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거지는 환율전쟁

일본의 엔저정책 이후 ‘글로벌 환율전쟁’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문제는 국내 수출업체는 비상이 걸렸지만 한국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정책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환율전쟁의 최대 피해자가 한국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 아베 신조 자민당 총재가 엔저정책을 발표함에 따라 외환전문가들 사이에서 ‘환율전쟁’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환율전쟁’이 2013년 글로벌 경제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유럽연합(EU) 등의 통화정책에 이어 아베 신조 일본 신임 총리까지 엔화가치에 대한 강경발언을 잇따라 내놓고 있어서다.

 
아베 총리는 최근 미국의 3차 양적완화(QE3)의 확대조치를 거론하며 “전세계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내고 있는 상황 속에서 엔화 강세에 저항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일본 산업구조를 감안하면 엔·달러 환율이 90엔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외환시장에 직접 개입해 엔고시대를 끝내겠다는 의미다.

아베 총리의 금융완화에 대한 강경한 발언이 계속되자 엔화가치 하락세에 속도가 붙는 분위기다. 1월 2일 싱가포르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장중 87.30엔까지 상승했다. 2010년 8월 이후 28개월만의 최고치다.

아베 총리의 환율개입 선언은 사실상 아시아 신흥국들에 대한 환율전쟁 선전포고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일국의 지도자가 직접적으로 환율개입이나 목표환율을 제시하는 일은 극히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엔저현상이 가속화되면 일본수출기업의 마진율은 커지는 반면 일본의 수출 경쟁국들은 불리해진다. 가뜩이나 미국과 유럽의 양적완화 이후 자국통화 절상을 막으려 애쓰고 있는 신흥국들은 일본의 엔저정책을 뒤따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 되고 있다.

특히 중국은 시진핑 정부의 공식 출범을 앞두고 있다. 중국 경제가 연착륙이냐 경착륙이냐의 갈림길에 서있는 만큼 새 정부는 일본 엔저정책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미국·유럽·일본 등 선진국으로부터 시작된 환율전쟁의 영향으로 원화가치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선진국에서 찍어낸 돈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한국으로 유입되고 있어서다. 달러화로 환산한 원화가치는 2012년 1년 사이 7.68% 올라 세계 주요국 중 가장 큰 절상폭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의 원화강세가 올해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허재환 KDB대우증권 연구위원은 “선진국이 계속해서 돈을 풀고 있는데다 주변국에 비해 원화가치가 저평가 돼 있기 때문에 올해도 (원화가치) 상승세는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계속되는 원화강세로 국내 수출기업들은 비상이 걸렸지만 MB정부 초기처럼 환율방어에 나서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민생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꼽고 있기 때문이다. 원화가치가 오르면 물가는 상대적으로 낮아져, 서민생활이 안정될 여지가 있다.

국내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조치는 현재로선 ‘속도조절’밖에 없다. 원화가치 상승이 예상범위를 벗어나거나 적정수준에서 맴돌 수 있도록 관리해 기업들에게 대비할 시간을 줘야한다는 얘기다. 김두언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원화절상은 수출기업에게 분명 악재이지만 국내 수출기업들은 어느정도 국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며 “원화절상은 피할 수 없겠지만 완만한 속도를 유지할 수 있다면 대비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심하용 기자 stone@thescoop.co.kr | @itvfm.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