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2019년 가격선행지표 분석

2019년 부동산 가격의 하락폭은 실망감을 안겼다. 예상보다 아파트 매매가격이 크게 떨어지지 않은데다, 금세 회복된 탓이다. 집값이 다시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지만 일부에선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예상을 내놓는다. 거래량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어떤 전망이 옳을까. 더스쿠프(The SCOOP)가 2007~2019년 서울 지역의 아파트 거래 건수와 가격 변화를 분석해봤다.

거래건수가 줄면 가격이 하락하는 것이 일반적이다.[사진=뉴시스]

지난 6일 국토교통부가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을 27개 동을 발표했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 방침이 발표된 지 3개월 만이다.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지금까지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킬 대책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8·2대책, 9·13대책 등에 주춤했던 시장은 최근 들어 무덤덤하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10월부터 현재까지 서울 아파트 가격은 평균 0.08%의 상승률을 보였다. 6월 상승세로 전환한 서울 아파트 가격은 4개월째 떨어질 생각을 않고 있다.[※참고: 부동산114 아파트 매매가격변동률]

하락할 기미도 없지만 폭등이라고 부르기도 어색하다. 이런 상황에서 2020년 부동산 가격은 하락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근거는 선행지표인 아파트 매매거래 건수다. 8월을 정점으로 다시 아파트 거래 건수가 줄어들고 있어서다. 

거래 건수는 가격이 너무 낮아 공급자가 매도하지 않거나, 가격이 너무 높아 소비자가 매물을 매수하려고 들지 않을 때 줄어든다. 서울 아파트 가격은 4개월 내내 떨어지지 않았다. 거래량이 줄어든 이유가 높은 가격일 가능성이 높다.

이태경 토지정의시민연대 대표는 이런 상황 분석을 놓고 “내적 에너지가 모자란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미 가격이 오를 대로 오른 상태라 더 쫓아갈 수 있는 여력이 남아있지 않다는 거다. 

거래 건수가 줄어드는데 가격만 지속해서 오르고 있는 것은 더 이상 부동산을 끌어올릴 수 있는 에너지가 없다는 뜻이다. 아파트 가격이 2020년 결국 떨어질 것이라고 보는 시각에서는 두가지를 주요한 근거로 삼는다. 줄어든 거래 건수와 글로벌 경기침체 가능성이다. 

먼저 2019년 1~9월 거래 건수와 가격 변화를 살펴보자.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지수(한국감정원)는 1월108.49부터 6월 106.98까지 하락했다. 7월(107.06)에는 상승세로 전환했다. 

거래 건수(국토교통부)는 1월 1880건에서 6월까지 2000~4000건 수준을 유지하다가 7월 급증(7009건)했다. 8월 정점(8586건)을 찍었던 거래 건수는 9월(7096건) 다시 감소했다.  10월에는 더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체결 시점으로만 따진다면 10월의 아파트 매매는 2593건으로9월과 비교해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범위를 더 넓혀서 2017년부터 2019년 9월까지의 거래와 가격 변화를 살펴보자. 2017년부터 거래량은6개월 단위로 널을 뛰었다. 2017년 6·19대책, 8·2대책에도 치솟던 거래량은 10월 들어서 꺾이고 1년 새에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했다. 

비교적 장기적인 거래량 감소가 시작된 것은 2018년 9·13대책 발표 이후부터였다. 거래량 감소가 장기화하면서 서울의 아파트 가격도 2018년 말부터 상승세가 꺾였다. 거래량 감소가 장기적일수록 결국 가격 하락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한가지 변수가 더해진다. 글로벌 경기침체다. 미국은 올해 들어 11년 만에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첫 인하 이후 연이어 두번의 인하 조치가 더해졌다. 미중 무역 분쟁에 대비하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평가가 나오면서 미국의 경기침체를 가늠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국내 경제성장률 역시 올해 1%대로 예상되는 만큼, 경기 침체의 여파가 부동산 시장에 더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렇다면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비슷한 이슈가 있었던 2007~2009년 부동산 시장은 어떻게 움직였을까. 이때도 매매 건수는 가격을 선행해서 움직였다. 2008년 4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는 1만1791건을 기록했다. 그로부터 7개월 뒤인 11월 매매 건수는 1344건으로 추락했다.

거래가 떨어진 부동산 시장은 얼어붙었다. 가격도 거래량의 감소세를 따랐다. 가격이 정점을 찍은 것은 이미 거래량이 곤두박질치던 2008년 9월이었다. 당시 95.83이었던 매매가격지수(2017년 11월 기준 100)는 6개월 뒤인 2009년 3월 최저치(91.79)를 기록했다. 최저치 시점만 놓고 보자면 가격이 거래를 뒤따르는 데 필요한 시간은 4개월이었다.

10월 거래량은 또 한차례 꺾인 상태다. 국내 경기는 좋지 않다. 일반적인 흐름을 따른다면 거래량이 떨어지고 가격이 뒤따를 일이 남았다. 이 때문에 일부 부동산 전문가는 부동산 정책은 가격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오르는 것을 막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한다. 어쨌거나 거래량은 줄었다. 가격 상승이 주춤하는 사이 폭등을 막아야 하는 시점이다.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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