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7세 맞은 몰 1세대 현대아이파크몰

이제 7살이다. 코엑스몰 다음으로 나이가 많다. 나이 어린 복합쇼핑몰도 넘쳐난다. 하지만 아이파크몰의 경쟁력은 여전하다. 리뉴얼 작업을 통해 해마다 진화하고 있어서다. 더 큰 성장을 견인할 만한 호재도 많다. 아이파크몰의 ‘성장판’은 7년이 지난 지금도 닫히지 않았다.

▲ 올 11월 17일 창립 7주년을 맞은 아이파크몰은 최근 대대적인 리뉴얼로 새단장했다.
아이파크몰이 창사 7주년을 맞이한다. 이제 만 7살이 된다. 7년 전 11월 17일, 이맘때쯤 ‘아이파크몰’이 탄생했다. 6년 전으로 시계추를 돌려보자. 아이파크몰은 당시 복합쇼핑몰 업계의 겁 없는 ‘신인’ 정도로 여겨졌다. 그럴 법도 했다. ‘죽은 상권’ ‘낙후지역’으로 손꼽히던 용산에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당시는 백화점 전성시대였다. 들어본 적 없는 몰링(malling)이라는 개념을 내세우며 등장한 아이파크몰은 ‘얼마 가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탄생 과정도 쉽지 않았다. 아이파크몰의 전신인 스페이스9에서 아이파크몰로 재개장을 위해 임대 상인 하나하나를 설득해야 했다. 숱한 진통과 온갖 소문을 겪어가며 7년이란 시간을 보냈다. 한때 ‘유령의 집’처럼 텅 비었던 매장엔 활력이 넘친다.

역사형 몰의 진가 발휘

최근 3~4년 새 서울 시내에는 복합쇼핑몰이 경쟁하듯 들어섰다. 영등포 지역에는 타임스퀘어, 디큐브시티가 여의도 지역에는 ‘IFC몰’이 오픈했다. 합정역에는 메세나폴리스까지 생겼다. 서울 서북부 지역만 살펴봐도 이미 포화상태다. 길거리 상권이 복합쇼핑몰로 죄다 옮겨 가겠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온다. 아이파크몰은 복합쇼핑몰 전성기의 포문을 열었다. 당시 복합쇼핑몰이라고 이름 붙일 만한 곳은 코엑스뿐이었다. 아이파크몰 탄생 후 7년이 흐른 지금, 복합쇼핑몰 업계는 ‘호황기’를 맞고 있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 도태된 곳도 있다. 2008년 12월 준공한 가든파이브는 최근 ‘유령몰’이라고 불린다. 몰에 들어서면 텅 빈 상가들뿐이고 손님이라고는 영화관을 이용하겠다고 온 사람들뿐이다. 상가 계약률은 50%에도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아이파크몰은 다르다. 한때 80%까지 치솟았던 공실률은 3% 미만에 불과하다. 이곳을 찾는 고객은 하루 평균 35만명에 이른다. 2006년 스페이스9에서 아이파크몰로 재개장했을 때와 비교하면 거의 6배 가까이 늘어났다. 세계불황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눈부신 성장세다. 입점 매장수는 1000여개. 가장 최근 들어 오픈한 복합쇼핑몰인 IFC몰(120여개)과 비교하면 9배가량 많다.

실적도 크게 개선됐다. 아이파크몰 매출은 2008년 2244억원에서 2009년 2520억원, 지난해에는 3400억원으로 늘었다. 올해 목표는 3900억원이다.

아이파크몰의 실적이 해마다 개선되는 이유는 끊임없는 체질개선에 있다. 아이파크몰은 한때는 유명 브랜드가 별로 입점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명품 브랜드를 대거 입점시켰다. 1층 패션관에는 엠씨엠ㆍ코치ㆍ까르띠에ㆍ마이클코어스 같은 유명 잡화 브랜드와 테그호이어ㆍ갤러리어 클락 같은 명품 시계숍이 들어섰다. 자라ㆍ갭ㆍ유니클로 같은 세계적 SPA 브랜드도 차례로 둥지를 틀었다. 특히 유니클로 입점이 눈길을 끈다. 지난해 4월 유니클로는 아이파크몰 패션관 2층에 2376㎡(약 720평) 규모의 매장을 냈는데, 당시 기준으로 최대 규모였다.

 
명품 가구관의 리뉴얼 효과는 알차다. 동부이촌동과 한남동의 까다로운 고소득층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올 가을 정기세일(10월 3일~10월 28일) 기간 수입명품가구 매출은 96.3% 증가했다. 이탈리아의 플라스틱 명품 가구인 ‘카르텔’과 백악관에서 애용하는 것으로 잘 알려진 ‘MGBW’, 독일의 명품 소파 브랜드 ‘히몰라’ 등 세계적인 가구 브랜드를 대거 투입한 결과였다.

