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희의 비만 Exit | ‘물 먹어도 살찐다’는 고정관념의 위험성

 “어떤 음식을 먹으면 살이 빠지나요?” 사람들이 가장 많이 던지는 질문이다. 살을 빼고 싶은 욕망은 이해되지만 이처럼 어리석은 질문도 사실 없다. 인간이 음식을 먹는 것은 생존하기 위해서지 지방이나 근육을 없애기 위해서가 아니기 때문이다. 먹는다는 것은 영양을 충족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무엇인가를 먹어서 살을 빼는 것’은 기대하기 힘들다. 피가 되고 살이 되니 먹어두라는 말이 낯설지 않은 이유다.

▲ 칼로리 제로인 ‘물’의 특성으로 인해 물을 먹으며 살을 빼는 다이어트가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상식이다.
그럼 정말 살이 빠지는 음식은 없는걸까. 열량이 없는 물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물이 다이어트에 좋다면서 2L짜리 물통을 입에 달고 사는가 하면 반대로 물만 먹어도 살이 찐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쉽게 들을 수 있다.

물 얘기에 앞서 우선 기초대사량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건강을 위해 몸을 만들거나 체중을 줄이는 노력을 하는 사람에게 기초대사량의 개념은 중요하다. 기초대사량은 숨을 쉬거나 심장을 뛰게 하는 등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에너지다. 우리가 소모하는 에너지 중에서 총 소비열량의 65~70%가 여기에 속한다.

그렇다면 나머지 30%는 무엇일까. 20%는 운동 등의 활동에너지로 소비되고, 10%는 우리가 음식을 먹고 소화할 때 소모된다. 운동이나 산책을 통해 인위적으로 소비할 수 있는 에너지가 20%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잘 모르거나 잘못 알고 있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기름지거나 입에 달콤한 식사를 하면서 오늘 저녁 에어로빅이나 내일 아침 수영을 통해 ‘에너지 제로’나 ‘마이너스’를 만들겠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물을 먹고 살을 뺀다는 것도 잘못된 방법이다. 식사 전 다량의 물 섭취가 포만감, 소위 물배를 채워주기 때문에 본 식사의 양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위액을 희석해 소화력이 떨어질 수 있다. 칼로리 제로인 물의 특성상 물만 먹어도 살이 찐다는 의견 또한 설득력이 떨어진다. 신장 기능의 저하로 수분 배설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거나 염분의 과다섭취로 인한 일시적인 부종(몸이 붓는 증상)을 체중 증가로 오인하기도 한다.

‘물만 먹어도 살이 찐다’는 잘못된 상식으로 물을 마시지 않는다면 변이 딱딱해져 배설이 어려워지고, 체내에 독소가 쌓여 신진대사를 저해한다. 혈액의 80% 이상이 물이며 인체의 생리작용을 유지하는 체내효소 또한 물의 도움으로 작용한다. 인간은 좋은 물을 적당하게 마셔 생명을 유지한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물은 의도적으로 양을 줄이거나 늘려서 체중을 가감하는 수단이 아니다. 감량에 생존을 거는 사람들에게 무엇을 먹는가는 중요한 문제다. 음식을 먹는 것이 체중을 늘리는 플러스적 요인이라면 금식이나 기초대사량 이하의 절식은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잘못된 정보나 상식을 바탕으로 한 식사 제한 위주의 다이어트는 결국 ‘살이 잘 빠지지 않거나 쉽게 살이 찌는 체질’을 만들 뿐이다.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