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월드 시범 오픈 보름 후
접속자 급증은 일시적일 공산 커
추억 마케팅 한계 분명해

10월 15일, 오랜 기다림 끝에 싸이월드가 홈페이지를 재오픈했습니다. 싸이월드 측은 “800만명이 넘는 이용자가 몰렸다”는 보도자료를 대대적으로 뿌렸고, 그 소식에 관련 업체의 주가가 들썩였습니다. 그로부터 보름여가 흐른 지금 싸이월드는 어떨까요? 싸이월드 전성기 시절을 회복했다는 접속자 수는 여전할까요? 홈페이지엔 알찬 서비스가 가득할까요? 더스쿠프(The SCOOP)가 싸이월드의 현주소를 냉정하게 짚어봤습니다.

싸이월드가 임시 사이트를 오픈했다. 하지만 그곳엔 사진과 동영상 외에 어떤 서비스도 없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싸이월드가 임시 사이트를 오픈했다. 하지만 그곳엔 사진과 동영상 외에 어떤 서비스도 없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싸이월드가 부활한다.” 지난 2월 엔터테인먼트 회사 스카이이앤엠 등 5개 기업이 공동설립한 싸이월드제트가 싸이월드를 인수·합병(M&A)하면서 싸이월드 운영을 재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증강현실(AR)을 접목한 미니미(아바타)와 함께 PC·모바일 버전의 싸이월드 홈페이지를 오픈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도 공개했습니다.

하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당초 3월로 계획됐던 오픈 일정은 5월로, 다시 7월로 차일피일 미뤄졌습니다. 특히 “서비스를 오후 6시에 공개하겠다”고 예고했던 7월 5일 당시엔 불과 2시간 30분을 앞두고 서비스 재개를 연기하는 촌극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해외에서 해킹 공격이 포착돼 4주간 로그인 서비스를 연기할 예정”이란 게 당시 싸이월드가 내건 이유였습니다.

물론 ‘4주 후’에도 서비스는 재개되지 않았고, 얼마 전까지도 감감무소식이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시장 안팎에선 싸이월드의 부활이 불가능할 거란 시선이 맴돌았습니다. 그렇게 싸이월드는 대중의 관심에서 잊히는 듯했습니다.

그러던 싸이월드가 10월 15일 드디어 문을 열었습니다. 대중은 예상보다 뜨거운 반응을 보냈습니다. 싸이월드제트는 “오후 한 때엔 접속자가 872만7000명까지 기록하는 등 전성기 시절 싸이월드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680만명)를 넘었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습니다. 싸이월드제트의 말대로라면 싸이월드는 이번 오픈을 통해 대중의 주목을 받는 데 성공한 셈입니다.[※참고: MAU는 30일 이내에 앱·사이트에서 일정 행동을 취한 이용자 수를 뜻합니다.]

싸이월드는 유통업계와 손 잡고 다양한 콜라보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사진=GS리테일 제공]
싸이월드는 유통업계와 손 잡고 다양한 콜라보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사진=GS리테일 제공]

싸이월드가 이목을 끌자 관련 업체의 주가도 들썩였습니다. 싸이월드제트의 주요 출자자인 인트로메딕의 주가는 10월 18일 3930원을 기록하면서 전일 대비 5.7% 올랐습니다. 싸이월드의 BGM 서비스를 맡은 NHN벅스의 주가는 같은 기간 무려 29.9%나 올랐죠.

이뿐만 아닙니다. 싸이월드의 간편결제 서비스를 구축한 다날(3.3%), 또다른 출자자인 초록뱀미디어(3.9%)도 싸이월드 오픈 효과를 톡톡히 봤습니다.


그렇다면 싸이월드가 현재 제공하고 있는 서비스는 무엇일까요. 본인 인증을 거친 후 접속하면 “싸이월드 로그인에 성공했어요!”란 문구와 함께 싸이월드에 가입한 날짜와 BGM·게시물·사진 수가 뜹니다. 그 아래엔 싸이월드에 업로드돼 있는 사진 1장과 함께 사진·동영상을 확인할 수 있는 썸네일이 보입니다.

