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현모號 밀어붙인 탈통신 빛과 그림자
쪼개기 후원금 벌금형 등 윤리경영 도마
“구현모 입장 안 내는 게 KT의 공식 입장”

구현모 KT 대표. 3년 임기 중 2년이 지났다. 임기는 이제 1년 남았고, 엇갈리는 평가 속에서 그의 혁신 전략은 진행 중이다. 한편에선 구 대표가 내세운 ‘탈통신 전략’이 성공궤도에 진입했다고 주장하지만, ‘기대치를 밑돈다’ ‘무늬만 탈통신이다’는 의견도 많다. 구 대표를 비판하는 쪽에선 ‘국회의원 쪼개기 후원금 벌금형’ 등을 이유로 들어 그의 윤리의식에 문제가 있다는 말도 내뱉는다. 이런 구 대표는 남은 1년간 어떤 성과를 남길 수 있을까. 

“KT는 더 이상 통신회사가 아니다.” 지난 1일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2에 참석한 구현모 KT 대표가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이동통신업체 대표가 자신이 경영하는 회사를 통신사가 아니라고 주장한 셈인데, 이는 구 대표가 취임 이후 추진해온 ‘디지코(DIGICO)’와 맥을 함께하는 발언이다.[※참고: 디지코는 통신기업(Telco)에서 디지털 플랫폼 기업(Digital Platform Company)으로 전환하겠다는 KT의 전략 목표다.]  그는 “KT 매출의 40%가 비통신 부문에서 나온다”며 “KT는 통신을 기반으로 하는 회사지만 반드시 통신회사라고 규정하긴 어렵다”고 강조했다.

사실 KT에서 ‘탈통신’ 발언이 이번에 처음 나온 건 아니다. 구 대표는 취임 직후인 2020년 “AI·로봇·클라우드·빅데이터를 주 사업으로 삼겠다(2020년 10월 28일 KT 디지털-X 서밋 2020 현장)”고 공언했고, 탈통신 행보에 힘을 쏟았다. 

탈통신 사례를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현대로보틱스에 500억원 지분투자(2020년 6월), 미디어(현대HCN 2020년 10월·알티미디어 2021년 4월), 핀테크(뱅크샐러드 2021년 4월·웹케시 2021년 6월), 콘텐츠(현대미디어 2020년 10월·밀리의 서재 2021년 9월) 등 비통신 부문에 투자확대, 데이터 전문기업 엡실론 1700억원에 인수(2021년 6월)….

구 대표의 탈통신 전략은 성과를 냈다. 취임 첫해인 2020년 1조1841억원을 기록했던 영업이익은 지난해 1조6718억원으로 41.2% 증가했다. 성장이 멈춘 통신 부문을 대신해 비통신 부문의 영업이익이 늘어난 게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통신 부문의 매출이 2020년 9조1868억원에서 지난해 9조3395억원으로 1.7% 증가할 때 비통신 부문인 미디어·모바일 플랫폼 매출은 2조260억원에서 2조1444억원으로 5.8% 늘어났다. 

탈통신의 또다른 핵심사업인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 클라우드·인터넷데이터센터(IDC), AI 부문 매출도 같은 기간 2.5%(1조9887억원→2조389억원) 증가했다. 투자업계가 클라우드·IDC사업 부문의 물적분할을 앞두고 있는 KT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KT가 2023년에는 물적분할을 통한 지주사로의 전환이 예상된다”며 “자회사 간 합병 등을 통해 사업 구조를 핵심사업 위주로 재편하는 작업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KT 지주사 전환의 핵심은 조직 슬림화와 핵심 성장사업 육성이 될 것”이라며 “KT의 주가는 장기적으로 크게 오를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KT가 진정한 탈통신에 성공했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핵심 신사업으로 키우고 있는 AI·로봇 부문의 역량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일례로, KT 계열 기업의 AI 사업에 필요한 프로그래밍 능력엔 의문 부호가 달려 있다. KT가 거느리고 있는 48개 계열사 중 주요사업이 소프트웨어 개발인 곳은 6곳에 불과해서다. 그중엔 AI 관련 기업도 없다. 

