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산업센터 투자의 허와실
“난 홍보관서 편법의 끝을 봤다”

2000만원의 투자금으로 매월 100만원의 수익을 낼 수 있다면 투자할 의향이 있는가. 대부분의 투자자는 혹할 가능성이 높다. 2000만원으로 1년에 1200만원을 벌면 연 수익률이 60%에 달하는 투자처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런 수익률이 가능하다고 광고하는 곳도 있다.  높은 수익률을 미끼로 투자자를 유혹하는 지식산업센터 분양 투자다. 그렇다면 이런 유형의 투자는 괜찮은 걸까. 더스쿠프(The SCOOP) 기자가 직접 지식산업센터 분양홍보관을 방문해봤다.

바야흐로 투자의 시대. 지난해 불어온 주식투자 열풍이 온갖 분야에서도 일고 있다. 부동산·가상화폐 등 돈만 벌 수 있다면 그 어느 시장이든 투자자가 몰린다. 투자에 뛰어든 연령대도 부쩍 낮아졌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30대 이하 주식 소유자 316만명 중 절반 이상(161만명)이 동학개미운동이 한창이던 지난해 주식투자를 시작했다.

그 결과, 20대 주식 소유자는 2019년 38만2000명에서 지난해 107만1000명으로 180.5%(68만9000명) 증가했고, 30대 주식 소유자는 107만2000명에서 181만2000명으로 69.1%(74만명) 늘었다.

문제는 이런 투자 열풍이 ‘사기꾼’들에게도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최근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스팸·피싱(사기) 문자나 전화가 그 방증이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2018년 하반기 하루 평균 0.09통(1인 기준)이었던 휴대전화 스팸 건수는 지난해 하반기 0.28통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그 중에서도 고객의 휴대전화로 직접 전화를 거는 음성 스팸은 2018년 하반기 854만7667건에서 지난해 하반기 1110만993건으로 29.8% 늘어났다.


누구나 그렇듯 기자 역시 스팸 전화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예상했을지 모르지만, 그 대부분은 불법대출이나 보험판매 전화다. 하지만 최근엔 자신들을 ○○투자그룹, ○○자문이라고 소개하면서 투자를 권유하는 전화가 크게 늘었다.

# 월세 100만원 받는 투자처

그러던 4월 8일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010-4×××-9×××. 모르는 번호였지만 혹시 몰라 전화를 받았다. 휴대전화 너머에서 젊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장님, 2000만~3000만원의 투자금으로 월 100만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투자처가 있다면 투자할 의향이 있으십니까?” 평소라면 무심코 끊었겠지만 이번엔 기자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매번 걸려오는 주식이나 가상화폐가 아닌 부동산 투자를 권유하는 전화였기 때문이다.

“그게 가능한가요?” 기자의 물음에 남자는 반색했다. 자신을 ○○홀딩스의 이○○ 주임이라고 소개한 그는 설명을 이어갔다. 15분가량 이어진 통화의 요지는 이렇다. 경기도에 건설 중인 지식산업센터에 투자하면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국내 굴지 기업의 주요 사업부가 입주할 예정인 데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노선이 확정된 최고의 입지”라며 “이미 70% 이상이 분양을 끝난 상태로 좋은 자리가 몇개 남지 않다”고 열을 올렸다.

설명만 들어선 나쁘지 않은 투자처였지만 찝찝한 구석이 있었다. 왜 하필 나에게 이런 걸 안내하느냐였다. 그래서 기자는 “이렇게 좋은 투자처를 일면식도 없는 나에게 권하는 이유가 뭐냐”며 퉁명스럽게 물어봤다. 그는 “저희가 시행사인데 회사 보유분으로 남아있는 자리를 마저 처분하기 위해 마케팅 전화를 돌리고 있다”면서 말을 이었다.


“제 전화를 받은 것도 인연 아니겠어요? 분양홍보관이 있으니 들러서 설명이라도 한번 들어보세요. 분양홍보관을 방문하는 고객이 많아 예약을 하지 않으면 상담이 어려울 수도 있어요. 날짜와 시간을 정해주면 편안하게 안내를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해 놓을게요. 분양홍보관은 목동에 있어요.”

실제로 ‘이 주임’이란 신원불명의 남자가 전화를 걸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분양홍보관’은 무척 시끌시끌했다. 분양홍보관을 방문한 고객에게 이야기를 건네는 소리와 다른 누군가에게 마케팅 전화를 걸고 있는 직원들의 목소리가 뒤섞여 흡사 ‘장날 시장통’ 같았다. 마침 분양홍보관은 회사에서 멀지않은 목동에 있었다. 기자는 분양홍보관에 방문하겠다고 말을 건넨 뒤 약속을 잡았다. D-데이는 5일 후인 4월 13일 오후 2시였다.

