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특집 파트4] 온오프라인 6개 서점 추천「추석에 읽을만한 책」

▲ 책 한 권만 있으면 여행의 참맛을 만끽할 수 있다.(사진=뉴시스)
교보문고에 가면 이런 글귀가 적힌 봉투에 책을 담아준다. ‘책은 사람을 만들고, 사람은 책을 만든다.’ 책을 한동안 놓고 살았던 사람이라면 공감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언제나 이 명제는 참이다.

요즘 길을 가다 부딪칠 일이 참 많다. 앞을 보지 않고 걷는 이들이 많아서다. 이동 경로가 거의 일정한 지하철 환승역엔 그런 부류가 더 많다. 이유는 하나, 스마트폰 때문이다. 무엇을 그토록 열심히 보는지 알 수 없지만 절반 이상이 그렇게 스마트폰을 보며 걷는다.

때로는 ‘스마트폰에 사로잡힌 좀비’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만큼 우리는 스마트폰에 사로잡혀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의 통계는 이를 뒷받침한다. 통계에 따르면 2011년 스마트폰 이용자의 67.6%가 하루 평균 1시간 이상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에 42.6%였던 것에 비하면 25%포인트나 늘었다.
 
이번 추석, 귀성객 중에도 스마트폰을 놓지 못하는 이들이 많을 듯하다. 문제는 이들이 대화보다는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일에 더 익숙해져 있다는 거다. 애나 어른이나 할 것 없이 대화보다는 스마트폰, 컴퓨터 혹은 TV에 빠져 있고, 분주한 음식준비를 통해서만 추석 분위기가 느껴진다면 어떨까. ‘이건 아니다’ 싶은 생각은 기자 혼자만 느끼는 게 아닐 것이다.

이런 가정이 현실이 되지 않도록 The Scoop가 한 가지를 제안한다. 그것은 책이다. 책 한 두 권으로 무얼 할 수 있냐고 묻는다면 천만에 말씀이다. 보통 책이 아니다.

첫째, 소개할 책들은 잃어버린 감수성을 찾아주는 소설•동화•에세이다. 책을 읽다보면 아련한 기억들을 떠올릴지 모른다. 귀성길에 혹은 귀경길에 주변 눈길을 피해가며 눈물을 흘릴지도 아이들처럼 함박웃음을 짓게 될지도 모른다.

뭐가 됐든 책을 읽고 따뜻해진 마음으로 사람을 대하면 대화는 자연스럽게 나오기 마련이라는 게 기자의 추론이다.

만약 이 책들을 읽고 난 뒤에도 상응하는 행동이 따라오지 못한다면 자신의 감수성이 ‘사람의 것’이 맞는지 진지하게 고민해 보길 권한다. 그만큼 가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다.

둘째, 44페이지부터 250페이지까지 분량이 많지 않다. 가까운 거리라면 짧은 책을, 먼 거리라면 두꺼운 책을 선택하면 된다. 독서가 좋다지만 고향에 도착한 후에도 책에 매달리면 곤란하다. 250페이지는 아무리 늦게 읽어도 고속버스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는 승객이면 충분히 한 권을 읽을 수 있다.

셋째, 원래 청소년들을 위해 출판된 책이 대부분이다. 일부는 초등학생을 위한 책도 있다. 그 이유는 가족이 함께 이동하는 것을 고려해서다. ‘나혼자 책읽기’에 몰입하기보다는 ‘함께 책읽기’나 ‘책 읽어주기’를 해보란 뜻이다. 특히 대화가 끊긴 가족이라면 책 읽어주기가 서로를 가깝게 만들어주는 끈이 될지도 모른다.

끝으로 6개 서점이 추천한 책이다. 오프라인 서점인 교보문고•영풍문고•반디앤루니스와 온라인 서점 yes24•알라딘•인터파크가 엄선했다. 수준은 이미 검증받은 셈이다. 이번 추석에는 디지털보다 아날로그에서 좀 더 소중한 것을 발견하길 기대해 본다.

