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월경컵 UV소독기 만든 김동민 ㈜싱크블랭크 대표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전하고 싶다는 김동민(39) ㈜싱크블랭크 대표는 사회 곳곳에서 마주하는 빈칸을 메우는 것이 자신의 소명이라고 여긴다. 10여년 전 지인과 어린이집 CCTV앱 개발사업을 진행했고 현재는 금기시하고 있는 월경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다. 스타트업이라 번번이 높은 벽에 부딪히지만 스타트업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 앞에선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앞장서고 있다.

김동민 대표는 우리 사회의 빈칸을 메우는 게 자신의 소명이라고 말했다.[사진=천막사진관]
김동민 대표는 우리 사회의 빈칸을 메우는 게 자신의 소명이라고 말했다.[사진=천막사진관]

✚ 월경컵 소독기를 개발하셨습니다. 관심을 가진 계기가 궁금합니다.
“오래전부터 사회 문제에 솔루션을 제시하는 일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NGO에서 일하는 아내를 통해 깔창 생리대 사연을 듣게 됐어요. 사연 자체로도 충격적이었지만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여성의 월경 문제를 터부시하고 있다는 점에 굉장히 놀랐습니다. 이 부분을 손볼 순 없을까 고민하기 시작한 게 계기였습니다.” 

✚ 그 고민이 어떻게 월경컵 소독기로 이어졌나요? 
“더 편하게 생리대를 사용하고, 비용을 절약하는 방법을 먼저 생각해봤습니다. 그래서 직접 착용해보기도 하고 디자인도 바꿔서 만들어 봤어요. 이런저런 자료를 찾아보다가 월경컵을 알게 됐습니다.”

✚ 몇년 전부터 생리대 대안으로 월경컵이 많이 거론되고는 있지만 아직 대중화되지 않았습니다.
“맞습니다. 그래서 직접 만들어 보려고 무작정 스페인행 비행기를 탔습니다.”

✚ 스페인이요? 
“월경컵 회사를 검색해 봤는데 10개도 채 안 나오더라고요. 그중 ‘루비컵’이란 월경컵을 발견했는데, 그걸 만드는 회사 본사가 스페인에 있어요. 월경컵을 더 알아보고 싶어서 무작정 찾아간 겁니다.”

✚ 다른 월경컵도 있었을 텐데 루비컵을 선택한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요?
“유일한 사회적기업이었어요. 루비컵은 고객이 월경컵을 하나 사면 다른 하나를 아프리카에 기부를 하는 ‘원 포 원(One for One)’ 캠페인을 하고 있어요. 제가 추구하는 가치와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서 스페인으로 간 거죠.”

✚ 가서 얻은 게 있나요?
“안전하게 생리컵을 쓸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다가 많은 여성이 월경컵 관리에 불편함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 어떤 불편함이었나요? 
“위생 문제죠. 열악한 환경에 있는 개발도상국은 더 그렇고요. 위생적인 월경컵 관리 솔루션을 고민하던 중 ‘UV 살균’이라는 답을 얻었습니다.”

UV(자외선) 살균이란 UV램프로 살균하는 것을 말한다. 직접적으로 눈에 보이진 않지만 살균력이 99.9%에 이를 정도로 높다.

✚ 스페인에서 돌아와 바로 제품을 만들었나요? 
“그렇습니다. 시제품을 만드는 덴 1년이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 이후부턴 모든 게 난관이었습니다.”

✚ 예를 들자면요?
“싱크블랭크를 창업하기 전에 몇번 창업을 한 경험이 있습니다. 하지만 제조업은 A부터 Z까지 처음입니다. 상상하고 있는 물건을 실존하는 제품으로 만들고, 이것을 대량으로 양산하는 건 생각처럼 쉽지 않았습니다. 스타트업이어서 제작은 외주 용역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는데, 그걸 컨트롤하는 것도 어려웠고요.”

✚ 컨트롤은 어떤 문제였나요? 
“디자인을 전공해서 시제품에는 디자인적인 요소를 좀 넣었거든요. 그런데 양산을 하려니 그걸 완벽하게 구현하는 데 한계가 있더라고요. 비용 문제도 있었고요. 그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게 중요하다는 걸 몸으로 부딪치며 깨달았습니다. 가장 중요한 살균력은 손대지 않고 최대한 효율적으로 양산품을 제작했습니다.”

김동민 대표는 몇번의 실패를 거친 후 2018년 1월 싱크블랭크를 설립해 월경컵 살균소독기 개발에 나섰다. 빛(Light)과 소금(Salt)이라는 의미를 담은 리사(Lisa)는 소형 소독기로 휴대가 가능하다. 

