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of CEO] 강성석 티에스식스티스 대표

▲ 티에스식스티즈 가족이 한자리에 모였다. 강성석 대표(윗줄 가장 오른쪽)는 배터리 관리 시스템을 들고 IT업계 공략에 나선다. <사진: 지정훈 기자>
강성석 티에스식스티즈 대표는 전설적인 휴대전화업체 VK의 후예다. VK가 속절없이 무너졌을 때 ‘VK 유전자’를 후대에 남길 요량으로 회사를 만들었다. 남위 60도라는 뜻의 ‘티에스식스티즈’다. 이런 VK 후예들이 지금 IT중원으로 나서고 있다. VK의 작품인 휴대전화는 버렸다. 이들의 신병기는 배터리 관리 시스템, 이름하여 BMS다.

‘TS60s 302호•303호.’ 현판은 비뚤어져 있었다. 2000년대 중반 국내 휴대전화 시장을 흔들었던 VK의 후예는 302호와 303호를 붙여놓은 사무실에 있었다. VK 전성기 때라면 창고로 사용했을지도 모르는 곳이다. VK의 유전자는 전달되지 않은걸까.

녹이 든 쇠문의 손잡이를 돌렸다. 생각보다 젊은 대표가 기자를 맞았다. 강성석 티에스식스티즈(이하 티에스) 대표다. 정돈하지 않은 머리카락과 낡은 작업복이 눈에 띈다. 올해로 38살인 그는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VK의 창업공신으로 벤처기업이 누릴 수 있는 천국부터 지옥까지 경험했다. 2000년대 초반, VK는 벤처업계에서 떠오르는 기업이었다. 전성시절엔 인력이 1000명, 2004년 매출은 4000억원에 달했다. 2005년엔 3억 달러 수출탑을 수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VK의 전성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2005년 17억8100만원에 이르는 미결제 어음이 VK의 신화를 무너뜨렸다. 2007년 법정관리 체제로 전환해 회생을 도모했지만 이마저도 실패로 끝났다. VK는 쓰러졌고, 그 후예들은 자중지란에 빠졌다. 그중엔 강 대표도 있었다. 그는 VK가 이대로 무너져선 안 된다는 쪽이었다.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VK답게 한번만 더 해보자.” 일부는 강 대표의 말을 듣지 않았고, 일부는 그를 따랐다. 강 대표를 중심으로 모인 VK의 후예들이 바로 티에스의 창업공신들이다.

 
강 대표는 사명부터 ‘거칠게’ 지었다. 티에스식스티즈는 남위 60도라는 뜻이다. 남위 60도는 남극으로 가는 마지막 관문으로 거센 바람이 불고 높은 파도가 치는 곳이다. 난관을 때론 거칠게, 때론 용감하게 돌파하자는 의지가 담겨 있다. 내실만 있으면 제아무리 힘든 역경도 돌파할 수 있다는 뜻도 있다. “뭐가 다릅니까. 남위 60도와 지금의 치열한 업계 환경이. 정신을 차리고 순간순간 일어나는 변화에 대응하지 않으면 그냥 남극의 바다 속으로 침몰하는 겁니다. 남위 60도에서는 누구나 머릿속에 ‘생존’만을 떠올리게 됩니다.”

강 대표가 이런 사명을 지은 이유는 사실 VK에 있다. VK를 무너뜨린 직접적 이유는 미결제 어음이지만 실제론 ‘방만경영’이 타격을 입혔다. VK가 ‘잘 나갈 때’ 수많은 대기업 인력을 스카웃했다. 이들은 대기업 방식을 VK에 도입하려 했다. 내실보다는 몸집 키우는 데 급급했다는 얘기다. VK 경영진도 이들의 의견을 따랐다. 휴대전화 물량을 늘려 시장을 넓히려 했다. 당연히 재고가 쌓였다. “월 20만개를 생산•관리하던 회사에 100만개에 이르는 재고가 쏟아져 들어오는데 당황했습니다. 새로 영입된 소위 ‘잘난 분’들이 물량공세를 펼치자고 주장한 탓이었죠.”