 
<예스24 선정 도서>

「황금 깃털」
“넌 후회하게 될 거야”

과거의 선택을 바꿀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누구나 한번쯤은 그런 상상을 해봤을 테다. “그 때 그 일만 없었다면…”이라며 과거를 지우고 싶은 주인공이 과거를 고칠 수 있는 황금 깃털을 손에 쥐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으랴. 늘 그렇듯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또 다른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인생에서 지금과 다른 선택을 한다면 당연히 이전 선택에서 얻은 것들은 포기해야 하는 법이다. 그래서 한번 후회하면 끝이 없다.

저자는 학생들의 현실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인 왕따 문제를 판타지와 엮어 집중 조명하면서 인간이 가진 기본적인 욕구까지 대리 충족시켜주고 있다. 판타지를 넣었다고 해서 ‘족보’ 없는 인터넷 소설들과 비교한다면 곤란하다. ‘마해송문학상’의 제8회 수상작인 만큼 이름값을 한다.

주인공이 과거의 선택을 바꿈으로써 좀 더 행복해졌는지에 대해서는 글쎄. 청소년 소설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답은 이미 나와 있다. 하지만 ‘왜’라는 물음을 해본다면 책 속에서 또 다른 답을 찾을 수도 있다.

「장수탕 선녀님」
책읽는곰 / 백희나 글, 그림 / 44쪽


또 판타지 동화다. 제목은 선녀님이지만 표지엔 빨대 꽂은 요구르트를 ‘쪼르륵’ 소리가 날 것처럼 빨아 마시는 할머니가 그려져 있다. 예쁜 선녀님을 기대한다면 실망이 크다. 하지만 몇 페이지 안 되는 책으로 표지가 주는 임팩트만큼 획기적인 상상력으로 웃음과 감동을 전한다. 아이들 사이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동화이자 뮤지컬로도 선보인 적 있는 「구름빵」의 작가가 이 책을 썼다.

 
목욕탕에서 자신을 선녀라고 말하는 할머니를 만나 현실과 상상을 넘나드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다뤘다. 색다르게 그려지는 선녀는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는 동시에 잊고 살았던 할머니, 할아버지와의 기억까지 새록새록 되새기게 한다.

책 속에 삽입된 이미지들은 그림이 아니다. 저자가 직접 빚어낸 인형에 표정을 담아 배치하고 촬영한 사진이다. 때문에 책 속의 상상은 책 밖에서도 이어진다.

<영풍문고 선정 도서>

「로큰롤미싱」
현대문학 / 스즈키 세이고 저 / 100쪽

일본의 권위 있는 문학상을 수상했다는 수식어를 뺀다 해도 책은 이미 표지에서부터 로큰롤 음악을 빵빵 틀어놓은 듯 살아 숨 쉰다.

그렇다고 로큰롤 밴드이야기는 아니다. 소재는 미싱이다. 어머니가 열심히 밟아가며 구멍 난 양말과 찢어진 옷을 기워주던 그 미싱이다. 미싱으로 옷을 만드는 젊은 청춘의 이야기다. 무작정 옷 만드는 게 좋아 패션업계로 뛰어든 젊은이들의 좌충우돌 에피소드와 ‘파이팅’으로 시작해 ‘파이팅’으로 끝나는 경쾌한 리듬감이 녹아 있다.

일본 패션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저자를 통해 사실감 넘치는 문장을 읽을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책이 1998년 일본에서 출판된 청춘소설의 고전이라는 거다.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라는 영화로 제작된 적도 있다. 그런 소설이 지금에서야 한국에 상륙했다.

물론 일본과 한국의 정서가 다른 만큼 일본에서만큼 인기를 끌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동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라면 코드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로큰롤이 그랬던 것처럼.

 
「명탐견 오드리」
“오드리 햅번? 그건 내 이름인데?”