아이파크몰 동쪽에 위치한 리빙관과 문화관도 최근 새롭게 옷을 갈아입었다. 리빙관은 150여개 침구ㆍ식기ㆍ가구ㆍ인테리어 브랜드를 들여놨다. 11개 브랜드를 추가하고, 매장면적은 660㎡ 더 넓혔다. 중저가의 원목가구를 찾는 고객이 늘어나면서 원목가구 전문 브랜드 배치도 강화했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끄는 원목 가구 전문 브랜드 ‘엔토코’, 전문디자이너 원목가구 브랜드인 ‘인아트’ ‘아이니드’ 등을 배치해 신혼 고객층까지 흡수하는 데 성공했다. 리뉴얼 후 혼수가구 매출은 리뉴얼 전보다 100% 이상 늘었다.

▲ 아이파크몰 문화관 7층에는 취미, 장난감 전문관이 새로 들어섰다. 어린이 고객뿐만 아니라 중장년층의 남성고객까지 흡수하며 인기몰이 중이다.
문화관’ 또한 리뉴얼했다. 대교문고가 있던 약 2만6000㎥(약 800평) 공간을 취미ㆍ장난감 전문관으로 탈바꿈시켰다. 국내 최대 규모다. 건담베이스ㆍ레고 등 글로벌 취미 브랜드가 입점해 어린이 고객뿐만 아니라 중장년 남성층에게도 인기를 끌고 있다. 아이파크몰이 몰링 콘셉트를 내세울 때 사람들은 ‘그게 뭐냐’고 했다. 하지만 ‘몰링’은 지금 쇼핑보다 현대적이고, 인기가 많다. 몰링 콘셉트를 내세운 몰도 수두룩하다. 아이파크몰은 ‘몰링 1세대’ 답게 한 단계 진화된 몰링을 선보이고 있다. 비슷비슷한 형태의 몰링 콘셉트로선 승부를 걸 수 없다고 판단해서다.

진화된 몰링의 핵심 콘셉트는 가족이다. ‘가족형 몰링’으로의 차별화를 꾀하고 있는 것이다. ‘리빙관’과 ‘문화관’을 완전히 뜯어 고치고 새로 채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래서 아이파크몰에선 ‘같이 혹은 따로’ 식의 몰링이 가능하다. 아빠와 아들은 취미ㆍ장난감 숍에서 시간을 보내고 엄마는 패션관이나 리빙관을 둘러볼 수 있다.

실제로 취미ㆍ장난감 전문숍 고객의 절반 이상은 30~40대 남성과 그들의 자녀다. 건담과 마징가Z 등 프라모델 키트를 판매하는 건담베이스 매장에도 40대 이상 중년 남성과 자녀가 주고객층이다. 아이파크몰 중심에 있는 ‘이벤트파크’도 가족 콘셉트가 물씬 풍긴다. 겨울에는 ‘아이스링크’ 여름에는 ‘워터파크’로 자유자재로 변신한다. 아이들은 놀거리가 있어 좋고 부모 고객은 맘 편하게 몰링을 할 수 있다.

‘따로 또 같이’ 콘셉트로 인기몰이

물론 아이파크몰이 완전무결한 몰은 아니다. 개선할 점은 아직 많고, 가야할 길도 멀다. 아이파크몰의 최대 단점은 몰의 구조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규모 자체가 커서다. 아이파크몰 연면적은 28만㎥(약 8만5000평), 63빌딩의 1.6배, 상암 월드컵경기장의 4배에 달하는 크기다. 아이파크몰을 똑바로 세우면 아파트 70층 높이에 달한다. 그래서 구석구석 제대로 돌아보려면 반나절이 모자라다.

게다가 일반적인 쇼핑몰과는 구조가 완전히 다른 사각형(‘ㅁ’) 구조다. 그러다 보니 ‘어디가 어디인지’ 구분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많다. 아이파크몰은 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실내 네비게이션’ 역할을 하는 애플리케이션 ‘인가이드’를 내놨다. 자동차 네비게이션을 실내에 접목한 것이다. 이 앱만 다운로드하면 음성서비스를 통해 실시간 위치 안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가령 롯데리아라고 말하면 ‘우회전해서 100m 직진하세요’라는 음성안내가 나오는 식이다.

이런 단점들만 개선하면 아이파크몰은 ‘몰링 1세대’로서의 자존심을 지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호재도 많다. 2014년 KTX 호남고속철도가 개통되면 오송ㆍ익산ㆍ광주ㆍ목포까지 연결된다. 강남-용산 구간 신분당선 연장 구간도 2018년 개통된다. 국내를 대표하는 역사驛舍형 몰인 아이파크몰에는 전국 방방곡곡에서 올라온 소비자가 넘칠 지도 모른다. 이제 7살이 된 아이파크몰. 성장판은 아직 열려 있다.

김미선 기자 story@thescoop.co.kr | @itvf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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