✚ 힘든 과정을 거쳐 첫 양산품을 받아들었을 때 감회가 새로우셨겠어요.
“올 4월부터 정식 판매를 시작했어요. 원래 계획대로라면 지난해 나왔어야 해요. 그랬다면 더 잘 팔렸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조금 아쉬웠어요.”

싱크블랭크의 ‘리사’는 휴대할 수 있는 UV 살균소독기다.[사진=싱크블랭크 제공]
싱크블랭크의 ‘리사’는 휴대할 수 있는 UV 살균소독기다.[사진=싱크블랭크 제공]

✚ 출시가 지금보다 빨랐다면 더 잘 팔렸을 거란 근거는요?
“당시엔 UV 살균기가 많이 없었거든요. 지금은 중국에서 수입도 많이 하고 관련 업체들도 많아졌습니다. 그때보다 경쟁해야 할 업체들이 늘었어요.”

✚ 본격적인 마케팅 단계군요.
“저희는 소독기를 만들고 있잖아요. 광고를 만들 때도 극적인 연출이나 표현보다는 정확한 정보 전달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일부 업체는 중국 제품을 그대로 가져와서 비싼 광고비를 쏟아부어 포털이나 온라인쇼핑몰 상위에 노출해요. 품질과 살균력에서 그들보다 앞선다 해도 스타트업이다 보니 그런 면에서 제약이 따릅니다. 마케팅은 여전히 가장 어려운 영역입니다.”

✚ 그렇다면 그들과 비교했을 때 리사만의 경쟁력은 무엇입니까?
“이어지는 이야기인데요. 다른 살균소독기 광고를 보면 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미지나 테스트 결과가 모호해요. 싱크블랭크는 국산 부품을 사용하고 국가공인기관에서 살균력 테스트를 4회나 받았습니다. 이 비용만 1000만원이 넘게 들었던 거 같아요. 단순히 결과만 좋게 받으려고 진행한 테스트가 아닙니다. 실제 사용 환경과 비슷한 습식 환경에서 시험했죠. 리사는 기본에 가장 충실한 제품입니다.”

✚ 살균력은 얼마나 되나요?
“리사의 UV-C 램프로 3분 동안 살균 소독하면 유해균을 99.99% 없앨 수 있습니다. 이전보다 더 안심하고 월경컵을 사용할 수 있죠. 편하기도 하고요”

✚ 월경컵에만 사용할 수 있나요?
“싱크블랭크의 소독기는 ‘보틀’ ‘플랫’ ‘맥스’ 세가지 타입의 제품이 있습니다. 보틀 타입은 내부가 스테인리스 스틸로 돼 있어 오랫동안 보관이 가능합니다. 당초 월경컵 소독기로 만든 제품이죠. 플랫 타입은 휴대성을 높였어요. 평상시 사용하는 컵이나 텀블러 위에 올려놓고 살균하면 됩니다. 맥스 타입은 자동차나 유모차 컵홀더에 놓고 사용할 수 있는 텀블러 형태입니다. 아기 쪽쪽이나 숟가락 등을 넣어 소독하는 분들도 계시더라고요. 사용자들이 환경과 용도에 맞게 어디든 사용할 수 있습니다.”

✚ 현실적인 얘긴데요. 아직 월경컵 시장도 작은데, 월경컵 소독기 시장은 더 협소합니다.
“맞습니다. 월경컵 소독기 시장은 아직 너무 작고 또 까다로워요. 시작은 했지만 쉽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살균력에 무엇보다 자신 있고, 호환성도 많이 신경 썼습니다. 시각 장애인 여성도 불편함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홈버튼을 만들고 작동 소리도 넣었습니다. 이런 진심이 언젠간 통하리라 믿습니다.” 

✚ 평소 가치관이라면 사회적기업을 창업해도 어울렸을 거 같은데, 그러지 않은 이유가 있나요?
“아주 오래전에 사회적기업 창업을 제안받은 적이 있어요. 결국 실패를 하긴 했지만요. 그런 경험을 통해 제가 갈 길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 무슨 의미죠?
“좋은 솔루션을 개발해서 많은 사람에게 제공하면 그 자체로도 충분히 사회적인 가치를 실현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싱크블랭크는 우리 사회의 빈칸을 하나씩 메워가는 게 목표입니다. 그 첫번째 빈칸이 월경이었고, ‘리사’라는 솔루션을 제시했습니다. 사실 이런 걸 삼성이나 LG가 만들겠어요? 스타트업이니 가능한 거죠. 앞으로도 그런 고민은 계속할 예정입니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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