제목에서부터 추리소설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이 책은 조금 독특하다. 흥미진진한 이야기의 주인공은 사람이 아닌 개다. 게다가 이 개는 사람보다 더 인간적인 면모를 보이며 ‘봤지? 이런 거야’라는 식으로 독자의 뒤통수를 친다. 게다가 ‘오드리’라는 이름은 오드리햅번에서 따온 것으로 자아에 대한 자긍심도 높다. 꼬아 보자면 한이 없다. 

그러나 한 가지. 저자는 종種간 경계를 명확히 그어 놓음으로써 명탐견 오드리를 바라볼 수 있도록 했다. 사람의 시선으로 보면 오드리는 그저 ‘참 똑똑한 개’일 뿐이다. 오드리의 이름도 사람들 사이에서는 ‘초복이’ ‘해피’ 등으로 불린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이 책은 재밌다.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된 세가지 사건을 오드리가 파헤치는 과정에서 빚어지는 에피소드는 시종일관 독자를 미소 짓게 만든다.

혹자는 소설을 현실에 끌어다 놓고 강아지에게 ‘너 혹시 나에게 뭔가 말하고 싶은 게 있니?’ 라고 물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저자는 그런 관심이 사람과 사람 사이에 더욱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알라딘 선정 도서>

「열다섯 문을 여는 시간」
“엄마, 내 마음에 구멍이 생긴 거 같아요”

아이들을 위해 다양한 창작활동을 해온 노경실 작가의 작품이다. 「열다섯 문을 여는 시간」은 청소년들을 위해 출판됐지만 오히려 부모들이 읽어야 할 소설이다. 사춘기가 우울증으로 발전한 열다섯 살 청소년들의 혼란과 스트레스를 그대로 조명하고 있어서다.

물론 이 책 속에서 우울증에 시달리는 자녀를 어떻게 보듬어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녀의 마음을 이해하면서 좀 더 가까이 갈 수 있는 계기 정도는 만들 수 있다.

청소년 자살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요즘, 아이들의 생각을 비집고 들어가 볼 필요가 있다. 저자는 우울증에 걸린 청소년은 자신의 마음을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지만 대상이 없어 고민한다고 전하고 있다.

그리고 곁에 있는 친구들을 통해 위안을 얻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런 저자의 구성은 오히려 역설적이다. 사실 간절한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그들에게 힘이 되고, 믿음직한 언덕이 돼야 하는 것은 가족이기 때문이다. 추석을 맞아 자녀와 한 번 더 대화를 시도해야 하는 이유다.

「별소년 쌍식이」
글로연 / 최지혜 글 / 박레지나 그림 / 88쪽


책 자체로는 약 20분만 투자하면 끝이다. 시시한가. 하지만 여운은 굉장히 길다. 쌍식이가 머릿속에서 지워지질 않는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짧은 글에서 독자는 쌍식이의 인생을 탄생부터 죽음까지 전부 훑는다.

물론 겨우 88페이지인 그림책 안에 한 사람의 인생을 모두 녹인다는 것은 무리다. 그래서 구체적인 게 거의 없다. 나머지는 대부분 독자의 상상력을 통해 완성된다. 책을 덮고 난 후에도 쌍식이의 이름이 떠오르는 이유는 책의 여백을 독자 스스로 채워가는 구조로 돼 있어서다.

 
1980~1990년대 팬시점에서 팔았던 편지지를 보는듯한 책 속 그림들은 잔잔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다만 책 마지막 부분에 두 페이지로 해설이 달려 있는 게 흠이라면 흠.

「골목 사장 분투기」
인카운터 / 강도현 저 | 208쪽


음악도 듣고, 책도 읽고, 커피도 한잔 하면서 가끔은 손님들과 넉넉한 대화를 즐기는 카페를 운영하면 어떨까. 하지만 현재 그런 카페를 운영하는 사람들은 허황된 꿈꾸지 말라고 만류한다. 왜일까.
취업이 어려워지고 실업이 늘면서 창업을 장려하는 사회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하지만 창업이라는 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골목 사장 분투기」는 이 문제에 ‘왜’를 달고 있다.
흔히 퇴직자들이 찾는 창업은 골목 상권의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는 자영업이다. 이 책은 어떻게 하면 자영업으로 성공할 수 있는지 답을 주지 않는다. 왜 망하는가에 초점을 맞춘다. 조금 딱딱한 내용이지만 추석을 계기로 자영업을 하게 될 이들이 있을지 몰라 준비했다.

