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를같이읽다

효성중공업은 올해 초 신사업을 사업 목적으로 추가했다. 데이터 센터와 수소 사업이다. 충전소 설치에서 한발 더 나아가 충전소에서 사용될 수소까지 만들겠다는 거다. 하지만 경쟁이 치열해 알찬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효성중공업이 만들 수 있는 수소가 ‘100% 친환경’이 아니라는 점도 풀어야 할 숙제다. 
 

2018년 효성그룹에서 갈라져 나온 효성중공업은 ‘홀로서기’를 시작한 지 3년여 만에 새 사업 분야를 추가했다. 데이터 센터와 산업용 가스ㆍ수소 생산업이다. 사업 다각화를 위한 결정이었는데, 완전히 모르는 분야에 손을 댄 건 아니다.

수소융합얼라이언스추진단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 있는 수소충전소는 총 82개다. 이중 효성그룹이 보급한 충전소가 18개나 있다. 수소충전소 사업에서 뒤처지는 건 아니지만 효성중공업이 사업을 더 키우려는 덴 나름의 이유가 있다. 생산부터 유통에 이르는 수소의 전 과정을 전부 다루기 위해서다. 효성중공업이 블루ㆍ그린수소를 만들 수 있는 기술력을 가진 글로벌 에너지기업 린데그룹과 손을 맞잡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참고: 수소 에너지는 그레이수소ㆍ블루수소ㆍ그린수소로 나뉜다. 각각의 특징은 후술한다.] 

효성중공업은 린데그룹과 함께 만든 린데하이드로겐, 효성하이드로겐 두 회사로 효성화학 공장이 있던 울산에 ‘액화수소 플랜트’를 만들고 있다. 2023년 첫 가동이 예정된 액화수소 플랜트의 연간 생산량은 1만3000톤(t) 규모다.

효성중공업은 액화수소 플랜트의 첫 가동이 시작되는 해까지 전국에 120여개 수소충전소를 추가로 설치할 계획이다. 하루 평균 수소충전소에서 사용되는 수소량이 250㎏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2023년 이후 액화수소 플랜트에서 생산되는 수소를 소비할 만큼의 유통망을 확충하겠다는 거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경쟁이 치열하다. SK E&S는 2023년까지 인천에 3만t 규모의 액화수소 생산기지의 설립을 계획 중이다. 이를 통해 2025년 블루수소를 대량 생산하겠다는 게 이 회사의 목표다. 포스코도 2025년까지 7만t의 액화수소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25년 이후 포스코 역시 SK E&S처럼 블루수소로 전환한다.

이 지점에서 주목해야 할 건 블루수소의 가치다. 사실 블루수소도 ‘100% 친환경’이 아니다. 수소 에너지는 이산화탄소 배출 규모에 따라 그레이수소ㆍ블루수소ㆍ그린수소로 나뉜다. 그레이수소는 수소 1㎏을 생산할 때 이산화탄소 10㎏이 함께 발생한다.

블루수소는 이런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실질적인 배출량을 줄이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그린수소는 물을 전기 분해하는 방식으로 수소를 얻어 이산화탄소 배출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수소 전문가들은 수소 중 100% 친환경은 ‘그린수소’밖에 없다고 말한다. 
 

문제는 효성중공업이 만드는 수소의 종류가 블루수소보다도 친환경적이지 않은 ‘그레이’라는 점이다. 효성화학의 작업 공정에서 나오는 부생 수소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블루ㆍ그린수소를 만들 수 있는 린데그룹과 콜라보를 꾀하고 있다곤 하지만 ‘그레이 중심’의 액화수소 플랜트가 제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진 의문이다. 

효성중공업 관계자는 “2023년 가동 예정인 액화수소 플랜트에는 블루, 그린수소 생산을 위한 설비는 없다”며  “정확한 시점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이산화탄소 포집 장치 등을 추가 설치한다면 블루, 그린수소 생산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효성중공업의 수소 플랜은 과연 깨끗한 성과를 낼 수 있을까.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