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마트 신촌점 고별전 ‘과장광고’ 논란

그랜드마트 신촌점의 폐점정리전이 한창이다. 그런데 여기에 참여하는 상당수 업체는 그랜드마트에 입점한 적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더구나 기존 입점업체라도 행사진행업체와 계약을 맺지 않으면 참여할 수 없다. 그랜드마트 고별전에 그랜드마트 상인이 거의 없다는 얘기다.
 
아현동이 사는 이미현씨. 최근 전단지를 통해 그랜드마트의 폐점 소식을 접했다. ‘그랜드마트 아울렛 폐점정리전’이라는 제목의 전단지에는 ‘150여 브랜드 2012 추동상품을 아낌없이 드린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물건도 저렴하게 살겸 그랜드마트에 들러 매장을 둘러보던 이씨는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원래 그랜드마트를 지키고 있던 매장은 거의 사라지고 못 보던 브랜드가 가득했기 때문이다. 이씨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었다. 또 다른 고객은 “임시로 만든 아울렛 같았다”며 “기존 매장은 거의 없고 싸구려 물건으로 가득했다”고 말했다.


▲ 개장 17년 만에 문을 닫는 그랜드마트가 고별전을 한다. 그런데 팔리는 물건 대부분이 외부 업체 행사상품이다.
그랜드마트 고별행사에는 ‘그랜드마트’가 없다. 별도의 외주 업체를 통해 세일이 진행되고 있다. 그랜드마트 신촌점 영업본사는 8월 말 철수했고 지하 1ㆍ2층을 제외한 1층부터 6층 매장은 외부업체가 9월부터 임대해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랜드백화점 관계자는 “8월 말까지 자체 고별 행사를 이미 마쳤다”며 “외주업체에 건물 1층부터 6층까지 임대해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원래 입점해 있던 업체 대부분이 8월 전 점포를 정리했고 지금은 13개 업체 정도만 남아 행사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해당 외주업체는 “무엇이 문제냐”는 입장을 보였다. 외주업체의 한 관계자는 “원래 그랜드마트에 남아 있던 50% 정도 매장이 우리와 계약해 남은 물건을 팔고 있다”며 “오히려 외부 업체를 들여와 남은 매장을 돕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외주업체가 진행하는 행사는 ‘그랜드마트 고별전’이라고 하기에는 문제가 많다. 무엇보다 그랜드마트에 단 한번도 입점하지 않은 업체의 브랜드가 ‘고별전’이라는 명목으로 버젓이 팔리고 있다. 외주업체가 제작해 배포한 광고 전단지에는 ‘갭ㆍ자라ㆍ까르리네트 등의 브랜드가 폐점정리(70~90%)한다’고 쓰여 있지만 사실이 아니다. 자라•갭 등 글로벌 브랜드는 그랜드마트 입점한 적조차 없다. ‘폐점정리 고별전’이라는 외부업체의 홍보가 과장광고라는 것이다.

 
더구나 기존 업체가 무조건 이 행사에 참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랜드마트 입점업체라도 외주업체와 계약을 맺지 않으면 행사에 참여할 수 없다. 이번 그랜드마트 고별전은 일종의 ‘반짝 행사’나 다름없다는 얘기다.

소비자의 반응도 시원치 않다. 마포구에 거주하고 있다는 한 소비자는 “원래 매장에서 팔다 남은 물건을 싸게 파는 줄 알았는데 다른 행사매장에서도 볼 수 있을 법한 저렴한 물건들이 대부분이었다”고 꼬집었다.

그랜드백화점 측도 외주업체의 과장광고에 당혹스런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관계자는 “그랜드백마트 폐점정리”라고 쓰여 있는 외주업체의 전단지 때문에 지하 1ㆍ2층까지 문을 닫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 우리도 난감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신촌 그랜드마트서 10년 넘게 매장을 운영했다는 한 상인은 “신촌점이 철수하며 점장까지 정리해고 당했다”며 “장사가 안 되니까 그랜드마트가 외주업체에 임대를 줘 이들이 수수료를 받아 행사를 진행하게 하고 (과장광고가 아니냐는 취재가 들어오니까) ‘나몰라라’하는 모양새인 것 같다”고 에둘러 비판했다. 그랜드마트가 없는 그랜드마트 고별전. 유쾌하지 않은 마지막 ‘작별’ 인사다. 
김미선 기자 story@thescoop.co.kr|@itvf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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