<교보문고 선정 도서>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달 / 이병률 저 / 232쪽


7년 전 「끌림」이라는 여행산문집으로 화제를 모았던 이병률 작가의 여행산문집이다. 당시 「끌림」의 인기를 실감한 사람이라면 굳이 설명이 필요할까 의아해할지 모를 그런 책이다. ‘좋다. 많은 설명은 오히려 좋은 책을 읽는 데 방해다’며 ‘백문이 불여일견’이란 말로 때울 수도 있겠지만 이 책을 소개하는 것도 기자에겐 하나의 즐거움이다.

사실 책 속에 삽입된 사진들만 봐도 저자에게 여행이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있다. 이전에 보지 못했던 진귀한 사진들을 상상하고 있다면 ‘아니오’다. 공간은 다르지만 우리 삶이나 일상과 다를 바 없는 곳에서 발견한 것들이 책에 담겨 있다. 그래서 ‘일상적이지만 일상적이지 않은 사진’이다.

이 책의 편집자가 건물과 도로, 계절이 바뀌지만 여전히 변하지 않는 것이 사람이고, 그래서 원래 여행은 사람들 속을 파고들어 그들의 마음을 여행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고향을 내려가며 기차 안이나 버스 안에서 이 책을 접할 독자들이 이런 저자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면 인생이라는 여행을 대하는 마음에도 적잖은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 한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목차나 페이지가 없다. 살다보면 어느 순간은 시작도 하지 않았지만 종착지에 와 있고, 한참을 달렸는데도 시작점일 때가 있다. 그래서 어디서 시작했고 어디서 끝나는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이야기 귀신」
비룡소 / 이상희 글 / 이승원 그림 / 50쪽


사실 전래동화는 안데르센 동화나 이솝우화 등 외국동화에 비해 수준이 낮거나 재미없지 않다. 그런데도 외국동화는 젊은이를 연상시키고 전래동화는 할머니나 할아버지를 연상시키는 이유는 아마도 전래동화가 ‘옛날이야기’라는 단어와 함께 쓰여서일 것이다. 그리고 옛날이야기는 할머니 할아버지 입에서 나와야 제 맛이다.

이 책은 할머니 할아버지의 입을 통해 나올 법한 전래동화를 현대에 맞게 포장했다. 비룡소의 전래동화 시리즈물 중 하나지만 책이 전해주는 메시지는 요즘 세태에 딱 맞다. 이야기를 풀지는 않고 주머니에 모아둔 주인공이 주머니 속 이야기 귀신들로부터 해코지를 당하려다 간신히 모면하는 내용이다.

‘무엇이든 베풀지 않고 나눠야 좋다’ ‘대화를 하지 않고 꽁하고 있으면 좋지 않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제 맛을 살리는 것도 방법이다. 오랜만에 찾아뵌 고향집 부모님께 옛날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달라고 한번 졸라보는 것은 어떨까.

<인터파크 선정 도서>

「피그말리온 아이들」
창작과비평사 / 구병모 저 / 248쪽


학교를 배경으로 삼는 영화나 책은 참 많다. 소재가 무궁무진해서인지, 누구나 한번쯤 겪어봤을 법한 소재에서 감정이입이 잘 되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많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있다. 대부분의 사람에게 학교는 추억의 장소지만, 누군가에게는 냉혹하고 무서운 장소로 인식될 수 있다는 것. 많은 영화와 책도 그런 면을 자주 짚는다.

‘타인의 기대나 관심으로 인하여 능률이 오르거나 결과가 좋아지는 현상’을 가리키는 심리학 용어 ‘피그말리온 효과’에서 따온 책 제목은 줄거리의 초점이 어디 있는지 말해주는 단서다.