# 알바로 북새통인 홍보관

부동산 투자 상담은 처음인지라 기자도 나름 준비를 했다. 부동산 투자 전문가에게 문의해 주의할 점이 무엇인지 물었다. 부동산 전문가는 “그곳에서 어떤 식으로 유혹을 하든 계약 관련 돈은 일절 내지 마라”면서 경고를 이어갔다. “돈을 내거나 계약서를 쓰는 순간 덫에 걸립니다. 더구나 원칙적으로 지식산업센터는 일반인이 분양을 받을 수 없는 곳이에요.”[※참고: 전문가의 말처럼 지식산업센터는 그곳에서 사업을 추진할 사업자나 기업에 분양하는 게 일반적이다. 일반인이 지식산업센터를 분양받으려면 편법을 써야 하는데, 그 방법은 아래에 설명하겠다.]

4월 13일. 약속시간인 오후 2시보다 30분 먼저 홍보관 근처에 도착했다. 그런데 이상한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홍보관 직원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5~6명씩 무리를 이뤄 홍보관 근처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손에는 지식산업센터 광고가 찍힌 종이가방을 하나씩 들고 있었다. 지나가는 시민에게 호객행위를 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홍보관 근처를 왔다 갔다 하는 게 전부였다.

그런데도 근처를 지나가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엔 충분했다. 실제로 무리에게 관심을 보인 한 아주머니가 ‘무슨 행사를 하느냐’고 묻자 어디선가 쏜살같이 나타난 다른 직원이 지식산업센터 설명을 늘어놓으며 아주머니를 홍보관으로 데려가려 애썼다.

홍보관의 겉을 살핀 후 입구에 들어섰다.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온 ‘이 주임’이란 남자의 말처럼 홍보관은 입구에서부터 북새통을 이뤘다. 화려하게 꾸며놓은 홍보관 안에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하지만 언뜻 봐도 태반이 홍보관에서 일하는 직원들이었다. 상담을 위해 마련한 7~8개의 테이블 중 실제 투자자가 상담하는 곳은 2개가량에 불과했다. 그나마도 연세가 지긋한 어르신들이 전부였다. 순간 ‘뒤통수 맞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기자의 머리를 스쳤다.

# “없어서 못 팔아요”

홍보관에 들어가 이 주임을 찾았다. 기자를 반갑게 맞이한 이 주임은 빈자리로 안내했다. 자리에 앉자마자 그는 ‘왜 부동산 투자를 해야 하는지’를 시작으로 ‘지식산업센터가 얼마나 유망한 투자처인지’를 땀을 뻘뻘 흘려가며 설명했다. 요약하면 대략 이렇다. ‘우리가 지금 짓고 있는 지식산업센터는 2023년 8월 준공 예정인데, 신도시 안에 있어 배후 수요가 뛰어나다’ ‘취득세 50% 감면, 5년간 재산세 37.5% 감면 등 지식산업센터에서 받을 수 있는 혜택이 많다’ ‘지식산업센터는 1가구 2주택 규제를 받지 않아 기존 대출이 있더라도 추가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등등….

높은 투자 수익률을 미끼로 투자자를 현혹하는 부동산 투자 권유가 증가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높은 투자 수익률을 미끼로 투자자를 현혹하는 부동산 투자 권유가 증가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특히 대출을 설명할 땐 톤이 높아졌다. “33㎡(약 10평) 기준 분양가는 1억7000만원 정도예요. 이중 80%인 1억3600만원을 3%대 이자로 빌릴 수 있어요. 계약금 10%(1700만원)와 잔금 30%(5100만원)를 제외한 60%의 중도금은 무이자 대출이 가능하죠. 왜 그런 줄 아세요? 이자를 시행사가 부담하기 때문이에요. 이것저것 다 따져보면, 고객님이 투자해야 하는 초기 자금은 1700만원뿐이예요. 비용 부담이 적어서인지 2~3개씩 투자하는 투자자도 정말 많아요. 참, 월세를 받다가 프리미엄이 붙었을 때 매각하면 차익도 노릴 수 있죠. 고객님이 원하면 분양 이후에도 제가 꾸준히 관리해 드릴 거예요. 인기가 많아 없어서 못 팔 지경이라니까요.”

투자자라면 충분히 혹할 만한 조건이다. 하지만 이 주임의 설명엔 불법과 편법이 교묘하게 섞여 있었다. 무엇보다 그는 ‘일반인이 지식산업센터를 분양받을 수 없다’는 점을 전혀 알리지 않았다. 설명을 듣고 있던 기자가 조용히 물었다.[※참고: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1문1답 방식을 섞었다.]


기자 : “지식산업센터를 일반인이 분양받을 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이거 괜찮은 건가요?”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이 주임은 당황한 듯 말을 잇지 못했다. 최 팀장이란 사람이 끼어든 건 그때였다.

최 팀장: “아, 고객님. 분양계약을 맺은 다음 소프트웨어개발이나 광고대행업 등 인허가가 필요 없는 업종으로 사업자 등록을 하시면 됩니다. 입주 후 사업자등록증에 임대업을 추가하면 얼마든지 임대사업도 할 수 있고요.”

기자 : “그거 불법 아닌가요?”

최 팀장 : “모두 그렇게 임대사업을 합니다. 법에서 허용한 제도를 활용하는 것이어서 아무런 문제가 없어요. 허위로 사업자 등록을 해도 관할 구청이나 세무서에서 실사를 나오는 일이 없으니 안심해도 돼요.”

