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에 빠진 현지인들
K-푸드 특징 살린 현지화 성공
국가 다변화는 숙제

K-팝에서 시작된 한류 열풍이 K-푸드로 옮겨붙더니, 이번엔 K-편의점이다. 국내 편의점 업체들이 동남아국가와 중앙아시아를 시작으로 해외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어서다. 일단 출발은 좋다. K-편의점을 오픈하면 너나 할 것 없이 그곳에 들어가려고 줄을 선다. 하지만 K-편의점이 더 많은 깃발을 꽂으려면 해결해야 할 숙제도 있다.

해외에 진출한 편의점들은 K-푸드에 관심을 보이는 현지인을 겨냥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은 GS25베트남 매장 모습.[사진=GS리테일 제공]
해외에 진출한 편의점들은 K-푸드에 관심을 보이는 현지인을 겨냥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은 GS25베트남 매장 모습.[사진=GS리테일 제공]

국내 편의점들의 해외 진출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베트남·말레이시아 등 동남아국가는 물론 중앙아시아 몽골까지 해외 진출 소식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편의점 이마트24(이마트)는 6월 24일 말레이시아 현지 기업인 United Frontiers Holdings(유나이티드 프런티어 홀딩스)와 손잡고 이마트24 말레이시아 1호점(방사사우스점)을 오픈했다. 위드미에서 이마트24로 리브랜딩한 후 4년 만에 일군 성과다. 이마트24는 올해 안에 10개점, 5년 내 300개점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말레이시아는 지난 4월 CU(BGF리테일)가 먼저 깃발을 꽂은 지역이기도 하다. BGF리테일은 말레이시아 진출을 위해 지난해 10월 현지 기업인 Mynews Holdings(마이뉴스 홀딩스)의 자회사인 MYCU Retail과 브랜드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차근차근 준비를 마친 BGF리테일과 MYCU Retail은 지난 4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지역 쇼핑몰에 말레이시아 1호점(CU센터포인트점)을 열었다. 양사는 ‘1년 내 신규점 50개 오픈’ ‘향후 5년간 500개 이상 점포’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말레이시아 편의점 업계 1위 자리를 차지하겠다는 포부다.


CU는 몽골에도 진출해 있다. 2018년 몽골 시장에 진출한 후 7월 현재 130호점까지 열었다. 말레이시아에서 이마트24와 경쟁을 시작했다면 이곳에선 GS25(GS리테일)와 승부를 벌이고 있다. GS25는 지난 5월 18일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에 GS25 3개 매장을 동시에 개점하며 몽골 영업을 시작했다. 이후 2주 만에 3개점을 추가 오픈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현재 10호점까지 냈다. 2018년 베트남에 진출해 현재 117호점까지 오픈한 GS25는 그 경험을 발판 삼아 몽골에서도 빠르게 안착한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국내 편의점들은 동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공격적으로 매장을 오픈하며 영역을 확장해가고 있다. 그렇다면 국내 편의점들이 빠른 시간 안에 현지 소비자들을 공략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현지 분위기를 파악하면 그 답을 쉽게 얻을 수 있다. 

먼저, 베트남을 보자. 베트남은 아시아국가 중 편의점 시장성장률이 가장 높은 국가로 꼽힌다. 지난해 베트남 편의점 매출액은 3억5300만 달러(약 4063억3830만원)였는데, 전년 대비 11% 성장했다. 빠르게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베트남 소비자들이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간편식을 추구하는 양상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결과다. 그래서인지 베트남 편의점에선 샌드위치·국수 등 다양한 식사류를 즉석에서 조리해 판매한다. 소비자가 구매한 간편식품을 종업원이 직접 조리를 해주기도 한다.


베트남에 진출한 GS25도 현지에서 만두·컵밥 등 한국음식을 판매하는 것과 동시에 베트남 현지 음식인 반미를 즉석에서 조리해 판매한다. GS25 관계자는 “국내 매장과 달리 베트남 매장에선 즉석에서 떡볶이를 만들어주는데 그게 아무래도 가장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면서 “김치사발면·오모리김치찌개 사발면 등 한국 김치를 활용한 제품에도 관심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번엔 말레이시아로 가보자. 수년째 한류문화에 열광해온 말레이시아 현지인들은 최근 K-푸드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CU가 지난 4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지역 쇼핑몰에 말레이시아 1호점(CU센터포인트점)을 열면서 한국 상품들을 전면에 내세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곳에선 전주비빔 삼각김밥, 김치참치김밥, 소불고기 도시락 등을 만날 수 있다. 

CU는 지난 6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CU센터포인트점을 오픈했다.[사진=BGF리테일 제공]
CU는 지난 6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CU센터포인트점을 오픈했다.[사진=BGF리테일 제공]

이마트24도 이런 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마트24 말레이시아 1호점인 방사사우스점에선 한국식 컵밥을 비롯해 떡볶이·닭강정·어묵튀김을 만날 수 있다. 원두커피·핫초코·민트차 등 20여종에 달하는 음료도 준비해 커피전문점 역할까지 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라 눈꽃빙수·소프트아이스크림 등 즉석에서 즐길 수 있는 디저트도 판매하고 있다. 

이마트24 관계자는 “말레이시아 젊은 고객들이 한국 편의점 먹거리를 이색적이고 맛있는 프리미엄 식품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말레이시아에서 편의점이 성장 초기 단계인 만큼 앞으로 고속 성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몽골도 마찬가지다. 몽골에는 2000년대 초부터 한류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그래서인지 한국가요와 드라마 등 한국 문화에 익숙하다. 2016년 국내 할인점인 이마트가 진출한 후부턴 식생활까지 한국식으로 바뀌고 있다. 이마트에 한국산 HMR 코너가 따로 있을 정도다. 이에 따라 CU도 매장에서 간편하게 한끼 식사를 즐길 수 있도록 한국식 토스트·핫도그 등 즉석 조리식품을 강화하고, 김밥·도시락 등 한국 상품 특화존도 구성했다. 2030 여성 소비자들이 한국 화장품을 선호한다는 점을 활용해 관련 제품을 갖춰 놓기도 했다. 

편의점 업계 종사자는 “K-편의점이 인기를 끄는 배경엔 한류가 있다”면서 “음악·드라마·영화로 한국 문화를 많이 접했는데, 그 과정에서 편의점이 많이 노출되면서 편의점으로 관심이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풀어야 할 과제가 없는 건 아니다. 업계 관계자는 “현지인들이 한국 편의점과 그 안에서 판매되고 있는 상품서비스에 관심을 갖는 건 매우 좋은 사례”라면서도 “다만 현재 진출해 있는 국가에서 점포 수를 크게 확장하는 덴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인구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지역으로 점포를 넓히는 게 사실상 불가능한 몽골의 사례는 대표적 한계점이다. 국내 편의점이 보폭을 더 넓혀가기 위해선 ‘베트남 1000호점’ ‘말레이시아 500호점’이라는 목표를 세우기보단 국가를 다변화하는 게 더 효율적인 전략이란 얘기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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