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익의 CEO 에세이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단일화 과정에 직면해 있다. 이제 박정희 패러다임을 정말 극복할 수 있는가. 국혼國魂이 ‘잘 살아보세’에서 하루빨리 ‘바로 살아보세’로 전환돼야 할 텐데.

노태우 정권 말 강창성 전 보안사령관이 「군벌정치」라는 책을 펴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그는 육사 8기생이었다. 박정희 정권 시절 중앙정보부 보안차관보ㆍ보안사령관ㆍ해운항만청장 등 요직을 지냈다. 그러다가 전두환 장군의 집권에 반대했다가 2년6개월간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군벌의 일원이었던 그가 군벌정치의 종식을 강조했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 18대 대통령이 재벌과 군벌정치의 고리를 끊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진은 문재인-안철수 캠프 관계자들이 '단일화' 실무회담을 갖기 전 손을 잡고 있는 모습.
그 책은 2부로 나눠져 있다. 1부는 ‘일본군벌사’로 일본군벌이 어떻게 전쟁을 일으키며 위세를 떨치다가 어떻게 쇠락해 갔는가를 조명하고 있다. 2부는 ‘한국군벌사’였다. ‘하나회’와 전두환 정권의 출현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군벌의 사전적 의미는 ‘군사력을 배경으로 정치적 특권을 장악한 군인집단 즉 파벌’이다. 군벌정치는 생태적으로 재벌경제와 함께 걷는다. ‘권력과 부의 효과적인(?) 순환고리’를 통해 기득권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군벌들은 으레 구악舊惡의 부정축재자들을 몰아내고 신악新惡인 특혜축재자들과 함께 한다. 말썽 많은 정수장학회의 전신인 부일장학회 등 재산의 이동이 ‘강탈이냐 자진 헌납이냐’는 논쟁은 그래서 쓸모없다. 재벌이란 ‘거대자본을 가진 동족同族으로 이뤄진 혈연적 기업체군’을 말한다.

미국에서는 알려진 바와 같이 소유와 경영이 분리돼 있다. 일본의 경우 패전 직후 맥아더 정권에 의해 군벌과 재벌은 해체됐다. 또 유럽의 대표적 재벌인 150년 전통의 발렌베리 가문도 편법상속ㆍ증여와 오너 CEO의 부당세습을 일삼은 한국과는 다르다. 물론 중ㆍ소규모의 전통적인 가족기업과 재벌과는 구별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역사적 사실을 상고해보면 한국은 아직도 군벌ㆍ검찰조직(정보조직)ㆍ재벌이 기득권으로 군림하는 ‘군벌정치ㆍ재벌경제’의 패러다임에 놓여 있다고 할 수 있다. 더구나 선거 때마다 ‘북풍’이 불 수밖에 없는 분단국이다. 그래서 자칫하면 ‘빨갱이’ 또는 ‘반기업정서를 부추기는 반역도’로 몰릴 수 있는 분위기에 쌓여 있다.

사실 한국인들은 파란만장했다. 일제의 노예생활ㆍ한국전쟁 동족상잔의 폐허 속에서 가난이 원수였다. 무슨 짓을 해서라도 배불리 먹고, 입고, 따뜻하고 싶었다. 바로 그때 5ㆍ16 쿠데타로 군사정권이 등장했다. 정통성 부재를 위장해야 했다.

압축경제성장ㆍ불균형 성장시대가 열렸다. 철권정치와 재벌황제 오너의 돈벌이가 극성을 떨었다. 모든 한국인은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질주했다. 말하자면 ‘한강의 기적’을 이뤘다. 이 판에 꼼수ㆍ탈세ㆍ부패 등이 잉태하고 발호했다. 결국 ‘잘 살아보세’는 ‘나만 무조건 잘 살아보세’로 타락했다.

|이러면서 계속 군벌과 재벌의 대변자들이 국가지도자 반열에 올랐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물론 전두환ㆍ노태우 전 대통령은 모두 군벌자체였다. YS(김영삼 대통령)도 대통령이 되기 위해 사실상 군벌 노태우와 원조 군벌 JP(김종필 전 총리)와 결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애초부터 바른 리더십을 기대한 한국인들이 바보였다.

DJ(김대중 전 대통령)는 DJP(DJ+JP)연합으로 대통령에 올랐다. 노무현 전 대통령 역시 재벌 MJ(당시 정몽준 대통령 후보)와 손을 잡으려 했다. MB(이명박 대통령)는 기득권의 본산지인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에 뻐꾸기 둥지를 틀면서 거머쥔 대권이었다. 이제 2012년 12월 19일은 한국인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오랜 기득권의 화신 박근혜 후보가 아무리 ‘복지ㆍ경제민주화’, 즉 분배와 재벌개혁을 외친 들 울림이 없는 이유는 간명하다.

모처럼 자유로운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단일화를 앞두고 있다. 이제 박정희 패러다임을 정말 극복할 수 있는가. 국혼國魂이 ‘잘 살아보세’에서 하루빨리 ‘바로 살아보세’로 전환돼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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