그렇다면 최 팀장의 말은 사실일까. 그렇지 않다.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 제28조 7(입주자 등의 의무)은 ‘입주대상 시설이 아닌 용도로 지식산업센터를 활용하려는 자에게 지식산업센터의 전부 또는 일부를 양도·임대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시행사가 불법적인 방법을 안내하면서 지식산업센터를 일반인에게 판매하고 있는 셈이다. 말이 길게 이어지자 최 팀장은 서둘렀다. 쐐기를 박으려는 듯 직설적인 화법을 썼다. 

최 팀장 : “당장 계약을 하지 않으면 좋은 기회를 놓칠 수 있어요. 300만원만 내시면 분양을 받을 수 있는 층수와 호실을 확인해 드릴게요.”

기자 : “300만원이라니요?”

최 팀장 : “자금을 관리하는 신탁사에 입금하는 돈으로 배정받은 호실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전액 환불받을 수 있어요. 돈을 미리 내야 다른 투자자보다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기 때문이니까 안심하셔도 돼요.”

하지만 이 역시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었다. 언젠가부터 옆으로 빠진 ‘이 주임’이란 남자는 “회사 보유분을 매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 보유분이라면 ‘위치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이유가 없다. 기자는 최 팀장의 속이 보였지만 일단 모르는 척했다.

기자 : “당장 300만원을 만들긴 어려운데요.”

최 팀장의 인상이 약간 일그러지자 이번엔 이 주임이 나섰다. 그는 인심을 쓰는 듯 “200만원만 입금해도 분양받을 호실을 알려주겠다”며 꼬드겼다. 기자가 “이런 투자를 혼자 결정할 수 없으니 가족과 상의해 보겠다”면서 발을 빼려 하자, 처음엔 30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떨어졌던 금액이 100만원, 다시 50만원으로 내려갔다. 그들이 제시한 금액이 날개 꺾인 듯 곤두박질치자 최 팀장이 다시 등판했다. 감추려 했지만 그의 말투엔 ‘조급함’과 ‘답답함’이 섞여 있었다.

최 팀장 : “10만원도 없으세요? 좋은 기회를 놓치는 것 같아 안타까워서 그러는 거예요. 윗선에는 지인이라고 얘기해 분양 받을 수 있는 호실을 확보할 수 있게 도와드릴게요.” 기자는 계약금(1700만원)에 필요한 돈을 마련하는 것도 힘들 수 있다는 말로 투자를 거절하고서야 분양홍보관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오후 4시. 어느덧 시간이 2시간이나 흘렀다. 취재 목적이 아니었다면 두 사람의 화려한 언변에 넘어가고도 남을 법한 시간이었다.

# 불법과 편법의 줄타기

상담을 마친 후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이들이 짓고 있다는 경기도 지식산업센터 부지를 찾아가 봤다. 해당 지자체에 사업 진행 상황도 문의했다. 이 주임이 알려준 기업의 이름으로 지식산업센터를 짓고 있는 건 사실이었다. 설명에서 언급한 시공사와 공사 위치도 일치했다.

하지만 그곳이 이 주임과 최 팀장이 설명한 것처럼 투자가치가 높은 지식산업센터인지는 의문이다. 무엇보다 지식산업센터 소재지 주변 건물엔 공실이 넘쳐났다. 다 지어진 건물 창문마다 임대라고 쓰인 커다란 현수막이 붙어있었다. 그곳에서 만난 공인중개사의 말도 다르지 않았다. “보셨으면 감이 오지 않나요? 이미 다 지은 건물에도 공실이 많아요. 다 지어지지도 않은 건물에 지금 투자해선 절대 안 돼요. 조금만 더 나가보시면 대로변에도 지식산업센터가 있어요. 거기도 다 차지 않았으니 말 다했죠.”

이런 문제점이 있음에도 지식산업센터 분양은 여전히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다. 전문가들이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김학환 숭실사이버대(부동산학과) 교수는 “지식산업센터 투자의 위험성과 불법성은 숨긴 채 장점만 부각해 분양에 나서는 시행사나 분양대행사가 적지 않다”며 “투자자를 기망하는 내용을 안내한다면 사기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막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며 “부동산 중개인 등 일정 자격이 있는 사람에게 분양을 맡기는 방안 등 투자자의 피해를 줄일 수 있는 개선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렇다면 마지막 의문 하나. 기자가 300만원, 아니 10만원이라도 그 분양홍보관에 줬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기자가 분양 홍보관을 찾아가기 전에 조언을 구했던 부동산 전문가는 이렇게 말했다. “전형적인 수법입니다. 만약 돈을 냈다면 본계약으로 끌고 가기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했을 거예요. 여기에 계약서까지 쓰면 발을 빼기 더 힘들어지죠. 계약을 포기하기 위해서는 300만원이나 10만원이 아닌 분양가의 10%를 위약금으로 물어야 할 수도 있어요. 계약서상 계약금은 분양가의 10%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분양홍보관의 달콤한 말만 듣고 충동적으로 계약을 하면 안 되는 이유입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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