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pany Insight
디앤액트의 1년의 기록
기회 노리지만 반등 어려워

토종스포츠 브랜드 ‘르까프’를 보유한 디앤액트(DNACT)는 지난해 큰 변화를 시도했다. 기업회생절차를 졸업했고 사명을 화승에서 지금의 디앤액트로 바꿨다. 외부에서 유통업계 비즈니스 전문가를 수혈해 신임 대표에 앉혔다. 절치부심 재도약을 꿈꿨던 디앤액트는 목표를 달성했을까. 르까프의 지난 1년, 그리고 그들 앞에 여전히 놓여 있는 숙제를 짚어봤다.

지난해 사명을 바꾸고 대표도 교체한 디앤액트가 좀처럼 반등의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사진=디앤액트 제공]
지난해 사명을 바꾸고 대표도 교체한 디앤액트가 좀처럼 반등의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사진=디앤액트 제공]

“대한민국 대표 스포츠 브랜드로서의 명성을 되찾겠다.” 지난해 4월 스포츠패션기업 디앤액트가 유통·매장 관리·물류·상품기획·제조 등 유통업계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해온 정신모 대표를 선임했다. 기업회생 절차를 조기 종결하고 재도약의 기회를 맞이한 만큼 비즈니스 전문가의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였다.

디앤액트는 신임 대표 선임을 계기로 핵심 소비자층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활발한 마케팅을 전개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정 대표는 “경영정상화와 브랜드 성장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역동적인 DNA를 가진 르까프를 생활 스포츠 브랜드로 더욱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디앤액트는 계획대로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르까프가 1986년 탄생한 브랜드라는 점을 부각하기 위해 1986년생인 송가인과 이장우를 모델로 내세운 스타마케팅으로 소비자들과의 거리를 좁히려 노력했다. 특히 미스트롯’ 출연 이후 절정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송가인을 모델로 삼은 만큼 이를 활용해 ‘송가인 재킷’을 출시하고 ‘송가인 랜선 팬사인회’를 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전략은 알찬 열매를 맺지 못했다. 디앤액트는 지난해 반등에 실패했다. 2019년 2110억원이던 매출액은 2020년 842억원으로 가파르게 줄었다. 749억원에 달했던 영업손실이 287억원으로 줄어들긴 했지만 위안으로 삼기엔 손실 규모가 너무 컸다.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었다.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와의 경쟁에서 밀린 데다, 코로나19란 변수를 넘어서지 못했기 때문이다. 르까프가 스포츠 브랜드의 주요 소비층인 MZ세대에게 어필하기엔 지나치게 ‘낡은 브랜드’라는 점도 약점으로 작용했다.

김도균 경희대(체육대학원) 교수는 디앤액트가 반등할 수 없는 원인을 몇가지 꼽았다. 첫번째는 종목의 정체성이다. “스포츠브랜드는 저마다 종목 정체성이 있다. 나열해보면, 나이키는 육상·농구, 아디다스는 축구, 아식스는 러닝 등이다. 하지만 르까프를 비롯한 토종브랜드는 그게 없다. 물론 양궁·레슬링 등을 후원하고 있긴 하지만 시장이 협소하다. 소비자들에게 브랜드의 정체성을 알리는 게 쉽지 않다.”

두번째는 열악한 마케팅 환경이다. 김 교수는 “소비자들은 제품을 신는 게 아니라 브랜드를 신는다”면서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선 지속적으로 마케팅을 해야 하는데 토종브랜드는 그럴 능력이 안 되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마지막 원인은 ‘기회’다. 김 교수의 얘기를 계속 들어보자.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들이 성장을 많이 한 타이밍을 보면 항상 월드컵이나 올림픽 등 세계적인 스포츠 이벤트가 있었다. 하지만 토종브랜드는 ‘86서울아시안게임’ ‘88서울올림픽’ 이후 기회를 잡지 못했다. 2002년 월드컵,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도 외면받았다. 그때 후원을 했다면 아마 한단계 더 도약하는 기회를 잡았을 거다. 하지만 재정적으로 여의치 않다 보니 기회를 놓쳤고, 그로 인해 실적이 악화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좀처럼 반등의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는 디앤액트는 올해 르까프 론칭 35주년을 맞았다. 30주년 땐 지난 30년간 출시한 르까프 제품은 물론 마케팅의 역사를 담아낸 ‘히스토리 마케팅’을 펼치기도 했다. 여성 스포츠 전문 라인을 선보인 것도 이때였다. 

하지만 35주년 이벤트는 별게 없다. ‘내실 다지기’에 힘을 쏟는 전략을 택했다. 효율이 낮은 매장들을 정리하며 반등의 기회를 노려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런 이유로 지난해 의욕적으로 전개했던 스타마케팅도 중단했다. 대신 스포츠 전문 모델을 기용했다. 이 역시 ‘내실 다지기’의 일환이다. 디앤액트 관계자는 “빅모델을 기용해 브랜드 이미지를 개선할 수도 있지만 당장 급한 건 그게 아니라고 판단했다”면서 “당분간은 비효율 매장들을 과감하게 정리해 점포당 효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내실 다지기’도 여의치 않다는 점이다. 디앤액트 측은 “법정관리 졸업 후 지속적으로 경영정상화 작업을 하고 있다”며 “2월부터 4월까진 매장 구조조정 효과가 서서히 나타났는데, 4월 중순 이후 코로나19 재확산세가 나타나면서 다시 주춤하고 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디앤액트가 비효율 매장을 줄이며 경영정상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사진은 르까프 전 모델 송가인.[사진=디앤액트 제공]
디앤액트가 비효율 매장을 줄이며 경영정상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사진은 르까프 전 모델 송가인.[사진=디앤액트 제공]

그렇다면 아예 돌파구는 없는 걸까. 김영호 김앤커머스 대표는 “냉정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으로선 르까프라는 브랜드로 시장에 어필할 수 있는 게 없다”면서 “그렇다면 아예 새로운 브랜드를 만드는 것도 심각하게 고려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역사와 전통을 가진 브랜드를 오래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지금 같은 위기상황에서 무작정 브랜드를 유지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소비자들이 르까프라는 브랜드를 선택할 이유를 만들어줘야 하는데 기존 브랜드로 그게 어렵다면 아예 새로운 브랜드를 론칭해 새로운 명분을 만들어줘야 한다. 이미 브랜드를 론칭하고 제품을 만들 역량은 갖추고 있지 않나. 소중한 시간과 돈을 괜한 데 허비하지 말고 미래동력을 만드는 데 투자하길 바란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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