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에겐 불편한 온누리상품권

▲ 정부는 전통시장 상인들을 위해 온누리상품권을 유통시키면서도 정작 소비자가 적극적으로 동참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를 마련하는 데에는 소홀했다.(사진=뉴시스)
정부가 전통재래시장을 살리겠다며 온누리상품권을 유통시킨 지 올해로 3년이 지났다. 지난 추석에는 이 상품권이 불티나게 팔렸다는 기사도 흘러나왔다. 하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는 많아 보인다. 특히 소비자가 구입할 때 불편이 따른다.

장애인 3급인 김건식(가명)씨는 복지비를 온누리상품권으로 받았다. 장을 보기 위해 전통시장에 갔지만 상품권을 좋아하는 상인이 거의 없었다. 김씨는 현금화 할 수도 없는 상품권을 조금 싼 값에 인터넷에 올려 팔아버렸다.

전통재래시장(전통시장)을 살린다는 취지로 2009년 7월부터 유통시킨 온누리상품권(상품권)을 두고 소비자 불만이 늘고 있다. 이런 일이 일어나도 되는 걸까.  상품권을 써 보기로 했다. 상품권은 우리은행과 기업은행, 우체국, 신협, 그리고 일부 지방은행 등에서만 판매한다. 농협이 빠졌다는 건 의외다.

상품권 5만원어치를 주문했다. 조금 기다려야 했다. 일련번호를 등록해야 하기 때문이다. 카드를 내밀었다. “현금만 된다”는 답이 돌아왔다. 백화점상품권은 카드로 살 수 있다는 점에 비춰보면 아쉽다. 서울의 대표시장인 광장시장으로 갔다. 우연히 상품권으로 값을 치르는 소비자를 만났다. 간식거리를 사러 나온 주부는 “큰 불편 없다”고 답했다. 상인 역시 “수수료가 나가지도 않고 100% 현금으로 돌려받아 좋다”고 답했다. 불만이 늘 있는 건 아니었다.

좀 작은 시장으로 갔다. 마포구의 A시장. 역시 노점보다 상점이 많아 상품권 사용에 별 문제가 없어 보였다. 한 상점에서 고구마 8000원어치를 주문하고 상품권을 내밀었다. 상인은 짜증 섞인 얼굴로 혀를 끌끌 찼다. “일도 바쁜데 환전하러 가기 불편하다”고 답했다.

불만이 확인된 순간이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다. 100%를 만족시키는 정책은 없어서다. 문제는 이 정책을 실시한 지 벌써 3년이 지났다는 점이다. 대다수 상인은 상품권이 매출에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지 않는 듯했다. 시장경영진흥원이 2011년 말 시장상인 100명을 무작위 선정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응답자의 61%는 “상품권으로 매출이나 고객이 늘지 않았다”고 밝혔다.

진흥원에 따르면 상품권 1000억원어치를 유통시키는 데 약 60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이 예산은 세금이다. 소비자가 큰소리는 못 쳐도 눈치 보는 일은 없어야 하는 이유다. 환전절차만 빼면 상인들에게 상품권 사용은 큰 불편이 없었다. 다만 정책의 실효성을 못 느끼다보니 상품권 사용자에 대한 고마움 역시 없다.

불편한 건 소비자다. 상품권 살 곳은 마땅치 않고, 카드결제가 안 된다. 환불도 안 된다. 김상순 변호사는 “환불받을 수 없다는 약관이 있어도 충동구매에 관한 보호 규정이 있어 법률상 분쟁의 소지는 있다”고 말했다. 이정욱 시장경영진흥원 사업지원팀장은 “모든 불만을 다 처리할 수는 없다”며 “상인들에게 꾸준히 교육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맹점 늘리기와 상인 교육만 열심히 한다고 상품권이 제대로 정착할지 의문이다.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불편함을 감내하고 이득도 없는 상품권을 계속 사용할 소비자는 없어서다.

김정덕 기자 juckys@thescoop.co.kr|@itvf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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