VK 실패 반면교사로 창업

 
이런 경험 때문인지 강 대표는 ‘내실경영’에 전력을 기울였다. 생존을 위해 겉치레는 생략했다. 회사 외관에 투자할 돈으로 사업 아이템 하나를 더 실행했다. 회사 홈페이지 업데이트도 2010년에 관뒀다. 업계와의 소통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생존을 위해 해보지 않은 일이 없었어요. 초기에는 VK 때처럼 휴대전화 제조를 목표로 했지만 8명의 인원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시도해 제품은 만들었어요. TS100 모델이었습니다. 하지만 신용도 매출도 없는 신생매체에 역시 기회는 멀리 있더라구요. 냉혹한 현실만 통감했습니다.”

2008년 말에 4개월간 직원들에게 급여를 주지 못했다. 감사하게도 직원들은 실패를 받아들이는데 힘들어하지 않았다. 대신 모두 함께 생존을 위한 먹을거리 찾기에 몰두했다.

안정적 생존 궤도에 올라서기까지는 대박을 좇지 않기로 했다. 기회가 찾아오면 승부를 걸겠다는 전략이다. 중견 휴대전화 제조업체들의 인증 대행 업무는 물론 성능테스트도 마다하지 않았다. KTX 열차의 구간 간 무선신호 연결시스템의 검사도 대행했다.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었다.

뼈를 깎는 노력은 알찬 성과로 이어졌다. 강 대표는 2009년 주력 아이템의 발굴에 성공했다. BMS(Battery Management System•배터리 관리 시스템)였다. BMS는 배터리의 용량을 극대화해줄 뿐만 아니라 발화•폭발 등의 위험관리도 해준다. 티에스의 강점인 ‘통신기능’까지 접목되면서 신개념 제품으로 거듭났다.

▲ 티에스식스티즈(TS60s)는 남위 60도라는 뜻이다. 거센 바람이 불고 높은 파도가 치는 남위 60도의 상황과 치열한 IT업계는 크게 다를 바 없다. <사진: 뉴시스>

최고의 기술로 만든 BMS 시장서 통할까

실제로 티에스의 BMS에는 특별한 게 있다. 가령 전기차를 운전할 때 배터리가 떨어지면 위험 시그널이 곧바로 운전자에 전달된다. 업계 최초로 개발한 BMS다. 이 BMS는 움직이는 모든 IT기기에 접목할 수 있어, 시장성이 크다는 평가다.

티에스는 더불어 ESS(Energy Storage System)를 개발•출시했다. ESS는 BMS를 활용한 에너지 저장장치다. 전기값이 쌀 때 저장해 놨다가 비쌀 때 쓸 수 있다. 이를테면 전기 비축창고다. 티에스의 ESS는 올 10월 30일 열린 스마트그리드 엑스포에서 업계 관계자들의 주목을 한눈에 받았다. “집집마다 ESS가 설치된다면 그야말로 대박을 치는 격입니다. BMS 역시 그린에너지 분야가 활성화되면 주목받을 수밖에 없죠. 티에스의 핵심 아이템은 미래시장을 공략할 만한 잠재력을 갖고 있습니다.”

강 대표를 중심으로 모인 VK 후예들은 오늘도 전장戰場에 서있다. 지금 아이템이라면 승리의 깃발을 꽂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충만해 있다. 하지만 또 실패할지 모른다. 작은 벤처기업에게 기회를 많이 주는 시장은 어디에도 없다. 그럼에도 강 대표는 진군나팔을 계속 불 생각이다. 티에스의 잠재력이 VK보다 훨씬 크다는 자부심에서다. 티에스는 사명처럼 ‘남극의 칼바람’에 맞설 준비가 돼 있다.
정다운 기자 justonegoal@thescoop.co.kr|@itvfm.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