섈 위 아트 | 이윤정의 ‘우리의 밤은 밝다’ 기획전

추상회화는 작가의 감성을 색채와 형태로 그리는 것이다. 그래서 전문가가 아니라면 접근하기 쉽지 않은 부분이 있다. 마치 석학들이 ‘질적연구’로 만들어낸 논문을 읽는 것처럼 말이다. 이는 작가들의 의견도 같다. 필자와 그림 이야기를 종종 나누는 한 중견작가는 “추상회화는 내공을 쌓기 전엔 접근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고 말했다. 내용은 물론 감성의 세밀한 부분까지 표현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기억장치, mix media, 65.1×90.9㎝, 2020
기억장치, mix media, 65.1×90.9㎝, 2020

이번에 소개할 이윤정 작가는 색채추상회화작가로선 젊은층에 속한다. 그 때문인지 추상회화를 하기에는 이르다는 말을 듣기도 하지만, 그는 사실 추상회화를 오래전부터 작업해 왔다. 숱한 고민과 치열한 시도를 통해 지금의 작품을 만들었다는 긍정적 평가도 많다. 그래서 다양한 미술계 사람들 사이에서 ‘이윤정’이란 이름과 그의 작품이 회자된다. 

그럼 다시 추상회화 이야기를 해보자. 추상회화 작가는 자신의 심리 상태와 내외부 대상의 형태를 잡지 않은 채 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언뜻 그림이 대동소이하게 보일 수 있다. 추상회화를 처음 관람한 일반인 관람객들이 종종 “작가 간의 차이를 느낄 수 없다”고 평하는 이유다. 

기억의소리, mix media, 62.2×130.2㎝, 2021
기억의소리, mix media, 62.2×130.2㎝, 2021

하지만 이는 추상회화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들은 그 비슷해 보이는 그림 속에서 ‘감정’을 발견해 낸다. 그건 언어로 표현하기 힘든 복잡한 감정들이다. 가령, 시는 소설보다 짧고 강한 메시지를 준다. 추상회화는 글조차 없는 100% 이미지로 감성에 흔적을 남긴다. 

그렇게 짧은 시에 감정을 싣는 것도 힘든데, 글이 없이 이미지로 감정을 전달하는 게 쉬울 리 있겠는가. 추상회화 작가들 중에 유독 사색, 성찰, 탐구 등의 시간을 많이 갖는 이가 많은 이유다. 이런 면에서 이윤정 작가의 작품은 돋보인다. 본인의 감정을 색채적 언어로 표현해내는 능력이 워낙 탁월해서다. 

Jazz in blue, mix media, 116.7×90.9㎝, 2021
Jazz in blue, mix media, 116.7×90.9㎝, 2021

“색채의 흐름에 따라 형태가 없는 우연의 기법을 통해 상처받는 사람의 마음을 이입시켜 따뜻한 색감과 독특한 질감으로 감정을 나타내 보고자 했다. 나의 색채는 누군가와의 소통이며, 관계성이며, 상처의 치유이기도 하다.” 필자는 이윤정 작가의 작품에서 소통이 편안하게 되는 추상회화를 느꼈다. 아울러 누군가의 상처를 치유해줄 수 있는 붓질이 사람들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전달하기에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젊은 작가 중에서 추상회화의 차세대 주자가 될 작가의 작품을 감상하고 싶다면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와 함께하는 이윤정 색채추상작가의 초대전시 ‘우리의 밤은 밝다’를 관람해보길 추천한다. 11월 25일부터 29일까지 한남동 안성타워의 IUM 갤러리에서 열린다. 


김선곤 더스쿠프 미술전문기자
sungon-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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