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풍력시장 전망
육상풍력 대신 해상풍력
미국발 정책 수혜도

2020년 글로벌 풍력시장은 호황기를 보냈다. 세계풍력에너지협회(GWEC)는 “2018~2029년 글로벌 풍력시장이 연평균 6.7%대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우려도 나온다. 코로나19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는 데다, 중국이 보조금마저 끊거나 줄이고 있어서다. 그렇다고 미 정부의 친환경 정책, 해상풍력발전시장의 성장세 등 호재가 없는 것도 아니다. ‘변수투성이’ 풍력발전시장은 어디로 향할까. 

세계 각국 정부가 해상풍력발전 설비를 적극적으로 설치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세계 각국 정부가 해상풍력발전 설비를 적극적으로 설치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친환경 산업이 대세인 시대다. 특히 지난해부터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대유행하면서 대부분의 국가가 경기 부양을 위한 옵션 중 하나로 친환경 산업을 택했다. 어차피 화석에너지를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해야 하는 상황에서 코로나19가 변화를 촉진하고 있는 셈인데, 그 중심엔 풍력발전시장도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 “글로벌 풍력발전시장이 되레 쪼그라들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부터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이 우려의 가장 큰 근거는 역설적이게도 코로나19다. 코로나19가 친환경 산업을 이끄는 덴 큰 역할을 하고 있지만 풍력발전엔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거다. 

일례로 인도와 브라질은 대규모 풍력 발전소를 계획하고 있는 국가들인데, 코로나19로 인해 프로젝트 진행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인도와 브라질은 코로나19 확진자가 세계에서 각각 두번째, 세번째로 많다. 

우려의 원인은 또 있다. 중국이 올해부터 육상풍력발전 설비에 지급하던 보조금을 끊은 것이다. 중국은 글로벌 풍력발전시장에서 신규 설치 비중이 43.0%로 1위다. 단일 국가 시장으로는 가장 크다. 중국의 보조금이 끊기면 풍력설비 설치 계획이 주춤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참고: 중국은 산업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친환경 산업에 지원하는 보조금을 계속 줄이거나 폐지해왔다. 올해는 태양광 보조금도 없앨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풍력 터빈 제조사들의 올해 1분기 실적을 봐도 우려가 나올 법하다. 미국 GE의 풍력사업 부문인 ‘GE renewable ener gy’는 32억 달러(약 3조5907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영업손실이 2억3300만 달러(약 2581억원)였다. 

같은 기간 23억3600만 유로(약 3조1823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독일 화학기업 지멘스의 계열사인 ‘SGRE’도 1900만 유로(약 25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덴마크 기업인 ‘Vestas’ 역시 19억6200만 유로(2조6738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영업손실이 7100만 유로(약 967억원)에 달했다. 3곳 모두 매출 기대치는 충족했지만 영업이익은 적자를 면치 못했다. 

이는 풍력발전시장이 위축됐음을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풍력 발전에서 터빈은 필수 부품이다. 전기차 산업에서 배터리가 핵심인 것과 비슷하다. 그 핵심 부품을 판매하는 풍력 터빈 제조사들의 실적이 좋지 않다는 건 시장의 성장 속도가 빠르지 않다는 의미로 풀이해도 무방하다. 

육상풍력 보조금 끊은 중국 

그렇다면 풍력발전시장의 미래는 어떨까. 아직은 부정적인 시그널보단 긍정적인 시그널이 더 많다. 우선 인도와 브라질의 수주 비중이 비교적 커서 실적 전망치를 낮춘 SGRE를 제외하면 글로벌 풍력 터빈 제조사들이 실적 전망치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덴마크 Vestas가 제시한 올해 실적 전망치는 매출 15% 성장, 영업이익률 6~8%다. GE renewable energy는 ‘한자릿수 중반(mid-single digit)의 성장(매출)과 영업이익률’을 제시했다.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시장 성장 전망에 큰 흔들림이 없다는 방증이다.[※참고: 물론 인도와 브라질 정부가 코로나19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관건이긴 하다.] 

아울러 미국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강력한 친환경 정책’으로 무장하고 있다. ‘205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제로화하겠다’는 그의 공약에는 2035년까지 풍력발전설비(터빈)를 6만개까지 설치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6㎿급 규모를 기준으로 보면 매년 24GW의 신규 풍력발전 설비가 설치된다. 이 공약이 현실화한다면 풍력발전시장에 초호황기가 찾아온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양이다. 

육상풍력은 주춤하겠지만 해상풍력발전이 가파르게 성장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그 중심엔 중국이 있다. 중국이 풍력발전 설비 관련 보조금을 중단했지만 그건 육상풍력에만 해당한다. 해상풍력발전 설비는 올해 말까지 지속된다. 따라서 해상풍력 관련 신규 설치 수요가 가파르게 줄어들진 않을 것이다. 

세계 각국, 해상풍력에 승부수

사실 중국만이 아니다. 세계 각국도 해상풍력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힘을 쏟고 있다. 해상풍력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유럽은 2030년까지 최소 60GW, 2050년까지는 300GW의 해상풍력발전 설비를 설치하는 내용을 논의하고 있다. 특히 영국은 해상풍력발전 용량을 2020년 10GW에서 2030년 40GW까지 늘릴 계획이다. 

독일도 같은 기간 목표치를 기존 15GW에서 20GW로 올렸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문재인 정부는 ‘2030년까지 해상풍력 5대 강국’이 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해상풍력발전 용량을 2020년 10GW에서 2030년 40GW까지 늘린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이를 근거로 세계풍력에너지협회(GWEC)는 2030년 글로벌 해상풍력발전 설비 신규 설치량이 2020년보다 4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체 풍력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2019년 10%대에서 2025년 20% 이상으로 커질 전망이다. 세계 각 국가가 해상풍력발전 설비 설치에 적극적이어서다. 

이재연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풍력 터빈 제조사들이 해상풍력시장에서 장밋빛 전망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는 풍력시장의 무게추가 해상풍력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면서 “해상풍력시장이 예상보다 빨리 개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결국 풍력시장에는 악재보다 호재가 많다는 거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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