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뉴시스템 프로젝트 참여한 목수 최재범씨
공사 대금 제대로 못 받아 전전긍긍
함께 일했던 노동자들에게 신뢰도 잃어
“일정에도 없는 추가 공사 하더니…”

행정안전부 국무총리 표창, 산업통상자원부 대통령 표창, 과학기술정보통신부 IR52장영실상…. 방수 전문업체인 리뉴시스템의 수상 이력은 화려하다. 하지만 이 회사는 1차 협력(하청)업체에 공사대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아 논란을 빚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협력업체 의뢰를 받고 일한 일용직들도 돈을 못 받고 있다는 점이다. 리뉴시스템이 발주한 공사에 참여했던 목수 최재범(57)씨는 “돈도 못 받았는데 신용까지 잃었다”며 한탄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그의 울분을 들어봤다. 

목수 최재범씨는 “리뉴시스템이 공사 실비를 제대로 정산해줘야 하다”고 주장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목수 최재범씨는 “리뉴시스템이 공사 실비를 제대로 정산해줘야 하다”고 주장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목수 최재범씨가 원청 리뉴시스템의 1차 협력업체인 ‘원하는대로(인테리어기업)’로부터 이동식 주택의 목공작업을 해달라는 의뢰를 받은 건 2021년 2월이다. 최씨는 곧바로 일용직 10여명을 모아 지난 2~3월에 걸쳐 10여일간 목공작업을 했다. 원청 리뉴시스템이 원하는대로에 발주한 인테리어 작업 중 일부였다. 

하지만 최씨는 두달이 넘도록 공사대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리뉴시스템이 1차 협력업체인 원하는대로에 대금 결제를 제대로 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기서 발생한 피해가 2차 협력업체 격인 최씨와 함께 일한 노동자들에게 고스란히 전이된 셈이다. 최씨는 “단순한 돈 문제가 아니다”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돈을 못 받은 것도 문제지만, 사람들로부터 신용을 잃었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앞으로 공사를 하려 해도 나와는 일하려 하지 않을 게 뻔하다.” 

✚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린다.
“목수다. 공사를 할 때 나무와 관련한 일은 모두 한다. 목수 경력은 25년쯤 된다.” 

✚ 리뉴시스템이 발주한 것 중엔 어떤 일을 했는가. 
“리뉴시스템이 ‘원하는대로’에 발주한 이동식 주택 4채의 인테리어 작업 중에서 목공작업을 했다. 전시회에 내놓을 견본 제품이라고 하더라.”

✚ 언제 작업했나.
“올해 2월 말에 투입돼서 3월 초까지 열흘 정도다.”

✚ 아직도 공사대금을 못 받은 것으로 안다.
“그렇다. 현장 식비와 숙박비는 1차 협력업체인 ‘원하는대로’에서 준 카드로 결제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인건비와 자재비는 한푼도 못 받았다.” 

✚ 누가 대금을 안 주는 건가.
“구조를 따져보면 난 2차 협력업체 격이니 1차 협력업체인 ‘원하는대로’로부터 돈을 받아야 한다.” 

✚ ‘원하는대로’ 측에 불만이 많을 것 같다.
“그렇지 않다. 원청업체인 리뉴시스템이 결제를 제대로 해주지 않아서 ‘원하는대로’도 돈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원하는대로 측이 리뉴시스템의 발주를 받아 만든 이동식 주택.[사진=원하는대로 제공]
원하는대로 측이 리뉴시스템의 발주를 받아 만든 이동식 주택.[사진=원하는대로 제공]

✚ 좀 더 자세하게 말해 달라. 
“‘원하는대로’와 계약하고 일을 한 건 벌써 10년도 더 됐다. 지금까지 대금을 밀려 지급한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 게다가 원하는대로가 억울할 법도 하다.” 

