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전탑 농성 벌이는 쌍용차 해고노동자 3人

▲ 쌍용차 사태는 우리 노동현장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사진은 송전탑 농성을 벌이고 있는 쌍용차 해고노동자들.
그들은 목숨을 걸고 송전탑에 올랐다.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노동자 3인이다. 오죽 억울했으면 이렇게 추울 때, 그렇게 차가운 송전탑에 올라갔을까. 그들은 쌍용차 기획부도 의혹의 진상을 규명해 달라고 했다. 그래야 살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유력 대선주자 2명은 이곳을 찾지 않았다.

혹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차가운 송전탑에 올라 농성 중인 노동자들이 있다. 쌍용자동차 정리해고자들이다. 바깥세상의 관심이 온통 대선에 쏠린 탓에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왜 그들은 목숨을 걸고 30m 높이의 송전탑에 올랐을까.

경인방송 아침시사프로 ‘상쾌한 아침 원기범입니다’에서 송전탑 농성자 세 명 중 한 명인 문기주 쌍용자동차 노동조합 정비지회장과 전화인터뷰를 시도했다. 때마침 그날은 중부지방에 폭설이 내렸다. 기온은 영화 10도까지 떨어졌다. 가뜩이나 추운 송전탑이 더 싸늘하게 느껴졌을 게다.

어제 폭설이 내렸는데 잘 견뎠는가.
“폭설과 함께 강풍이 불었기 때문에 잠을 못 자고 밤을 지새웠다. 체감온도는 영하 15도쯤 되는 듯하다. 방한복을 입고 침낭을 뒤집어써도 몹시 춥다.”

몇 명이 농성하고 있나.
“한상균 전 노조지부장, 복기성 비정규직 지회 수석, 그리고 나까지 모두 세명이다.”

이렇게 추운 겨울에 고공농성을 벌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인가.
“쌍용차 정리해고가 기획된 부도와 회계조작을 통해 이뤄진 것이라는 점이 지난 9월 국회 청문회를 통해 일정 부분 밝혀졌다. 그에 대한 진상을 정확히 규명하기 위해선 국회가 국정조사를 통해 책임자를 처벌하고 해고자 복직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런 것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러는 거다.”

쌍용자동차의 부도 자체가 기획된 것이란 말인가. 정리해고를 하기 위해서?
“중국 상하이자동차는 쌍용차를 인수할 때 투자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하나도 지키지 않았다. 기술만 빼먹고 도망가면서 기획부도를 냈다. 상하이자동차와 법정관리자인 공동관리인들이 짜고 우리 노동자에게 책임을 떠넘긴 것이 사태의 본질이다.”

2009년도 8월에 정리해고된 노동자는 모두 몇 명인가.
“정규직 2640명, 비정규직 노동자 350명 정도니까 모두 3000여명이다.”

정리해고된 노동자들과 가족들은 어떤 고통을 겪고 있나.
“수많은 해고노동자가 손해배상•가압류•구속•블랙리스트 등으로 인해 고통을 당했다. 취업을 하지 못하니까 일용직이나 대리운전 같은 것으로 생계를 이어갔다. 그런데 이마저도 자리가 없다. 또 빨갱이라는 소리를 친인척과 친구들에게 들으면서 여러 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가정이 해체됐다. 지금도 많은 사람이 고통 속에 살아가고 있다. 극단적인 생각을 할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이다.”

블랙리스트가 존재했다는 것인가.
“그렇다. 다른 곳에 취직을 하고 싶어 이력서를 내도 쌍용차에 다녔다는 사실만 가지고도 취업이 안 됐다. 쌍용차에 다녔다는 것을 숨기고 입사를 했다가 나중에 드러나면서 3•4일 만에 해고를 당한 경우도 있다. 블랙리스트라는 것이 문서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쌍용차에 다녔다는 그 자체가 고통으로 돌아왔다.”

부도 책임 노동자에 떠넘겨

이념투쟁을 벌인 것도 아니고, 블랙리스트로 취업조차 못했다니 이해가 안 된다. 정리해고 당시 어떤 요구를 했나.
“2009년 여름, 77일 동안 파업하면서 핵심적으로 주장했던 것은 ‘함께 살자’였다. 회사가 어렵다면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다 하겠다고 했다. 급여도 상여금도 반납하고 근무시간도 줄이고 말이다. 이런 식으로 노동자들은 고통분담을 하겠다고 했다. 그런데도 공동관리인들은 정리해고만이 살 길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9월 국회에서 청문회가 열리지 않았나. 그 이후 진전이 전혀 없었는가.
“9월 20일 국회 청문회가 있었는데 이후 지금까지 아무런 변화가 없다. 국회는 국정조사도 못하고 있고 정부에서는 책임자 처벌 문제에 전혀 나서지 않고 있다. 특히 해고자 문제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말이 없다. 우리와 교섭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대선 정국인데, 대선후보들이나 유력 정치인들이 농성현장을 찾아오지는 않았나.
“대한문 농성장에는 문재인 후보와 몇몇 분들이 방문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철탑 농성장에는 유력후보들이 방문하지 않았다. 노동자 후보인 이정희•김순자•김소연 후보가 방문했을 뿐이다.”

12월 4일 대선후보 첫 TV토론에서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가 쌍용차 문제를 거론했다. 혹시 시청했나.
“라디오를 통해서 들었다. 이정희 후보가 쌍용차 문제를 거론한 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이정희 후보뿐만 아니라 박근혜, 문재인 후보도 당연히 거론해야 했다. 서운하다. 국정을 운영하기 위해선 노동정책의 방향을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부당한 정리해고의 대표 사례가 쌍용차 문제다. 쌍용차 문제를 비껴가서는 대선을 제대로 치를 수 없다. 유력 대선 후보자들이 이런 부분을 전혀 얘기하지 않는다는 건 잘못된 것이다.”

해고도 서러운데 블랙리스트라니…

쌍용차 문제에 대해 대선 전 국정조사를 하자고 요구한 것으로 안다. 그런데 새누리당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대선 후 국정조사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국정조사를 요구하며 새누리당 당사 앞에서 두 달 넘도록 노숙농성을 한 적이 있다. 한여름에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를 맞으면서 말이다. 그때는 눈길 한 번 주지 않던 사람들이다. 대선 끝난 후에라도 국정조사를 하겠다는 건 대선 정국에서 노동의제를 정리하지 않으면 불리할 것이라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이 문제를 일정부분 해결하는 뉘앙스를 주기 위해 그렇게 얘기한 것 같다. 얄밉다.”

국민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쌍용차의 불법적인 정리해고는 남의 문제가 아니다. 자본가들은 정규직을 정리해고하고 그 자리에 값싼 비정규직을 채워서 또 다른 이윤을 추구한다. 이런 잘못된 정리해고는 언제 어느 사업장에서든 발생할 수 있다. 우리는 이 잘못된 정리해고를 철폐하기 위해 이 추운 날 송전탑에 올라왔다. 우리뿐 아니라 전국의 수많은 노동자들이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문제로 고통 받고 있다. 국민이 관심을 갖기를 바란다. 그러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이희환 경인방송 기자 lhh400@itvfm.co.kr | @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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