 
이 책은 어른의 욕망만 가득한 학교에서 ‘내 생각’을 빼앗긴 채 타인에 의해 ‘제조되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흥미진진한 사건들과 엮어 치밀하게 풀어낸다.

「막다른 골목의 추억」
민음사 / 요시모토 바나나 저 / 232쪽


앞서 소개한 「황금 깃털」이 과거를 거슬러 현재를 바꾸는 판타지라면 이 책은 정말 인생의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다섯명이 과거를 회상해보며 현실에서 한 발 더 나아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현실을 내딛는 힘은 후회스러운 과거가 아니라 추억할만한 또 다른 가치를 찾는 데서 나온다. 긍정의 힘이다.

누구에게나 불행은 찾아올 수 있다. 사람들은 ‘왜 나에게 이런 불행이 닥쳤을까’ 하고 말하지만, 왜 불행이 나만 비켜 가야 하는가! 그걸 깨닫는 순간 불행은 나에게도 그저 스쳐 지나가는 것일 뿐이라는 걸 알게 된다. 이게 바로 불행을 극복한 사람들이 강조하는 논리다. 이 책의 저자는 이 논리를 가지런한 문장으로 포장했다.

<반디앤루니스 선정도서>

「떨어져야 꽃이다」
예담 / 김병규 글 / 황중환 그림 / 184쪽


‘‘떨어져야 꽃’이라는 말처럼 작가들은 어쩜 이렇게 당연한 얘기를 철학적으로 풀어내는지 새삼 존경스러워지는 작품이다. 장르를 구분하는 게 무슨 소용이 있으련만 굳이 따지면 동화다. 하지만 작가의 체험도 녹아 있어 수필이기도 하고, 허구가 있어 소설이기도 하며, 문장 하나하나는 시를 연상시킨다.

총 열개의 작품이 수록돼 있는데 이 중에는 ‘TV 동화 행복한 세상’에 소개된 작품도 있다. 이 프로그램을 알고 있는 독자라면 대충 ‘아~’라는 탄성과 함께 이 책을 짐작하고 남을 듯하다.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작품들은 보고 나면 한동안 입을 벌리고 다물 수 없을 만큼 강한 여운이 남는다. 이 책 역시 그런 느낌이다.

“숨죽이고 읽으면서 ‘아, 맞아. 사랑이란 이런 거야!’라고 소리치며 강물처럼 잔잔하게 번져가는 감동의 물결에 휩싸였다”고 한 시인 정호승의 평이 이를 잘 말해준다.

책 속 그림을 그린 이는 황중환 작가다. 따뜻하고 여유로운 감성을 전해주는 그의 카툰은 과장이나 꾸밈없이 담백하다. 독자들은 눈으로 그림을 잠시 스치며 잔잔한 감동을 받고, 글을 읽고 난 후에는 다시 그림으로 돌아와 조금 전과는 다른 짠한 감동을 또 한 번 느낄 수 있다.

 
「우리 모두 해피엔딩」
다산기획 / 제니퍼 홀름 저 / 220쪽

미국 아동문학상인 뉴베리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저자가 증조할머니로부터 영감을 받아 쓴 책으로 세계 대공황이라는 힘든 시절을 위로와 용기로 풀어나간 당시 사람들의 이야기를 한 소녀의 성장과정을 통해 담고 있다.

저자는 독자들에게 ‘지금 당신은 행복한가’라고 묻는다. ‘행복하지만 행복하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다면 어쩔 것인가’라는 물음도 던진다. 그런 과정을 통해 불행한 일이 닥쳤을 때에도 툴툴 털고 일어나면 또 다른 행복을 맞을 수 있다는 진리를 저자는 보여준다. 

물론 삶이 영화처럼 모두 해피엔딩일 수는 없다. 그렇다고 모두 불행한 삶을 살아가는 것도 아니다. 둘은 언제나 공존한다. 그러니 불행이 오면 던져버리고 행복은 찾아서 쓰면 그만이다. 저자는 이걸 말하려는 것이다. 

김정덕 기자 juckys@thescoop.co.kr|@itvf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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