디지코 바라보는 엇갈린 평가

로봇 분야도 마찬가지다. 현대로보틱스·베어로보틱스와의 파트너십에 로봇 사업의 미래를 전적으로 맡겨놓고 있지만 정작 이들엔 로봇을 설계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 AI·로봇을 새로운 먹거리로 삼고 디지코 전환에 나섰지만 핵심기술은 턱없이 부족하단 거다. 디지코가 사실상 KT의 통신망을 이용한 또 다른 서비스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보유하고 있는 통신망과 네트워크를 스마트폰에 적용하면 통신이 되고 AI나 로봇에 적용하면 혁신적인 디지코가 되는 셈”이라며 “사업의 근본은 통신망과 네트워크라는 건 달라진 게 없다”고 꼬집었다. 

이런 우려의 목소리는 내부에서도 나온다. KT 새노조 관계자는 “디지코 전환 이후 그럴듯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사실상 핵심기술을 갖고 있는 사업은 클라우드 사업이 유일할 것”이라며 “경영진과 사외이사의 면모만 봐도 디지코에 필요한 IT 전문가와는 거리가 멀다”고 꼬집었다. 내부 직원들 사이에서도 디지코를 향한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KT는 새노조가 말하는 디지코와 회사가 지향하는 디지코의 방향이 다르다고 반박했다. 회사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자. “일례로 로봇은 로봇에 연결되는 네트워크와 인프라망을 모두 포괄하는 서비스 개념이다. AI 역량은 충분히 갖추고 있다. 로봇 서비스는 로봇 사용과 관리에 필요한 네트워크와 인프라 서비스를 포괄한 개념이다.”

KT의 반박을 십분 수용하더라도 문제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이제 막 발걸음을 뗀 KT의 디지코가 안정적인 궤도에 올라설 수 있느냐는 또 다른 문제다. 디지코를 앞장서서 추진한 구 대표의 임기가 내년 3월이면 끝나기 때문이다. 연임을 예상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힘들 것이란 반론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구 대표의 임기 내내 따라다닌 통신서비스 품질 논란을 KT도, 구 대표도 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4월 초고속인터넷 속도 문제가 터졌고, 그해 10월엔 40분간 전국적으로 인터넷이 먹통 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지난 1월엔 KT IPTV 먹통 사태까지 터졌다. 구 대표가 취임한 후 KT의 본업인 통신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은 셈이다. 

구 대표의 윤리경영도 도마에 올랐다. 2014년~2017년 이뤄진 ‘국회의원 쪼개기 후원’ 혐의로 약식기소된 그는 지난 1월 정치자금법 위반(벌금 1000만원)과 업무상 횡령(벌금 500만원) 혐의로 15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구 대표는 지난 2월 벌금형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했지만 결과가 뒤집힐지는 예측할 수 없다. 

게다가 이 문제로 KT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630만 달러(약 75억원)에 이르는 과징금(과태료 42억원+추징금 33억원)을 물어야 한다. SEC가 KT의 ‘국회의원 쪼개기 후원’을 해외부패방지법(FCPA) 위반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KT는 이런 논란에 아무런 설명도 내놓지 않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구 대표의 입장을 내지 않는 것이 KT의 공식 입장”이라고 말했다. 

도덕성 논란 터진 구 대표

언급했듯 구 대표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연임에 성공할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그가 추진한 ‘탈통신 전략’을 둘러싼 평가는 엇갈린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지난해엔 다양한 인수·합병(M&A)에 나서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였던 구 대표가 올해는 제휴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밝혔다”며 “이는 임기 마지막 해인 만큼 안정적인 경영으로 평가를 받겠다는 의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KT의 탈통신 행보는 누구나 인정하는 길을 찾아갈 수 있을까.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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