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전선 나선 대상 자매 임세령·임상민

임창욱 대상 회장의 두 딸 임세령 상무와 임상민 부장이 복귀했다. 아직은 경영수업 단계. 사업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배울 게 많다. 하지만 둘에게 주어진 시간은 4년밖에 되지 않는다. 대상은 2016년 창업 60주년을 맞아 ‘뉴 대상 시대’를 열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그 시대는 두 자매의 몫이다. 준비가 필요하다.

 
임세령(36) 대상 상무가 동대문구 신설동에 있는 대상 본사에 오전 8시가 조금 넘어 출근했다. 그가 일하는 곳은 6층에 있는 식품사업총괄 부문. 임세령 상무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맞고 있다. 여느 때와 똑같은 하루의 시작이었다. 같은 시간 임세령 상무의 동생인 임상민(33) 대상 부장(부본부장)은 4층 전략기획본부를 향했다.

두 사람은 임창욱 대상그룹 회장의 딸이다. 일반직원과 다를 바 없이 출근하고 있지만 둘은 대상의 미래를 이끌 가능성이 크다. 임상민 부장은 올해 10월 8일부터, 임세령 상무는 12월 7일 (3일 발령)부터 출근하기 시작했다.
임세령 상무는 그룹 지주회사인 대상홀딩스의 지분 20.41% 보유한 2대 주주다. 최대주주(38.36%)는 임상민 부장이다.

경영수업 받는 두 딸 성장 가능성은…

두 자매는 재계에 알려진 게 거의 없다. 임세령 상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전 부인으로 더 유명하다. 외모에서 풍기는 부드러움과 여성미 때문에 조용하고 차분하다는 말이 나온다. 연세대에서 경영학을 공부했고, 미국 뉴욕대에서 심리학을 전공했다.

▲ 임세령 상무와 임상민 부장이 대상에 복귀, 경영전장에 섰다. 그들이 대상에 어떤 변화와 바람을 불러일으킬지 주목된다.
임상민 부장은 임세령 상무의 결혼(1998년) 이후 주목받기 시작했다. 임세령 상무가 삼성가家 사람이 되자 임상민 부장이 그룹경영을 맡을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대상홀딩스 지분도 동생 임상민 부장이 언니 임세령 상무보다 17.95%포인트 많다. 임상민 부장은 2009년 8월 대상 차장으로 입사, 1년 뒤 휴직하고 영국 유학길에 올랐다. 그는 2003년 이화여대(사학과), 2005년 뉴욕에 위치한 파슨스 디자인 스쿨을 졸업했다.

두 딸의 출근 소식에 주가는 긍정적 시그널을 보냈다. 임세령 상무의 복귀 발령이 난 10월 8일 대상의 주가는 전날보다 4% 오른 2만6000원을 기록했다. 임세령 상무가 첫 출근한 다음날인 12월 4일에도 전일대비 3.72% 상승한 2만9300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재계는 별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임세령 상무와 임상민 부장의 직급이 아직 낮을 뿐만 아니라 적어도 2015년이 돼야 본격적으로 경영활동을 펼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두 사람이 공식 출근했지만 아직은 업무를 익히는 경영수업 단계다. 임세령 상무의 직책은 언급한 대로 크리에이티브 총괄. 하지만 경영수업의 성격이 큰 만큼 임 상무에게 전권이 부여되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

임세령 상무는 주부에서 상무에 올랐다. 2010년 5월 그룹의 외식사업을 담당하는 대상HS(구 와이즈앤피) 공동대표에 오른 게 이력의 전부다. 두 자녀를 둔 어머니로서 경영보다는 육아에 집중했다는 것이다. 더구나 대상HS는 사업부진으로 경영전략을 확장에서 유지로 변경했다. 임세령 상무가 제대로 사업을 펼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성과 또한 내지 못했다는 얘기다.

 
대상HS는 2009년 11월 퓨전레스토랑 ‘터치 오브 스파이스’를 론칭했고, 현재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서 한 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임세령 상무는 대상HS 대표도 겸직하고 있다.

대상 관계자는 임세령 상무의 역할에 대해 “앞으로 식품 부문의 브랜드 매니지먼트•기획•마케팅•디자인 등을 총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룹의 차별화 전략에 맞춰 대표 브랜드 청정원 등의 품격을 한 단계 높이는 데에 주력할 것”이라며 “동시에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콘셉트 개발에도 힘을 기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상민 부장 역시 사내 전략기획본부에서 경영전반에 관한 업무를 하나씩 익혀나가고 있다. 특히 그는 그룹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신사업 발굴과 글로벌 프로젝트에 주력할 방침이다. 전략기획본부는 기획관리본부 산하에 있던 전략기획팀을 강화해 본부로 승격한 신설 조직이다.

중요한 역할을 맡았지만 임상민 부장 역시 가야 할 길이 멀다. 언니와 마찬가지로 그 역시 업무경력이 많지 않다. 대상 생산공정혁신(PI•Process Innovation)본부에서 4개월(2009년 8~12월), 전략기획팀(2010년 1~8월)에서 7개월 일한 게 전부다. 대상 입사 전 2007년부터 그룹 투자계열사인 유티씨인베스트먼트에서 1년7개월 동안 일했지만 식품업체인 대상과는 거리가 있다. 때문에 경험이 아직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직원과 소통부터 해야

하지만 두 사람은 대상의 미래를 책임질 것으로 보인다. 둘의 업무는 묘하게 겹치는 부분이 있는데, 신사업 발굴과 글로벌 프로젝트가 그것이다. 이를 통해 임창욱 회장이 대상의 미래전략을 어떻게 짜고 있는지 엿볼 수 있다.

대상은 올해 창립 60주년을 맞는 2016년에 글로벌 매출 5조원과 영업이익 5000억원을 달성한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이는 자연스럽게 임세령 상무와 임상민 부장의 역할로 여겨진다. 앞으로 4년은 둘에게 경영수업 과정이자 성과를 보여줘야 하는 중요한 시기라는 얘기다.

▲ 대상은 조미료 사업으로 출발해 종합식품·바이오·전분당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 종합식품브랜드 ‘청정원’을 중심으로 ‘순창 우리쌀로 만든 고추장’ ‘마시는 홍초’ ‘카레여왕’ 등의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사진은 대형마트의 식품 코너.
더구나 대상의 실적은 글로벌 불황에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2009년 사상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지난해에는 매출 1조3900억원, 영업이익 957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매출 1조6000억원, 영업이익 1200억원이 전망된다. 두 사람이 공식출근한 다음에 실적이 부진의 늪에 빠진다면 ‘경영능력’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올 12월 13일. 임세령 상무와 임상민 부장이 대상에 복귀한 지 각각 두달과 일주일이 지났다. 오너의 딸인 두 자매에게는 아직은 조심스럽고, 하나하나 준비하며 배워나가야 하는 시기임에는 틀림없다. 대상이 밝힌 새로운 시대(2016년 글로벌 비전)까지는 앞으로 4년. 그동안 임세령 상무는 ‘주부였던 그가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명쾌한 답을 내놔야 한다. 임상민 부장 역시 오너의 딸이 아닌 경영인으로서 자질을 보여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오너의 딸이라는 선입견부터 없애야 한다. 함께 일하는 동료, 직원과의 소통은 회사경영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다. 두 사람이 경영전장戰場에 섰다. 이제부터가 본격적인 싸움이다.
박용선 기자 brave11@thescoop.co.kr | @itvfm.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