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형택 원샷보카 대표

그는 어렸을 때부터 호기심 많고 아이디어가 풍부했다. 그런 그도 유독 약한 게 있었는데, 암기였다. 단어를 빨리 외우기 위해 프로그램에 영어를 입력했다. 반복해서 봤더니 금세 외웠다. 훗날엔 사업 아이템이 됐다. 대박 교육아이템 ‘깜빡이’다. 깜박이 개발자 임영택 원샷보카 대표를 만났다.

▲ 영어단어를 빨리 외우기 위해 컴퓨터 프로그램에 단어를 입력한 임형택 대표. 기발한 아이디어는 깜빡이 개발로 이어졌다.
컴퓨터가 귀했던 1993년. 대학생이었던 임형택(43) 원샷보카 대표는 컴퓨터의 매력에 푹 빠졌다. 노트북이 출시됐다는 얘길 듣고 몇달치 용돈을 탈탈 털어 구입했다. 호기심 많은 임 대표에게 컴퓨터는 신세계였다. 그가 다닌 대학은 부전공을 공부해야 졸업할 수 있었다. 고민할 것도 없이 컴퓨터공학을 택했다. 마침 유니텔ㆍ나우누리ㆍ천리안ㆍ하이텔 PC통신이 유행할 때여서 통신을 공부해보고 싶었다. 강의실ㆍ도서관ㆍ잔디밭 장소를 가리지 않고 노트북을 켰다. 동기들은 그를 ‘걸어 다니는 노트북’이라고 불렀다.

호기심 많은 그는 아이디어 뱅크였다. 가끔 기발한 생각으로 주위 사람을 깜짝 놀라게 했다. 어학연수를 가기 위해 토플을 공부할 때였다. 영민했지만 암기력이 부족했던 임 대표는 영어단어를 외우는 게 고역이었다. 그때 묘수가 떠올랐다. “영어단어를 컴퓨터 프로그램에 입력해서 반복적으로 보면 쉽게 외울 수 있지 않을까.” 좋은 생각이었다. 컴퓨터 프로그램인 베이직 비주얼에 영어단어를 입력했다. 프로그램을 재생하면 영어단어가 반복적으로 흘렀다. 덕분에 토플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다.

임 대표는 1994년 어학연수를 떠났다. 미국에서도 같은 방법으로 공부했다. 평소처럼 프로그램을 돌려서 영어단어를 외우고 있는데 룸메이트가 놀란 얼굴로 말했다. “이건 엄청난 사업 아이템이야!” 친구의 한마디에 마음이 흔들렸다. 단어를 외울 요량으로 고안한 방법이 훌륭한 사업아이템이라는 것을 그제야 알아챘기 때문이다.

어학연수를 마친 그는 한국으로 돌아와 사업을 구상했다. 현실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섣불리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때를 기다릴 줄 알았다.

결혼을 앞두고 임 대표는 회사에 들어갔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었다. 그곳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접했다. 사업할 때 필요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프로그램을 유심히 봐뒀다. 1997년 외환위기(IMF)가 터졌다. 그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인사팀을 제 발로 찾아가 “날 해고해 달라”고 말했다.

 
사업준비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우선 영어단어 데이터베이스(DB)를 만들어야 했는데 프로그램이 필요했다. 임 대표는 갤럽에서 익힌 SPSS 통계 프로그램을 활용했다. 중고등학교 영어교과서 73종에 수록된 단어는 총 5만여개. 영어교과서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단어를 분류하는 데 꼬박 3년이 걸렸다. 모래사장에서 진주를 찾는 격이었다.

영어단어 DB를 만들자 일이 일사천리로 풀렸다. 2003년 영어 전용 학습기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3초에 1단어, 10분이면 200단어를 학습할 수 있었다. 임 대표는 이름을 ‘깜빡이’라고 지었다. 깜빡이는 날개 돋친 듯 팔렸다. 10년 동안 70만여대가 팔렸다. 깜빡이는 대한민국 대표 학습기로 등극했다.

깜빡이를 들고 대한민국 곳곳을 돌아다녔던 임 대표는 새로운 목표를 향해 뛴다. 중국을 필두로 해외시장을 공략할 생각이다. 국내시장엔 새로운 전략을 적용한다. 특히 교육업체와의 제휴를 적극 추진한다. 임 대표는 올해 내신 성적 대비 학습사이트 족보닷컴과의 제휴를 맺었다. 그는 “언제나 도전을 즐기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맑은 얼굴이 더 빛나 보였다.
김건희 기자 kkh4792@thescoop.co.kr | @itvf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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