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일의 창조경제학

▲ 세계는 지금 융•복합 시대다. 열린 네트워크를 만들고 새로운 가치를 더 많이 수용해야 한다.
융•복합의 시대다. 융•복합 경제에서 지속적인 성장을 하려면 폐쇄적 칸막이 습성을 걷어내야 한다. 남과 북, 좌와 우, 동과 서, 남과 여, 현장과 사무실을 분리하고 차별하는 습성을 버려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일본의 저명한 경영학자 노나카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애플은 스티브 잡스가 말했듯 기술과 인문학의 접점에 서 있는 회사입니다. 좋은 제품을 통해 좋은 문화를 세상에 퍼뜨립니다. 그게 애플의 비전이자 그들이 추구하는 공동선善입니다. 기술과 예술이 함께 있죠. 애플은 세밀한 것까지 알고 있는 장인이기도 합니다. 그들의 디자인을 보세요. 아름다움이 깃들어 있습니다.”

스티브 잡스 스스로 전자기기를 수리하거나 만드는 일, 대학에서 서체를 만드는 일을 했고 철학도 공부했다. 이런 복합적 경험과 학습이 애플 컴퓨터와 아이팟•아이폰을 개발하는 기반이 됐다. 페이스북 창업자인 마크 주커버그는 심리학과 컴퓨터 과학을 전공했고 고등학교 시절에는 그리스신화 등 서양고전에 심취했었다고 한다.

이들은 모두 기술과 사회, 기술과 인간의 관계를 파악하는 데 뛰어났던 것 같다. 과학기술과 인문사회적 지식을 융합해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해 사업화에 성공했다.

융•복합의 시대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경계가 무너지고, 산업과 기술의 융합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융•복합이란 컨버전스(convergence)•퓨전(fusion)•하이브리드(hy brid) 등으로 표현된다. 수렴•집합•섞임•잡종•혼성 등의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IT 기술과 세계화의 진전이 융•복합 현상을 증폭 또는 확대해 세계인의 라이프스타일과 문화•기술•학문•산업 등을 바꾸고 있다.

제품과 서비스, 기술의 융•복합으로 전통적 산업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새로운 산업과 시장이 창조된다. 신기술과 신사업 출현주기가 빨라지면서 기업은 기존 사업의 급속한 쇠퇴를 경험하기도 한다. 또한 IT 기술이 게임과 음악 등 콘텐트와 결합해 플랫폼 비즈니스라는 새로운 수익 모델을 만들었고, 기업 생태계 변화를 촉진하고 있다. 우리는 융•복합 시대에 어울리는 역사적•지정학적 자산이 있다.

한반도는 대륙과 해양의 접점에 위치해 새로운 문물의 융합에 적합한 지정학적 위치를 지녔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로 유명한 유홍준 교수는 이렇게 설파했다. “우리는 중국을 모방하면서 이질성을 접목해 뛰어난 문화를 창조했다. 김정희의 추사체는 당의 구양순, 송의 소동파 등을 학습하면서 대가들의 장점을 고루 체득한 결과다. 장인적 수련에 자신의 개성을 덧붙여 걸작을 창조했다. 입고출신入古出新이다.”

수출 중심으로 경제를 일으킨 경험도 다양한 글로벌 시장에 필요한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는데 매우 유용한 우리의 융•복합 노하우가 될 것이다. 

이런 융•복합 경제에서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선 폐쇄적 칸막이 습성을 걷어내야 한다. 융•복합적 창조의 도구인 오픈 이노베이션, 클라우드 소싱(대중의 지혜를 빌리는 것)을 활성화하려면 동질적인 것을 중심으로 한 폐쇄적 친교는 장애가 될 수밖에 없다. 열린 네트워크를 만들고 새로운 가치를 더 많이 수용해야 한다. 그래야 이질적 요소들을 융•복합해 새로운 기술과 제품을 창조할 수 있다.

남북으로 갈린 것을 빌미로 좌와 우로 나누고, 동과 서, 남자와 여자, 현장과 사무실을 분리하고 차별하는 습성을 이제는 버려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더구나 한국의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수익률과 임금, 남성과 여성 노동자 간 임금 격차는 너무 크다. 특히 사람 사이에 위계를 강조하는 문화, 갑이 을을 업신여기는 문화는 지속가능한 창조 경제를 위협하는 요소들이다. 자신이 어떤 입장이든 이질적 것들을 용인하고 서로 소통하고 어울릴 때 1+1은 2가 아닌 3 이상이 된다.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우리도 이제 편 가르기, 줄 세우기를 멀리하고 융•복합적 여건을 잘 조성하는 대통령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김승일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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