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지급식 펀드의 유혹 ‘천수답식 투자’

▲ 상품 판매자들이 월지급식 펀드를 판매하는 데 급급하다 보니 정작 소비자들은 이 상품을 잘못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사진=뉴시스)
월지급식 펀드에 대해 잘못 이해하고 있는 이들이 많다. 상품이 너무 어려워서다. 상품 판매자들은 이런저런 미끼로 유혹을 하지만 이 상품을 이용하는 적절한 전략은 따로 있다. 월지급식 펀드를 생활비 마련용이 아닌 분산투자를 위해 가입하는 것이다.

지난해 증권업계 대선배를 만나 이야기하던 중 그 선배가 월지급식 펀드 이야기를 하면서 걱정하던 게 생각난다. 내용은 일본에서 월지급식 펀드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적이 있는데 한국이 지금 일본의 전철을 밟고 있다는 것이었다. 자세히 살펴보면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선배의 의문은 “투자상품에 매월 이자를 준다는 논리를 어떻게 만들 수 있는 것일까”라는 것에서 시작됐다.

투자상품은 분명히 한달 안에도 1년치 이자가 나오고, 3년이 지나도 원금을 손해 볼 수 있는 상품인데, 매월 정해진 이자를 준다고 약속하는 것이 가능하냐는 거였다.

사실 월지급식 펀드의 본질은 내 돈을 수익에 관계없이 매월 일정하게 찾아서 쓰겠다는 것이다. 다행히 기대처럼 수익이 나오면 원금이 많이 늘어날 것이다. 하지만 수익이 나오지 않으면 그동안 내 돈을 찾아서 썼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결코 안정적이지 못한 것인데도 한동안 이런 월지급식 펀드가 유행한 것을 보면서 투자상품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은 바뀔 부분이 많다는 걸 느꼈다.

이런저런 이유를 다 떠나서 가장 중요한 사실은 금융회사가 금융 소비자인 고객을 유혹하는 방법보다는 정확한 상품설명을 하는데 비중을 둬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월지급식 펀드를 이용하는 주고객은 베이비부머 이전 세대가 많다. 그들은 대부분 은퇴 생활비를 위해 월지급식 펀드에 가입한다.

하지만 그들은 투자에 익숙하지 않은 5060세대다. 시장이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급변한다면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금융회사가 상품을 소개하기 이전에 소비자가 상품을 제대로 알고 선택해야 하는 것이 자본주의의 선택 논리지만 이 복잡한 투자상품은 그렇게 하기에는 너무 어렵다. 

 
생활비 아닌 투자분산 용도

그나마 채권형이면 다행이고 혼합형이나 주식형을 월지급식 펀드로 활용하는 경우는 위험을 안고 사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은 시장이 낮을 때마다 조금씩 추가 불입을 하고, 평균보다 높으면 조금씩 인출하라는 조언을 한다.

하지만 그런 내용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필요한 생활비를 매월 꺼내는 것은 하늘만 믿고 농사를 짓는 천수답과 같다.

그렇다면 월지급식 펀드를 잘 이용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예전부터 필자는 월지급식 펀드를 매월 지급액이 생활비가 아닌 투자금액의 분산을 위한 용도로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만약 1억원의 은퇴자금을 가지고 있다고 가정하면 이렇게 하면 된다.

은행이자 4%를 생각할 때 연 400만원, 월 30만원의 이자를 받을 수 있다. 3년간의 이자 1000만원을 미리 떼어 가까운 은행에 3년치 생활비로 적당한 상품을 선택하자. 나머지 9000만원은 3년간 채권형 펀드를 선택한 후 매월 250만원이나 300만원씩 출금해 주식형 펀드를 3~5개로 나눠 투자하는 것이다.

결국 분할매수를 선택하는 것이기 때문에 매월 관심을 가지다가 수익이 괜찮으면 1년, 2년 만이라도 과감하게 환매신청을 하면 된다. 3년까지 기다려도 수익이 나오지 않으면 조금 더 기다린다는 마음으로 상품을 관리하면 반드시 웃을 날이 올 것이다. 

조경만 금융컨설턴트(엉클조 대표) iunclej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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