✚ 그렇게 말하는 이유가 있나. 
“원하는대로 측이 리뉴시스템으로부터 공사대금을 제대로 못 받는 이유가 실비(실제 투입된 비용) 정산을 둘러싼 이견 때문인 걸로 안다. 작업 일정이 늘어나면서 실비가 예상보다 많이 나왔는데, 그걸 리뉴시스템 측이 인정해주지 않고 있다는 거다. 그런데 작업 일정이 늘어난 데는 리뉴시스템 측의 책임이 적지 않다.”

“리뉴시스템 때문에 공기 늘어”

✚ 왜 그렇게 생각하는가. 
“실제로 리뉴시스템 때문에 품삯이 더 들어갔다. 일례로 이동식 주택의 뼈대를 만든 상황에서 내부 단열을 하고 마감하라는 지시를 받았는데, 참 난감했다. 이동식 주택의 벽 두께가 얇아서 단열재를 넣을 공간이 없더라. 그래서 내부에 일일이 목재를 다 박아 단열재를 넣을 공간을 만들어야 했다. 애초에 뼈대부터 잘못된 셈이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 또다른 문제는 뭔가. 
“일하는 과정이 체계적이지 않았다. 리뉴시스템 관계자들은 목공작업 중간중간에 자신들이 해야 할 작업이 있다면서 방수작업을 했다. 일반적인 주택 공사에서는 볼 수 없는 공정들이 많았는데, 그러다보니 공사기간이 꽤 늘었다.”

✚ 사전에 협의를 했을 것 아닌가.
“그렇지 않다. 당일 아침에 ‘오늘은 우리가 중간에 어떤 작업을 해야 하니 그걸 마친 후에 작업을 하라’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우리가 계획한 목공작업 일정이 있는데 자꾸 중간에 끼어드니까 작업 능률이 오르지 않을뿐더러 일이 뒤죽박죽 엉켰다. 심지어 작업 순서가 뒤바뀌는 바람에 똑같은 작업을 다시 한 경우도 있다.”

✚ 원래 이런 공사는 한팀이 작업을 끝낸 다음에 다른 팀이 들어가는 게 일반적인가.
“당연하다. 우리 영역의 작업을 하고 있는데 옆에서 다른 작업을 하고 있으면 신경이 쓰인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사전에 협의도 안 된 별도의 작업지시들이 계속 들어오는데 방법이 없었다. 심지어 리뉴시스템 사장까지 뭔가 시범을 보이면서 이래라 저래라 하니 참 힘들었다.”

✚ 리뉴시스템이 방수전문업체니까 방수만은 열심히 하려고 한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지 않나.
“리뉴시스템 입장에서는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꼭 해야 한다면 공사 일정에 자신들의 업무를 포함하는 게 옳은 절차이지 않은가. 공정 중간에 끼어들면 작업 효율성이 떨어져 공사비도 늘어난다. 그래서 주택 공사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이런 상황을 만들지 않는다.”

“실비 정산은 발주사의 몫”

✚ 결국 발주사 때문에 공정이 복잡해졌으니 발주사가 실비 정산을 해주는 게 맞다는 건가. 
“그게 일반적이다. 공사 중에 비용이 예상보다 더 나오는 건 다반사다. 심지어 리뉴시스템은 추가 작업을 지시했고, 그 과정에서 공사 일정을 협의하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그들은 실비조차 정산해주지 않고 있다. 당연히 리뉴시스템 측이 책임져야 하지 않겠나 생각한다.”

✚ 늘어난 공사기간 탓에 비용이 얼마나 더 들어갔나. 
“20품(1품=1인당 하루 인건비)쯤 추가로 들어간 것 같다. 하지만 문제는 공사대금을 못 받은 것만이 아니다. 더 심각한 문제도 있다.” 

✚ 그게 뭔가. 
“두달 넘도록 일용직 노동자들의 임금을 못 줘서 신용을 다 잃었다. 이젠 그들이 나와는 함께 일하지 않으려 한다. 따지고 보면, ‘원하는대로’ 대표도 나에게 신용을 잃은 셈이다. 대금을 안 주면 이렇게 줄줄이 신용이 무너진다. 이게 업계에 소문이 안 나겠는가. 당연히 퍼진다. ‘원하는대로’도 나도 앞으로가 더 걱정인 이유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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