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뱀띠 CEO 列傳

PC업계의 황태자로 불리던 마이클 델 델컴퓨터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IT풍향계를 제대로 읽고 ‘세계의 혁신맨’으로 각광받은 것과 달리 그는 ‘모바일’의 가치를 낮게 봤다가 큰코다쳤다. 그런 그가 인수•합병(M&A) 전략으로 부활을 모색한다. 때마침 계사년癸巳年, 그의 해다.

▲ CNN은 최근 발표한 IT업계 풍향계를 잘못 읽은 CEO 7인에 마이클 델 회장을 포함시켰다.델 회장은 왕성한 M&A를 통해 위기를 돌파하고자 노력 중이다.

2013년은 계사년癸巳年 ‘뱀띠 해’다. 최근 국내 한 기업분석기관은 계사년에 활약이 기대되는 최고경영자(CEO)를 발표했다. 1953년 뱀띠인 구자열 LS전선 회장과 박근희 삼성생명 부회장 등이 선정됐다.

해외에는 어떤 CEO가 있을까.

델 컴퓨터 창업자이자 CEO인 마이클 델(1965년) 회장이 눈에 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의장이 소프트웨어의 황제라면 델 회장은 하드웨어의 황제다. 치과의사의 아들로 유복한 성장기를 보낸 그는 부모의 뜻에 따라 의대에 진학했다. 그러나 학업수행을 위해 컴퓨터를 뜯었다 고쳤다 반복하다 자신의 진로를 바꿨다. ‘컴퓨터에 일가견이 있는 나조차 PC업그레이드가 이렇게 힘든데 일반인의 고충은 어떠할까’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계약직 직원에도 의료보험 적용하는 슐츠

단돈 1000달러로 창업한 그는 컴퓨터 도매상으로부터 재고를 넘겨받아 업그레이드한 뒤 되팔았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1992년 포춘은 델 컴퓨터를 세계 500대 기업 리스트에 올렸고 델 회장은 가장 젊은 갑부로 선정됐다. 인터넷이 활성화되기 시작한 1990년대 후반 델 컴퓨터는 날개를 달았다. 2000년대 들어서는 컴퓨터 외에 TV•오디오•프린터 등으로 생산라인을 넓혔다.

그러나 사람 일이 순탄할 수만은 없는 법. 최근 그에게도 위기가 닥쳤다. IT의 패러다임이 모바일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넘어오면서 델 컴퓨터는 위기에 몰렸다. 모바일 시대에 대비하지 못했다는 지적까지 일었다.

CNN머니는 12월 7일 발표한 ‘IT업계 풍향계를 잘못 읽은 CEO 7인’에 델 회장을 포함했다. CNN머니는 ‘PC에서 모바일로의 전환이 늦어지며 델 컴퓨터의 올해 주가가 30%나 하락한 점’을 그 이유로 꼽았다. 델 회장은 뒤늦게 클라우드 서비스 분야에 뛰어들었지만 성과는 기대치를 밑돌고 있다.

 

델 회장은 기업 인수•합병(M&A)과 보안 분야 강화전략으로 위기를 돌파한다는 방침이다. 와이즈테크놀로지•소닉월•시큐어웍스 등 관련 업체를 인수하는데 50억 달러를 투입한 것은 이를 잘 보여준다. 델 회장의 전략이 통했는지 골드만삭스는 최근 델 컴퓨터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도’에서 ‘매수’로 조정했다. 골드만삭스는 “델 컴퓨터에 대한 투자심리와 실적기대가 2013년 긍정적으로 바뀔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CEO도 1953년생 뱀띠다. 대학 졸업 후 가정용품 생산업체에 영업사원으로 입사한 그는 탁월한 실적을 올리며 승진을 거듭한다. 부사장으로 일정을 소화하던 1981년, 시애틀의 한 커피숍 주인이 그의 회사에 커피추출기를 주문했다. 물건을 들고 직접 매장을 방문한 슐츠는 이곳에서 풍기는 아라비카 향의 커피에 매료됐다. 이 커피를 팔면 대박을 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로부터 6년 후인 1987년 슐츠는 이 커피숍을 인수했다. 글로벌 커피 체인점 스타벅스는 이렇게 탄생했다.

스타벅스는 세계 곳곳에 약 2만여 개의 매장을 운영 중이다. 슐츠 회장은 아직 배가 고프다. 그는 최근 개최한 투자자 대상 콘퍼런스에서 “향후 5년간 전 세계적으로 스타벅스 매장 3000여개를 더 열겠다”고 발표했다.

