섈 위 아트 | 김순기 작가

색동 구름, 1987, 색동과 잉크, 127×105㎝
색동 구름, 1987, 색동과 잉크, 127×105㎝

갤러리에 가면 한 명의 작가와 작품, 그리고 그와 관련한 세계관을 볼 수가 있다. 그래서 갤러리스트는 작가의 모든 걸 소개하기 위해서 갖은 힘을 쏟는다. 글·영상·이미지·도록 등을 활용해 방문객이 갤러리의 문을 여는 순간부터 떠나가는 순간까지의 동선을 예상하고 접점이 있는 곳마다 신경을 써서 방문객이 오롯이 작품 세계만 경험하도록 만드는 게 갤러리스트의 몫이라는 거다.

이렇게 하나의 전시만 해도 공을 많이 들어야 하는데, 만약 수백명이 넘는 작가의 작품을 소개하는 곳이 있다면 어떨까. 짐작건대, 말도 할 수 없을 만큼의 노력과 열정, 전문성을 쏟아부어야 할 것이다. 이 때문에 이런 유형의 전시는 아트계의 스페셜리스트들이 설계하는데, 미술계에선 이를 ‘아트페어’라 부른다. 

세계 미술계를 이끄는 3대 아트페어로 많이 언급되는 건 프랑스의 피악, 스위스의 바젤, 영국의 프리즈 아트페어다. 이중 2021년 영국 프리즈 아트페어에 한국의 김순기 작가가 참가한다. 프리즈 아트페어에선 시대적 역사성을 갖고 있는 작가를 소개하는 ‘프리즈 마스터즈(Frieze Masters)’ 전시관을 함께 진행한다.

프리즈 아트페어에 참여하는 작가라는 사실만으로도 권위를 인정받는데 ‘프리즈 마스터즈’ 전시관에 소개된다면 두말할 필요 없이 좋은 작가라고 할 수 있겠다. 특히 한명의 작가를 집중 소개하는 ‘스포트라이트(Spot light)’ 섹션에서 김순기 작가의 1970~1980년대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과녁2, 1985, 캔버스에 유화, 116×89㎝
과녁2, 1985, 캔버스에 유화, 116×89㎝

미국 뉴욕 드로잉센터 총괄 디렉터 로라 호프만(Laura Hoptman)이 큐레이팅하는 올해의 ‘스포트라이트’ 섹션은 특별히 20세기 전위 미술작가들을 주목하고 재조명하는 데 주력했다고 한다. 여기에 선정된 김순기 작가는 한국 현대 실험미술의 선구자로서 1960년대 후반부터 실험적인 퍼포먼스와 개념 미술을 소개해 왔다. 비디오·멀티미디어·사운드·회화·드로잉 등 일찍부터 철학·예술·테크놀로지가 어우러진 작품들을 선보인 여성 작가로도 알려져 있다. 

김순기 작가는 1971년 프랑스로 건너간 이후 현재까지 프랑스와 한국을 오가며 작업하고 있다. 무엇보다 동서양의 철학과 문화를 아우르는 작품 활동을 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김순기 작가는 동양 사상과 문화를 작품에 반영한 ‘일화’ 시리즈와 ‘색동’ 시리즈를 소개한다. 

작품의 중심으로 삼은 일화 정신은 ‘최초의 일획一劃이 모든 화법畵法의 근본이며, 일획으로 자신만의 법을 세워 만물의 형상을 그려내야 한다’는 중국의 회화이론가인 석도石濤의 회화론에 근간을 두고 있다. 김순기 작가는 이런 기본 정신에 우리나라 전통 활쏘기를 연결해 자신만의 ‘일화’ 시리즈를 구축했다. 

일화, 1975-1985, 2채널 비디오, 사운드, 3분 30초
일화, 1975-1985, 2채널 비디오, 사운드, 3분 30초

그는 젊은 시절 우리나라 전통 활쏘기를 배운 이후 줄곧 몸과 마음의 수련을 위해 활쏘기를 지속해 왔다. 그 과정에서 정신과 신체의 합일合一, 이를테면 마음을 가다듬고 정신을 집중해 정해진 자세와 법도에 따라 한 호흡으로 활을 쏘는 일련의 흐름이 ‘일획’으로 만물을 그리는 석도의 일화론과 ‘맞닿은 예술 행위’로 이어진다는 점을 깨달았다. 아울러 과녁의 색이 되는 전통적인 다섯가지 색(오방색)에 주목한 작가는 색을 동양사상, 특히 음양오행사상에 기반해 연구했고 이를 작품으로 만들었다.

이처럼 영상·회화 등 다양한 매체로 자신의 철학을 담아내고자 했던 김순기 작가의 작품은 한국 갤러리에 의해 발굴되고 미국의 저명한 연구가에게 선택된 후 영국에서 전시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야말로 아시아, 미대륙, 유럽이 작가의 작품 하나로 연결되는 순간인 셈이다.


이번 프리즈 아트페어에서 진행되는 김순기 작가의 전시는 한국과 해외 미술사에 남을 전시가 될 것이다. 영국 현지에서 진행될 오프라인 전시와 함께 온라인 뷰잉룸도 운영하고 있으므로 여건이 맞지 않을 경우에는 온라인으로 작품을 감상하기를 권한다. 아래는 온라인뷰잉룸의 주소다.
https://www.arariogallery.com/viewing-room/28-frieze-masters-2021 


김선곤 더스쿠프 미술전문기자
sungon-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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