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김치업계가 매출증가에도 우는 까닭

매출은 늘어나는 데 볼멘소리가 나온다. 잘 팔리는 데 죽겠다는 아우성이 들린다. 포장김치 업계 이야기다. 배추값 상승이 포장김치 생산비에 영향을 끼쳐 ‘팔면 팔수록 손해’이기 때문이다. 배추값 상승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포장김치 업계를 살펴봤다.

▲ 배추값이 올라 포장김치를 구매하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포장김치업계는 팔면 팔수록 손해라며 볼멘소리를 늘어놓고 있다.
‘배추 대란’에 포장김치를 생산하는 기업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배추값이 상승하면서 김장 시기를 늦추려는 소비자들이 급한 대로 포장김치를 구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배추값 상승세의 여파가 생산비에 영향을 미치면서 ‘팔면 팔수록 손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서울시농수산물공사에 따르면 10월 17일 서울가락시장에서 상품 기준 배추 한망(10㎏)은 평균 7895원에 거래되고 있다. 전년 같은 날 평균 4959원보다 59% 이상 높다.

배추값은 9월 18일 한망에 1만2311원까지 올랐다가 한달 만에 7895원으로 35% 정도 내리며 하락세를 보이고는 있다. 하지만 그동안 배추값이 고공행진을 거듭하면서 포장김치 업계는 원재료 상승에 따른 피로도가 누적된 상태다. 업계는 포장김치의 성수기를 7~8월 휴가철로 잡고 있다. 9월로 접어들면 포장김치의 매출은 하락세를 보이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최근 배추값이 불안한 양상을 보이면서 포장김치로 소비자들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배추값이 들쭉날쭉하다보니 가정에서 김치를 만들어 먹는 게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포장김치 업계 관계자는 “가격 변동이 크지 않은 포장 김치로 김장을 할 때까지 버티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종가집 김치를 생산하는 대상FNF의 문성준 팀장은 “9월로 들어서면 포장김치 매출이 떨어져야 하는데 올해는 전년 대비 10~20% 매출이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풀무원 관계자도 “원래 9월에 접어들면 포장김치 매출이 10% 정도 떨어지는 게 일반적인데, 올해는 8월 수준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매출 증가가 포장김치 업계에 호재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배추값이 상승하면 원재료 값도 상승하기 때문에 쉽게 가격을 올릴 수 없는 업계로서는 당연히 부담이 따른다. 게다가 업체에서 김치를 만들 배추를 확보하는 것도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다.

풀무원 관계자는 “지금 현재 포장김치는 팔면 팔수록 적자가 쌓이는 상황”이라며 “태풍의 영향으로 작황이 좋질 않아 물량 확보도 어렵다”고 말했다.

대상FNF 문 팀장도 “매출은 증가하고 있지만 배추값이 오르고 있어 손실도 함께 커지고 있다”며 “9월 포장김치 출하가 2~3일 지연될 정도로 배추 물량 확보도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 들어서 배추값이 안정화 추세에 들어서는 것 같긴 하지만 아직도 원재료비 부담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당분간 배추값 상승에 따른 여파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배추 시장은 지난해 김장철에 배추값이 약세를 보임에 따라 가을에 배추를 재배하던 농가가 고구마 등 다른 작물로 재배 품종을 전환해 물량 부족 사태를 겪고 있다. 특히 지난 8월 태풍과 강우로 인해 배추 파종시기가 지연되면서 생산량도 20~30%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김장배추의 예상 시세도 작년보다 3배 가량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인준 뉴시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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