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운용의 ‘9:1’법칙

▲ 안정성은 90%면 족하다. 가끔 10%의 투자금이 대박을 터뜨릴지 모른다.
자산운용업계에 대형사 쏠림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투자자들이 중소형사보다 대형사를 더 신뢰하고 있어서다. 하지만 대박은 흙 속 진주를 찾는 과정에서 터지는 법. 포트폴리오에서 10%를 떼어내 모험을 위해 남겨두는 건 어떨까.

40대의 펀드 투자자 J씨는 최근 펀드를 추가로 가입하려고 주거래 증권사를 방문했다. 펀드리스트를 검색하다가 올해 신규 설정된 펀드를 보고는 궁금증이 생겼다. “대형펀드운용사가 중소형사보다 더 많은 펀드를 신규로 설정하는 것은 과연 중소형사의 능력이 부족해서일까.”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9월까지 어떤 펀드가 시장을 이끌었는지 분석한 보고서가 한 경제신문을 통해 보도된 적이 있다. 당시 운용 중이던 463개의 공모펀드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대형사와 중소형사의 빈익빈 부익부가 가속화된 것을 알 수 있었다.

펀드평가사인 에프앤가이드 자료에 따르면 최근 1년 동안 414개 운용펀드(공모펀드, 49개 상환펀드 제외) 중 설정액 100억원 이상인 펀드는 91개였다. 그중 59개(65%)가 주식이나 채권 등의 증권펀드 수탁액이 10조원 이상인 대형운용사의 펀드였다.

반면 설정액 100억원 미만인 군소 펀드는 323개(78%)로 대다수가 중소형사 상품이었다. 대형운용사의 대형펀드가 많이 팔린 셈인데, 규모와 마케팅의 결과로 볼 수 있다.

 
머니마켓펀드(MMF)와 주가연계펀드(ELF)를 제외했을 때, 1년간 가장 많은 50개 펀드를 내놓은 곳은 미래에셋이다. 한화(18개)와 KB(17개)가 뒤를 이었다. 개별 펀드 중에선 올해 3월 설정된 ‘미래에셋법인전용글로벌다이나믹분기배당증권자 1(채권)’이 출시 후 가장 많은 자금을 끌어 모았다. 액수는 8521억원이었다. ‘KB중소형주포커스증권자(주식)’와 ‘미래에셋글로벌다이나믹플러스증권자 1(채권)’은 개인과 기관 자금을 각각 1843억원, 1595억원가량 끌어들였다.

이 자료를 통해 투자자의 심리상태가 어땠는지 짐작할 수 있다. 박스권 장세에서 대형사가 더 믿을 만하다고 생각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상승장에서는 특별한 테마나 방향을 겨냥한 중소형사의 전략이 맞아떨어져 높은 인기를 끌기도 한다. 실제로 중소형주 펀드는 한동안 인기를 끌었다. 국내펀드로는 유리 스몰뷰티펀드(2004년), 해외펀드로는 브릭스 펀드(2001년)를 들 수 있다.

유리 스몰뷰티 펀드나 브릭스 펀드가 나왔을 때 처음엔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괜찮은 결과가 나오면서부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설마’ 하면서 지켜보다가 100% 이상의 수익률을 몇 번 보고 나서야 ‘맞다’ 싶어서 들어간 사람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뒤늦게 들어갔다가 발목이 잡혀 지금까지 손해를 보면서 후회하는 사람들도 많다. 물론 처음에 들어갔던 사람들은 대박을 쳤다. 대박은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 숨은 진주를 찾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대박은 하늘의 뜻이다. 그러니 전체 펀드 포트폴리오에서 10%만 대박을 위해 남겨둬라. 나머지 90%는 믿을 수 있는 대형사에 안정적으로 투자하면 된다.
조경만 금융컨설턴트(엉클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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