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를 말하다」

 
경제민주화가 화두로 떠오른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제사회에선 오래 전부터 경제민주화 논쟁이 지속돼 왔다. 이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차례다.

“학계에서도 논의된 적 없는 뜬구름 잡는 얘기다.”
“실체가 없다. 재벌 때리기 하려는 것 아니냐.”

이번 대선의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던 ‘경제민주화’를 곱지 않게 바라보는 이들의 주장이다. 주장을 종합해보면 ‘경제민주화, 그게 뭐냐’고 되묻는 식이다. 이 대목에서 우리나라의 국어교육 수준을 의심하게 된다. 헌법 조문만 읽을 줄 알아도 경제민주화의 의미를 알 수 있어서다.

헌법 제119조 2항의 내용이다.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해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 부수적인 설명을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명확하다. 최근에는 경제민주화를 쉽게 풀이하는 설명도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그래도 모르겠다’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 “경제학원론에는 그런 말이 없다”거나 “외국에선 찾아볼 수 없는 사례다”는 식의 주장도 나왔다. 그래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 컬럼비아대 교수와 노암 촘스키 미 MIT 교수 등 세계적 석학들의 입을 빌린 책이 나왔다. 「경제민주화를 말하다」이다.

이들은 이 책을 통해 경제민주화의 핵심가치와 그 지향점을 날카롭게 제시한다. 협소하고 답답해 보이는 논쟁 중심의 경제민주화가 아닌 거시적인 경제민주화의 흐름을 보여준다.

일단 큰 줄기는 시장, 다시 말해 고전경제학의 실패에서 출발한다. 책은 이렇게 말한다. “정보가 불완전할 때마다 시장을 움직이는 손이 종종 보이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사실상 그 손이 존재하지 않아서다. 항상 거기에는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더 잘 살도록 만들어줄 수 있는 정부개입이 있다.”

그들은 약자인 사람들에게 좀 더 많은 경제적 이익이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선진국보다는  가난한 국가들, 부자보다는 가난한 사람들이 그동안 누리지 못했던 경제적•환경적•사회적 혜택을 받아야 한다는 얘기다. 또 소외되거나 고통 받는 사람들을 줄여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금융수익과 조세 회피, 정보의 독점을 통해 지속적으로 부를 쌓아가는 부자와 다국적기업, 금융회사들을 제재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노암 촘스키와 조지프 스티글리츠는 정부의 역할 강화와 규제확대는 물론 사실상 부유한 선진국의 심부름꾼으로 전락한 국제협력기금(IMF)과 세계은행, 국제무역기구 등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조세피난처의 폐쇄, 제3세계국가와의 무역형평성 조정, 정의로운 과세체계의 수립 등의 이슈도 함께 다룬다. 경제민주화의 영역을 광범위하게 다루고 있는 것이다.

오픈 소스를 통한 공익의 확대, 그린 뉴딜, 생태적 케인스주의, 금융개혁 등 구체적이고 폭넓은 대안을 통해 소수의 부자가 아닌 다수를 위한 새로운 경제해법을 제시한다.

저자들은 국가 간 경제적 불균형을 말하며 한 국가의 자원 독점 방지와 약소국의 보호를 주장한다. 개인 간 경제적 불균형이 재벌과 부자가 부를 독점하면서 발생했다는 점에 비춰보면 국가와 개인의 양극화 맥락은 같다. 경제민주화를 맞닥뜨린 우리가 세계 석학들의 주장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고전경제학을 신봉하는 이들은 죽었다 깨어나도 이런 분석을 인정하지 않을지 모른다. 하지만 중요한 건 고전경제학이 실패했다는 의견이 많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국제사회에서도 경제 양극화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는 게 그 증거다. 때문에 해법은 고전경제학적 관점을 벗어나야 찾을 수 있다.

<북 에디터 한마디>
한 후배가 이렇게 물었다. 다른 관점을 보여주는 책을 소개하는 것도 좋지 않으냐고. 하지만 고집을 피우는 이유가 있다. 고전경제학적 관점의 해결책은 쓸 만큼 써 봤고, 그 방법으로는 현재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없어서다. 실제로 이 책은 대안을 갖고 있다. 경제민주화의 지침서로 충분해 보인다.

「행복의 경제학」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저 | 중앙북스
스테디셀러 「오래된 미래」에서 환경 친화적 삶의 중요성을 일깨운 헬레나 노르베리의 신작이다. 저자가 제작한 동명의 다큐멘터리 영화를 토대로 집필했으며, 현대 산업사회를 향한 비판의 날을 더 날카롭게 세웠다. 저자는 책 속에서 세계화가 빈부의 격차를 어떻게 심화시키는지 꼼꼼하게 분석했다. 이런 분석을 통해 신자유주의적 시각에 입각한 세계화 모델은 끝내 실패할 것이라 예견하고 있다.

 
「술탄과 황제」
김형오 저 | 21세기북스
1453년 5월 29일, 세기의 정복자인 술탄 마흐메드 2세가 콘스탄티노플을 함락시킨 날이다. 이날을 중심으로 50여 일간의 치열한 전쟁을 치른 과정, 비잔틴 제국 최후의 황제 콘스탄티누스 11세의 인간적 고뇌, 동•서양 문명의 충돌, 삶과 죽음의 문제를 다뤘다. 사실과 허구를 결합한 ‘픽션’이다. 저자는 당시의 종군기자가 된 듯 치열하고 열정적으로 때론 개인의 인간적 고뇌까지 담아 역사의 한 순간을 그린다.

「신과 함께 신화편」
주호민 저 | 애니북스
신과 함께 신화편은 전작인 저승편과 이승편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과거 모습을 다룬 작품으로, 한국 신화를 만화 형식으로 엮은 책이다.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6가지 신화를 하나의 세계관으로 통일하는가 하면, ‘죽음’을 코믹하면서도 진지하게 풀어낸다. 특히 웹상에서는 소개되지 않았던 장독신인 ‘철융신’의 과거와 ‘지장보살’이 변호사를 육성하게 된 동기에 대한 이야기는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김정덕 기자 juckys@thescoop.co.kr|@itvf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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