 두가지 악재

▲ 삼성전기는 세계 2위의 MLCC(적층세라믹콘덴서) 공급업체로 연간 생산능력이 600억개에 달한다. (사진: 삼성전기)
10만6000원대를 상회하던 삼성전기의 주가가 최근 눈에 띄게 하락했다. 8월 27일에는 9만2500원대까지 떨어졌다. 업계는 삼성전기의 고공행진에 제동이 걸린 원인으로 애플과 삼성의 소송전을 꼽고 있다. 소송 이후 애플이 대對삼성 부품의존도를 줄일 것이라는 예측이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삼성전기는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주요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그러나 삼성전기의 주가가 떨어지는 이유는 소송전과 별 관계가 없다는 견해가 많다. 제 아무리 애플과 삼성의 감정적 골이 깊어졌더라도 애플로선 세계 2위 MLCC(적층세라믹콘덴서) 공급업체인 삼성전기와의 거래를 중단하기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애플은 MLCC 부품을 일본 무라타, 다이요 유덴, 삼성전기 3개 업체에서 공급받고 있다. 무라타의 MLCC 연간 생산능력은 600억~700억개, 삼성전기는 500억~600억개, 다이요 유덴은 200억~250억개다. 이런 상황에서 애플이 삼성전기를 배제한 채 아이폰•아이패드를 생산하려면 생산량을 줄이거나 부품단가협상에서 저자세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

삼성전기를 둘러싼 상황이 이처럼 그렇게 나쁘지 않음에도 이 회사의 주가는 다시 오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증권업체들은 삼성전기의 목표주가 13만4000원을 내세우며 매수를 권고하고 있지만 투자자들은 미동조차 하지 않고 있다. 왜일까.

사실 투자자가 걱정하는 삼성전기의 문제는 ‘회사의 장기성장 가능성’이다. 2010년 이후 연 평균 50~100%씩 커지던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률은 올해 들어 50% 이하로 뚝 떨어졌다. 이런 상황은 전체 매출의 45% 가량을 휴대전화 부품에서 올리는 삼성전기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신한금융투자의 김의근 연구원은 “2008년 1억4000대에 불과했던 스마트폰 출하량이 2011년에는 4억7000대에 달했다”며 “스마트폰 시장은 포화 상태에 이르러 더 이상 급성장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전기가 악재에 매여 있기보다는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자동차용 MLCC에 집중하는 등 타개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MLCC 시장도 녹록치 않다는 점이다. 삼성전기가 강세를 보이는 MLCC 시장은 최근 들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올해 3분기 이후 MLCC 부품의 단가가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이런 분석에 대해 삼성전기는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는 모습니다. 삼성전기 유상범 IR팀 과장은 “지난해 주가가 5만9200원대까지 떨어지기도 했지만 지금은 시가총액 7조대의 부품회사로 성장했다”며 “단순한 주가 추이로 기업 가치를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장기전략과 성장동력에 관한 질문에는 “자동차나 산업용 MLCC로 섣불리 사업의 무게중심을 옮기기 보다는 현재의 핵심시장인 스마트폰과 태블릿 부문의 공략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다운 기자 justonegoal@thescoop.co.kr|@itvf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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