그런데 이게 끝입니다. 싸이월드의 상징인 미니홈피도, 미니룸도 없습니다. AR을 접목한 미니미는 당연히 없습니다. 과거 싸이월드에 올렸던 사진과 동영상을 볼 수 있는 게 서비스의 전부란 겁니다. 싸이월드의 운영사인 싸이월드제트의 관계자는 “현재 홈페이지는 최소기능만을 구현한 임시 사이트”라면서 “12월까지 모든 서비스를 준비해 정식 오픈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면서 말을 아꼈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임시 사이트

김영재 한양대(문화콘텐츠학) 교수는 이렇게 텅 빈 사이트에 수백만명의 접속자가 몰린 이유를 다음과 같이 해석했습니다.

“싸이월드는 한때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사용했을 정도로 인기가 많았던 만큼 대중에게 널리 각인된 플랫폼이다. 이용자들이 자신이 과거 올렸던 사진·동영상을 확인하는 등 추억을 회상하기 위해 대거 접속했을 가능성이 높다.” 바꿔 말하면 한번 접속해 사진·동영상을 확인한 이용자들이 싸이월드를 재방문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겁니다. 추억을 소진해 버렸기 때문이죠.

그럼 싸이월드의 일일활성접속자수(1일간 사이트 내에서 특정 활동을 취한 이용자 수·DAU)는 어떨까요. 첫날 접속자 수는 대대적으로 홍보한 싸이월드제트 측은 어찌 된 영문인지 DAU 통계는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싸이월드제트 관계자는 “오픈날(15일)보다 줄어든 건 사실이지만, 오픈 이튿날부터 현재(10월 27일 기준)까지 DAU 값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DAU 통계를 공개할 계획은 없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싸이월드제트의 말대로 접속자 수가 꾸준히 유지되고 있고, 그게 의미 있는 수치라면 공개 못 할 이유가 없습니다. 오픈 첫날의 실적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것처럼 말이죠. 이를 의도적으로 공개하지 않는다면 그 이유는 한가지로 귀결됩니다. 싸이월드 접속자 수가 오픈 첫날 수치를 현저히 밑돌고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인지 연일 오름세를 보이던 싸이월드 관련 주가도 기세가 꺾였습니다. 10월 20일 기준 1만350원까지 치솟았던 NHN벅스는 28일 9100원을 기록하며 하락세를 탔습니다. 인트로메딕(5530원·이하 10월 28일 기준), 다날(7620원) 주가도 오름세가 멈췄습니다. 홈페이지 ‘오픈 약발’이 떨어졌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싸이월드도 이를 잘 알고 있는지 대중의 관심을 끌 만한 마케팅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습니다. 유통업체들과 손잡고 만든 콜라보 상품이 대표적입니다. GS25는 싸이월드의 감성을 담은 ‘싸이월드 흑역사 팝콘’ ‘미니미 핫팩’ 등 10여종의 콜라보 상품을 공개했습니다. CU도 싸이월드의 가상화폐인 ‘도토리’를 연상하는 ‘도토리 티라미수’를 출시했습니다. 온라인에선 싸이월드 미니홈피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노래들을 리메이크한 곡도 공개하고 있습니다.

콜라보 상품 공개했지만…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싸이월드에 가장 중요한 건 오픈 첫날과 같은 대중의 관심을 유지하는 것”이라면서 “오픈 직후 유통기업과 만든 콜라보 상품을 꾸준히 내놓는 것도 대중의 관심을 붙잡아두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 말대로라면 사진과 동영상이 전부인 홈페이지와 콜라보 상품, 노래가 싸이월드의 마케팅 전략의 전부란 겁니다. 인스타그램·페이스북·틱톡 등 요즘 SNS의 행보에 비하면 초라해 보입니다.

임시 사이트 공개를 통해 싸이월드는 대중의 긍정적인 반응을 확인하는 데는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싸이월드엔 이용자들을 사로잡을 만한 ‘혁신’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더 큰 문제는 싸이월드제트 측이 손바닥 뒤집듯 약속을 어기고 있다는 겁니다. “최신기술이 접목된 2021년형 싸이월드를 선보이겠다”는 약속도 아직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싸이월드는 정말로 부활할 수 있을까요?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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