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정비사업 소홀했던 삼성물산
주택 성능 향상은 계속 시도
래미안 BI 바꾸고 소음 차단 승부수

2015년 삼성물산은 다른 경쟁사들이 열을 올리던 도시정비사업에서 조금씩 발을 빼기 시작했다. 정비사업이 아니더라도 이미 계약한 다른 사업이 많았던 데다 “비리가 많아 경쟁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주택사업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삼성물산이 전통의 래미안 브랜드를 리뉴얼하면서 주택사업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코로나19 국면에서 실적이 악화한 것도 아닌데, 왜 그러는 걸까. 

삼성물산은 2021년 그간 유지해왔던 아파트 BI를 변경했다.[사진=연합뉴스]
삼성물산은 2021년 그간 유지해왔던 아파트 BI를 변경했다.[사진=연합뉴스]

아파트 옆면에 붙은 ‘브랜드 로고’는 보통 아파트를 식별하는 간판 역할을 한다. 삼성물산은 20년 전 아파트 브랜드 ‘래미안’을 만들었다. 멀리서 봐도 한눈에 들어오는 ‘래미안’의 상표는 고급 아파트라는 이미지를 소비자들에게 각인시키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삼성물산은 이런 래미안 로고를 지난 8월 대대적으로 리뉴얼했다. 한글과 한문으로 쓰던 ‘래미안’ 대신 영문을 이용한 상표를 쓰겠다고 발표하면서다. 최근 다른 건설사들이 아파트 브랜드를 고급화하거나 한글 브랜드 이름을 영문으로 바꾼 것과 비슷한 행보다.

삼성물산이 상표만 교체한 건 아니다. 사업 방식에도 변화를 줬다. 올 1분기 삼성물산은 시공계약이 해제된 강남 일대 재건축 사업을 맡았다. 7월엔 리모델링 프로젝트도 7년 만에 수주했다.

사업장은 서울 강동구 고덕동에 있는 807세대 규모의 아파트로 공사비는 3475억원이다. 삼성물산이 상표를 바꾸면서 공격적인 수주를 진행하고 있다는 거다. 5년 전 “공정경쟁이 어려운 시장을 떠난다”면서 주택 사업에서 발을 뺐던 삼성물산으로선 이례적인 행보다.[※참고: 삼성물산은 2018년 이후 주택이 아닌 빌딩 사업에서 주로 매출을 올려왔다.] 

변화는 이뿐만이 아니다. 삼성물산은 2016년 1000억원대 투자를 진행했던 주택 성능 개선 연구비를 2020년 1700억원대까지 늘렸다. 집중하는 분야는 ‘소음 절감’이다. 삼성물산은 지난 7월 건설업계에선 최초로 소음 절감을 연구하고 실제 환경에서 실험할 수 있는 연구시설 착공에 돌입하기도 했다. 국내 주택 소비자가 가장 힘들어하는 문제인 ‘소음’을 해결하겠다는 거였다. 

2022년 4월 완공을 앞둔 연구시설은 국내에서 사용되는 4가지 형태(벽식 구조, 벽과 보로 이뤄진 라멘식, 기둥식, 벽과 기둥의 혼합식) 구조를 모두 적용해 소음 실험에 나설 계획이다. 이 실험에서 소음을 절감할 솔루션을 찾아낸다면, 곧바로 ‘래미안’에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주택 성능을 개선하기 위해 소음방지 기술뿐만 아니라 사물인터넷(IoT) 등 다양한 기술을 주택에 도입하고 있다”며 “‘래미안’이라는 브랜드의 힘과 우수한 성능으로 고객 만족도를 높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지점에선 주목할 게 하나 있다. 삼성물산은 코로나19 국면을 잘 통과한 기업 중 한곳으로 손꼽힌다. 2020년 매출(30조2161억원)과 영업이익(8571억원)은 전년 대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해 냈다.[※참고: 2019년 매출은 30조7615억원, 영업이익은 8668억원이었다.] 

올해 잠정 실적이 크게 악화할 것 같지도 않다. 증권사의 예상치를 종합해보면, 삼성물산은 올해 매출 32조7817억원, 영업이익 1조4136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2020년 대비 각각 6.6%, 64.9% 늘어난 전망치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물산은 왜 주택사업으로 다시 돌아온 걸까. 답은 간단하다. 성장 가능성이 충분해서다. 무엇보다 끊이지 않는 내집 마련 수요 덕에 분양시장이 끓고 있다. 공급 이슈를 해결해야 하는 정부가 ‘주택 확대’를 꾀하고 있다는 점도 호재다.

4차 산업혁명기가 도래하면서 IoT 등 신기술을 접목한 주택이 부쩍 늘었다는 점도 삼성물산엔 놓칠 수 없는 변수다. 실제로 삼성물산은 주택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았던 2016~2019년에도 지속해서 주택 성능 향상을 시도해 왔다. 래미안에 IoT를 접목해 미래 주택을 선보인 모델하우스가 대표적이다.

특히 삼성물산이 역점을 두고 있는 층간소음 문제를 잡아낼 수 있다면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수도 있다. ‘돌아온 장고’ 삼성물산의 선택은 어떤 성적으로 돌아오게 될까.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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