세계경기가 불황의 늪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음에도 스타벅스는 승승장구를 거듭하고 있다. 스타벅스의 올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 늘어난 33억6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순이익은 3억5900만 달러에 달했다. 슐츠 회장은 자신의 저서 「put your heart into it」의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업무에 혼신의 힘을 쏟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 기금을 모을 뿐만 아니라 정치권의 무능에 맞서 정치자금 기부를 중단하는 등 강단도 있다. 포춘이 슐츠 회장을 2011년 ‘올해의 기업인’으로 선정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실 슐츠 회장만큼 곤경을 딛고 일어난 경영인도 드물다. 그는 뉴욕 빈민가 출신이다. 유년 시절 그의 아버지는 트럭 운전 중 다리를 다친 뒤 의료보험 혜택도 없이 회사에서 해고됐다. 슐츠 회장은 이런 아픔을 ‘직원사랑’으로 승화했다. 그는 스타벅스 CEO에 부임한 뒤 계약직 직원에게도 의료보험을 제공하는 등 파격적인 복지를 펼치고 있다.

아이린 로젠펠드 ‘크래프트 푸즈’ CEO도 1953년생 뱀띠다. 그는 미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하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에 매년 이름을 올린다. 크래프트 푸즈는 현재 스위스의 네슬레 다음가는 세계 2위 식품기업이다. 맥심•리츠•오레오 등이 주요 브랜드다.

로젠펠드 회장을 잘 보여주는 키워드는 자신감이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여자 대통령을 꿈꿀 정도로 당찼다. 로젠펠드 회장이 가장 싫어하는 일은 시도해 보지도 않고 ‘못 하겠다’고 포기하는 것이다. 그는 대학졸업 후 광고회사에서 첫 업무를 시작했지만 1981년 제너럴 푸드(크래프트의 전신)로 이적하면서 크래프트 푸즈와 인연을 맺었다. 이후 크래프트 푸즈 북미지역 책임자로 이력을 쌓다 2007년 3월 CEO에 올랐다.

 

위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그의 여장부식 경영은 2010년 영국 초콜릿 생산업체 ‘캐드버리’를 인수할 때 빛을 발했다. 크래프트 푸즈의 최대 주주 중 한 사람인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캐드버리 인수를 강하게 반대했다. 190억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인수자금을 들인 만큼 가치가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로젠펠드는 특유의 뚝심으로 버핏에 맞섰고, M&A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크래프트 푸즈의 2010년 매출은 전년보다 110억 달러나 늘어난 492억 달러를 기록했다. 로젠펠드 회장의 도전은 현재진행형이다. 크래프트 푸즈는 최근 북미 법인과 글로벌 스낵법인으로 분리됐다. 로젠펠드 회장은 안정적인 북미법인이 아닌 글로벌 스낵법인 CEO를 자청했다. 신흥국 개척을 위해 두 팔을 걷어붙인 것이다.

MS 공동창업자 앨런, 재기 모색

러시아 3대 부자 중 한명으로 꼽히는 미하일 프로호로프도 뱀띠(1965년생)다. 그는 세계 최대 니켈 생산 기업인 노릴스크의 전 사장이자 오넥심 그룹의 사장이다. 미국 NBA 농구팀 ‘뉴저지 네츠’의 지분 80%를 보유한 구단주이기도 하다. 지난해 푸틴 정권의 부정선거에 반기를 들며 대통령 후보로 나서 글로벌 명성을 쌓았다.

빌 게이츠와 함께 MS를 창업한 폴 앨런도 뱀띠다. 2006년 당시 약 230억 달러의 재산으로 포브스 선정 세계 6위 부자에 올랐던 그는 최근 142억 달러로 재산이 줄어들었다(재산순위 48위). 친구 빌 게이츠와 재산규모가 차이나는 이유는 림프종(암의 일종) 투병으로 인해 MS사에서 일찌감치 손을 떼서다. 이후 투자한 여러 사업에서 고배를 마신 것도 영향을 끼쳤다.

미국 축구팀 시애틀 사운더스 FC의 구단주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IT업계 귀환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왕성한 행보를 결정짓는 변수는 건강이다. 건강만 허락한다면 그는 IT업계에 귀환할 자격이 있다.
유두진 기자 ydj123@thescoop.co.kr|@itvf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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